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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Aug 20. 2022

0-2. 완벽한 팀을 만드는 과학적 비결

심리적안전이라는 비결, 하지만 현실에서 이를 이루기는 어렵다

「days」  FOLKLORE (AOKI, hayato と haruka nakamura ) 


완벽한 팀/조직을 만드는 과학적 비결은 무엇일까요? 


 오랫동안 다양한 통념, 주장이 있었지만 정작 이 문제에 대한 객관화된 연구는 부족했습니다. 2012년, 구글은 심리학, 통계학, 인류학, 경제학, 컴퓨터/데이터 과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동원해 이 질문에 대한 과학적 실마리를 얻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습니다.[i] 일명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원들은 팀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반세기 동안의 학술 연구를 검토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최고의 팀들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었는가? 아니면 모두가 같은 종류의 보상에 의해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일까? 연구진은 이 같은 조사를 바탕으로 구글 내부의 그룹 구성을 면밀히 조사했습니다. 팀원들은 얼마나 자주 사무실 밖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가? 그들의 취미는 각각 무엇인가? 그들의 학력은 어떤가? 모든 팀 동료들이 외향적인 것이 더 나았는가 아니면 모두가 내향적인 성향이 더 나았는가? 어느 그룹이 소속 부서의 목표를 초과했는가? 성별은 어떤가? 연구자들은 수많은 요인들을 배치하고 연결했습니다. 


 그러나, 연구원들이 어떻게 자료를 정리했든 간에, 개인의 요인에서 패턴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팀의 특정 구성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회사 전역의 180개 팀을 조사했고, 수많은 피플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특정한 성격 유형이나 기술이나 배경의 혼합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적, 통계적 근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편, 줄리아 로조브스키(Julia Rozovsky)는 예일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구글에 스카우트되어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 배정되었습니다. 개개인의 특성, 배경에 기반한 연구가 난항을 겪을 무렵 그녀는 개인에 초점을 둔 접근이 아닌 집단규범, 문화가 조직의 생산성에 일관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가설을 연구팀에 제안했습니다. 가설은 새로운 돌파구를 주었습니다.


 연구결과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tefy)'이 조직의 성과와 생산성에 일관되고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이 드러났습니다. 심리적 안전은 쉽게 말해 조직의 구성원이 온전히 나 자신이 되어 편히 조직(구성원)에 발언할 수 있는 규범, 분위기를 뜻합니다. 내가 팀 앞에서 어떤 말을 할 때 누군가 나를 당황하게 하거나 거부하거나 나아가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의미합니다. 구글 내 최고의 팀은 이 심리적 안전을 어떤 식으로든 집단의 규범으로 만들고 문화화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심리적 안전’은 갑자기 구글에서 툭 튀어나온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심리적 안전에 대한 연구는 이미 1960년대부터 활발히 진행되었다. MIT 애드거 샤인(Edgar Schein) 교수는 심리적 안전이 구성원의 방어적 태도나 불안한 학습 심리를 극복하는 데 필수적이라 말했습니다.[ii]


 구글의 줄리아 로조브스키가 보다 직접적으로 아이디어, 가설을 얻은 연구는 하버드 대학교 에이미 에드먼슨(Amy C. Edmonson) 교수가 1999년 발표한 연구였습니다. 에드먼슨 교수는 미국 한 제조업체의 51개 팀을 대상으로 심리적 안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결과 심리적 안전감은 팀 문화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 것이 구성원의 학습 태도나 성과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구의 시사점은 심리적 안전의 특성이 조직의 집단 규범이지 개인의 성격적 특성이 아니며 결코 우연의 산물이거나 규정하기 힘든 사람 간의 화학적 작용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 있었습니다. 구글은 이를 가설삼아 구글의 팀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보유한 방대한 조직 데이터를 토대로 실험했고 검증했습니다.


 조직 컨설턴트로 일했던 시절 기억을 되짚어 보면 구글이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시기까지도 조직 컨설팅 시장의 주류는 ‘성과 최적화’에 있었습니다. 구성원 간의 긴장과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철학이 조직관리 방법론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컨설턴트들은 너나할 것 없이 구성원 간의 보상 격차를 확대하고 당근(인센티브)과 채찍(저성과자 퇴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자문했습니다. 구성원을 점수화하고 등급화 하는 스킬을 전수하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구성원의 성과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오랫동안 기업은 경쟁적으로 스펙, 개인/집단간의 경쟁, 정량화/계량화 – 사람의 행위 까지도 – 에 목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글의 수많은 데이터, 수리 과학적 접근이 내놓은 결론은 손에 잡히지 않는 매우 추상적인 문화였습니다. 이 역설적인 결론은 2016년 퓰리처상 수상자인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 기자에 의해 뉴욕 타임즈에 보도되었고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흐름이 갑자기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심리적 안전이란 용어는 불과 몇 년 사이 빠르게 확산되어 어느덧 오늘날 조직 경영을 위한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화두가 되었습니다. 구글에서 ‘심리적 안전’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지난 5년 간의 검색결과가 그 이전 15년 간의 검색결과를 합한 것 보다 약 40배가 넘습니다. 그만큼 현재 우리 사회에서 심리적인 안전은 완벽한 팀을 만드는 공인된, 과학적 비결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느정도 안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연구가 이전부터 있었고, 더욱이 세계에서 가장크고 위대한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이 세계적인 석학을 동원해 증명한 ‘사실’을 깨달았으니, 우리는 이제 이를 이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commentary

 '심리적 안전'이라는 키워드, 그리고 관련 내용은 이제 직운영에 있어 한번쯤은 모두가 들어봤을 정도로 일반화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현실에서 이것이 과연 '의미있게 작동하고 있는가?'의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구성원을 수치화해 가능한 단순하고 쉽게 부리려는 욕구 역시 조직에 만연해 있습니다. (최근 한 기업의 CTO와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담당 비즈니스 CEO가 바뀌는 시점에서 CTO는 Tech 조직, 그리고 구성원에 대한 이해와 맥락을 돕기 위해 그간 구성원의 강, 약점과 피드백 내용, 그간의 성과 등을 복합적으로 정리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려 했습니다. 그때 CEO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죄송한데, 단순하게 개인별로 점수를 매겨서 주실 수 있을까요?")


 이 글은 좋은 팀을 구성하기 위한 매우 좋은, 과학적 근거로서의 '심리적 안전'을 소개하기 위함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우리가 이를 알더라도 우리 현실에서 의미있게 이를 실천하고 의미있는 결과로 도출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가 조직의 성과를 위한 과학적 근거, 힌트에 다가섬과 동시에 점덤 더 이를 이루기는 어려운 구조와 환경에 놓이고 있음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i]

Charles Duhigg, What Google Learned From Its Quest to Build the Perfect Team, New research reveals surprising truths about why some work groups thrive and others falter., New York Times Magazine, Feb. 25, 2016


[ii]

Edgar H. Schein, How Can Organizations Learn Faster? The Challenge of Entering the Green Room, Sloan Management Review 34.2, 1993


Book: 상효이재, 초개인주의 Over-Individualism, 한스미디어, 2022

장재웅, 상효이재, [네이키드 애자일] , 미래의 창,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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