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 렌즈로 다시 바라본 기업의 성과 관리 시스템
복잡한 세상의 의미, 복잡계 질서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보에 근거해 우리 기업의 성과관리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전통적인 성과주의 시스템의 상대평가는 철저히 ‘정규분포’의 아이디어를 적용한 것입니다. 즉 조직 안에서 개인의 성과가 정규분포에 해당한다는 가정하에 S, A, B, C를 나열하고 그에 해당하는 비율만큼 인위적으로 할당해 평가 등급을 내리는 것이 정해진 규칙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조직에서 구성원이 성과를 내는 양상은 복잡계 질서를 따릅니다. Ernest O’Boyle Jr., Herman Aguinis는 성과관리에 있어 정규분포에 대한 맹신이 과연 옳은 것인지 검증하기 위해 총 다섯 분야, 633,23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모든 부문에서 성과에 대한 분포는 정규분포가 아닌, 멱함수 분포를 따름을 발견했습니다.[i]
이는 기존 우리가 정답으로 생각했던 성과평가 시스템의 질서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우리가 알던 기존 관념, 체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다시 생각해야 할까요?
1. 소수의 집단이 조직 대부분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멱함수 법칙에 따르면 한 기업이 창출하는 성과 대부분은 소수의 집단에 의한 것일 수 있습니다.
벨곡선에 따라 우리는 정교하게 다단계로 성과를 나누지만, 멱함수 법칙에 따르면 그런 노력은 무의미 할 수 있습니다. 소수가 대부분의 성과를 창출한다는 것은 곧 정교하고 정밀히 예측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창출하는 성과를 굳이 보상으로 환산하자면 S, A, B, C 등급에서 S가 가져가는 보상보다 훨씬 더 초과하는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다만 뒤에 말씀 드리는 이유로 저는 그것이 또 정답이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실제 구글과 같은 회사는 그런 전략에 따라 명백한 대다수의 성과를 창출한 사람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보상을 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오히려 동일 포지션/직무 레벨job level간 보상 수준의 차등을 완화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이런 맥락에 따르면 사실상 A, B, C 등급의 분류는 큰 의미가 없어집니다. (S역시 ‘인위적’으로 등급화해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멱합수 패턴에 따라 파악한 S와 전통적인 평가에서의 S인재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조직 건강에 해를 입히는 테이커(즉 회사의 가치에 반하는 이기적 개인 혹은 집단)를 찾아 제거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한 처사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복잡계 매커니즘을 이해한 회사는 대다수의 성과를 창출하는 소수의 집단과 그 상호작용이 무엇인지를 검증해 그들을 지키고, 또 조직건강을 해치는 테이커를 찾아 과감히 배제하는 전략을 취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2. 대다수 집단이 소수가 창출하는 성과를 넘어설 수도 있다.
때때로 소수의 집단이 창출하는 큰 성과보다 나머지 집단이 창출하는 성과의 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글로벌 IT 매거진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제안한 롱테일 법칙Long Tail theory은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으로 '역(逆) 파레토법칙'이라고도 합니다. 디지털 사회에서 주요 매출을 차지하는 전략상품보다 제대로 팔리지 않을 것 같은 나머지 상품들의 판매량의 합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적어도 무시못할 비중을 차지한다)는 가설은 아마존과 애플, 넷플릭스 등의 판매 실적에서 실제 현실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롱테일 법칙은 긴 꼬리 역시 성과의 ‘전체’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를 조직관리 영역에 비추면 ‘거대한 성과’를 창출하는 소수의 집단만큼 나머지 대다수의 집단을 잘 육성하고 관리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전통적인 성과관리가 추구하는 ‘내부 경쟁’ 전략, 소수의 머리와 대다수의 손, 발을 분리해 육성하고 대우하는 전략은 재고가 필요합니다.
3. 대부분의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어떤 개인이 아니라 집단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다.
성과가 멱함수 법칙을 따른다는 것에서, 이것이 ‘복잡계 세상’이라는 전제아래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교훈은 ‘대부분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소수’라 하는 것에서 그 소수가 온전히 독립적인 개인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앞서, 소수가 대부분의 성과를 만들어 낸다고 데이터가 말했을 때 그것을 기계적으로 계산해 보상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 이유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소수의 집단이 대다수의 성과를 냈더라도 그 과정을 추적해 보면 그 영역을 벗어난 수많은 상호작용과 네트워크가 작동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소수의 집단’ 자체로 좁혀도 온전히 한 명의 슈퍼스타가 모든 성과를 단독으로, 독립적으로 창출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기업 환경보다는 상황 통제가 상대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팀 스포츠를 떠올려 봅시다. 괴물 슈퍼스타가 단독이든, 다수든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그들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마이클 조던은 감독 필잭슨을 중심으로 조화로운 팀이 갖춰지기 전까지 오랫동안 우승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서로의 상호작용, 관계보다 개개인의 능력에 초점을 맞춰 구축된 전통적인 성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다분히 신화적인 ‘슈퍼스타’를 찾아 헤매이기 보다 모두가 지금 각자의 자리, 위치에서 탁월성을 추구하면서도 공동의 성장을 위해 협력하는 태도, 그 태도로 말미암아 생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조직 문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좀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i] ERNEST O’BOYLE JR , HERMAN AGUINIS, The Best And The Rest: Revisiting The Norm Of Normality Of Individual Performance, Personnel Psychology 2012, 65, 79-119
Book: 상효이재, 초개인주의 Over-Individualism, 한스미디어, 2022
장재웅, 상효이재, [네이키드 애자일] , 미래의 창,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