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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Sep 18. 2022

3.1 열망(목표)을 기망(欺罔)하는 조직이 있다.

김동률, 농담


3. 목표의 본질은 마음이다: 좋은 열망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


 3.1 기망(欺罔)하는 조직


 현대 기업 대부분은 적어도 형식적인 측면에서 기업의 이념, 미션, 비전, 핵심가치,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관리 체계-MBO/KPI 등-를 갖추고 있거나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갖추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기업 현장, 그리고 경영 컨설팅 시장에서 기업의 리더, 구성원이 일련의 가치, 목표 체계가 왜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관찰해 보면 정작 그 본연의 목적과는 동떨어진 생각과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 것 같습니다.


 먼저 기업 경영자와 리더십, 그리고 컨설팅 시장의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당위론자에 가깝습니다. 가치체계, 목표관리 체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성공한 기업들의 경영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미션, 비전, 핵심가치의 가치체계와 MBO, 최근에는 OKR과 같은 목표관리 체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것을 해야 한다,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싶다는 입장에 가까운 듯 보입니다. 이 역시 어쩌면 인간이 가진 고유한 비합리성 – 권위, 유행에 무비판적으로 끌리는 경향 - 에 비롯한 자연스러운 결론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기업(리더)의 무비판적인 당위론은 다시 형식주의를 낳곤 합니다. 조직이 가치, 목표 체계를 바탕으로 결과적으로 조직의 어떤 행동을 이끌 것인가, 또 그러한 결과를 이 시스템으로 도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도 전에 타 기업이 하는 가치, 목표 체계를 표준화해 우리 조직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부터 고민하곤 합니다.


 때문에 일련의 조직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타사 사례’이며 각 부서별 구체적인 실례가 있으면 더더욱 각광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사후 이야기 짓기'가 시작되는데 타사의 구체적 사례를 확보한 기업, 조직은 자신감을 갖고 타사의 것에 우리 기업의 고유 맥락을 붓는다는 명분 하에 사례를 분류하고 뒤섞어 좋아 보이는 문장을 조합하고 수정하며 보기에 그럴듯한 패키지를 디자인합니다.


 기업의 가치 및 목표체계 문서를 보면 매우 그럴듯하고 복잡한 수많은 내용 그리고 법칙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기업의 성장과 성공을 이끌어낸 진짜 이유라기 보다는 ‘비전 만들기, 목표 만들기’라는 글짓기 주제에 맞추어 사후에 지어낸 논리, 이야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련의 형식주의는 본래의 목적, 맥락과의 괴리를 낳습니다. 그리고 이는 조직 내 깊게 물들어 있는 관료주의, 테일러리즘 등과 만나서 기형적인 해석과 오용을 낳곤 합니다.


 예컨대 기업의 KPI는 실질적인 성장과 성공을 이끄는 건강한 매개체로서의 역할보다는 조직이 생산한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인위적인 약속의 의미로 전락합니다. 그 파이를 위해 조직원은 매우 능동적으로 목표를 낮추려 하고, 기업은 기계적으로 목표 수치를 높이려 합니다.


 이런 유형의 기업에게 ‘목표체계’는 조직에 대한 압력의 수단 - 결승점을 그어 놓고 경주장에 들어서 경주마가 결승점을 통과할 때까지 강하게 채찍질하기 위한 -이요 ‘가치체계’는 대외 선전을 위한 홍보전략일 뿐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듣기 좋은 기업가치들을 로비에 전시해두고 있다. 사기사건(미국 최대 분식회계 사건으로 파산에 이른 엔론은, CEO가 감옥에   가게 되고 그들의 로비에 다음과 같은 기업가치들을 전시해 두고 있었다.”

- 진실성(Integrity)

- 소통(Communication)

- 존중(Respect)

- 탁월(Excellence)

 하지만 이 사건을 봤을 때 이 가치들은 엔론에서 진짜 가치 있게 여겨지던 것이 아니었다.

  
 Netflix Culture Deck 『Freedom & Responsibility』 中



 엔론이라는 기업은 한 때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 중 하나로 칭송 받다가 거대 회계 부정으로 파산하고 엔론의 회장 케네스 레이와 CEO 제프리 스킬링은 20년형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게 됩니다. 기업이 대외적으로, 또 형식적으로 추구하는 바와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바에 심각한 괴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일련의 특성을 가진 조직을 감히 ‘기망(欺罔)하는 조직’이라 부르려 합니다. 이런 기업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조직 구성원을 착오에 빠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엔론은 매우 극적으로 바깥에 드러난 경우 일테지만, 기업 가치체계와 목표체계가 실제 기업이 생각하는 진짜 성공과 행동의 기준과 괴리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그들과 달라’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는 조직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Book: 상효이재, 초개인주의 Over-Individualism, 한스미디어, 2022

장재웅, 상효이재, [네이키드 애자일] , 미래의 창,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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