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아들에게 장래희망에 대해 물어보니, “돈 많은 백수”라고 한다. 농담인 듯 던진 말이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여유로운 생활을 꿈꾼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과 시간이다.
최근에 노동자의 관심분야가 임금에서 근로시간이나 휴식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노동법 강의를 할 때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분야는 근로시간과 휴가다. 근로시간에 대한 관심은 장년보다 청년이 훨씬 높다. 물론 예외는 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휴가보다 임금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래서 주말에 휴일근로를 시켜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퇴사가 유행하는 이유는 퇴사할 자유는 있어도 퇴근할 자유는 없기 때문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에세이 ‘우리 후손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에서 “경제 발전에 따라 시간당 생산성이 점차 증가하면서 평균 노동시간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생활수준은 상당 부분이 조상의 덕이고, 오늘 일터에서 흘린 우리의 땀방울은 자녀 세대의 노동시간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흐름을 역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훔쳐서 자유를 즐겨야 한다는 회사 내에서 시간 훔치기 기술, 이른바 공노동
(empty labor) 전술이 언급되기도 한다. 필자도 사회 초년생 시절에 빠른 Alt+Tab(화면 전환 단축키) 기술을 사용하여 상급자 몰래 개인적인 시간으로 사용했던 적이 있다. 일하는 중간중간에 잠깐의 휴식을 취할 수는 있으나, 의도적으로 근로시간을 훔치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다. 지속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투쟁적 개념의 ‘공노동’은 지양돼야 한다.
오히려 주어진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다양한 기법 및 장치를 활용하여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시간 단축의 기본 전제는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다. 사업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경영하는 사용자는 사회적 기업이나 자선사업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유명 비즈니스 저널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밥 포젠의 짧은 강의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포젠 박사가 말하는 바쁜 사람들의 생산성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1]
첫째, 결과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둘째, 자신만이 기여할 수 있는 특별한 일에 집중한다.
셋째, 생산적인 사람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생각한다.
‘생산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사용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의 이익과도 무관하지 않다. 노동자가 일하는 이유는 대가를 목적으로 하는 것 이외에 일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도 포함한다. 생산적인 작업환경에서는 노동자가 일에 몰입하게 되고, 개인적인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즉, 일에 집중 → 숙련도 증가 →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뿐만 아니라 일하는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도 일에 대한 집중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1]황미리기자, "엄청 바쁜사람의 생산성 비결", 매일경제, 2011.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