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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Oct 30. 2022

3.4.4 열망의 신호 셋, 목적 기반의 성장 경험

cold play- everyday life


기업의 목적과 열망에 일관된 진실성이 부여되고, 패러독스 상황에서의 균형이 이뤄지면 조직 구성원들은 목적에 부합하게 조직과 개인이 성장하는, 성공 경험을 갖게 됩니다.


열망을 향해 리더와 구성원이 협력하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과 실패를 거치면서도 그 열망에 연계된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그것이 시장에서 궁극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을 경험한 조직 구성원들에게 비로소 그 ‘열망’은 진정성을 발휘하게 되고 자신에게도 내재화 되는 것입니다. 일련의 목적 기반 성장 경험이 단위조직을 넘어 전사적으로 확산되면 그것이 곧 문화의 일부가 됩니다.


그 의미는 곧 구성원들이 목적이라는 일종의 원칙, 프레임워크를 기준으로 자유를 누리게끔 합니다. 때문에 조직은 확률적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더 안전해지고 강해질 수 있는 건강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조직이 이 목적-성장 경험의 ‘임계점’을 넘는 순간 비로소 조직은 창업자 개인의 신념대로 일률적으로 움직이는 회사가 아닌, 조직의 ‘목적’을 향해 뜨겁게 상호작용하며 진화하는 살아있는 조직이 됩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현실 왜곡장’의 덫에 갇혀 허우적거릴 때, 그와 함께 한때라도 ‘목적-성장’경험을 함께 이루었던 현명한 동료들은 잡스와 당당하게 맞서 그의 오류를 인식시켜주고 잡스가 변화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 역시 자신에게 무조건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을 두지 않고 같은 목적을 두되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끝까지 토론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었습니다. 애플은 잡스 ‘같은’ 사람이 모인 회사가 아닌, 회사의 목적을 공유하되 각기 고유의 개성과 방식으로 치열히 싸우고 협력할 줄 아는 ‘초개인주의자(초개인주의 매거진 참고)’들이 모인 회사였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조직심리학자 아담 그랜트 와튼스쿨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강력한 신념으로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흔히 잡스가 위대한 이유는 세상이 자기 비전을 따르도록 만든 능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 애플이 거둔 성공의 상당 부분은 직원들이 잡스가 자신의 입장을 다시 생각하도록 밀어붙였기 때문이었다. 잡스가 자기 생각을 돌릴 줄 아는 사람들을 멀리했다면, 아마 세상을 바꾸지 못했을 것이다.”


1980년대 스티브 잡스가 맥킨토시 팀을 이끌 때 팀은 비밀리에 잡스와 충돌하며 맞서고 때때로 승리하는 동료에게 상을 주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이 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애플의 5번째 직원 조안나 호프먼(Joanna Hoffman)은 잡스가 퇴출당했을 때 기뻐하기보다 외려 그를 따라나서 네스트 창업, 그리고 잡스의 애플 복귀를 함께하며 잡스가 현실과 목적 사이의 패러독스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훗날 잡스는 수상자들을 회사의 주요 부서 책임자로 승진시켰습니다.


애플의 수많은 기술적 아이디어와 구현, 그에 비롯한 성취 역시 스티브 잡스의 디테일한 지시와 통제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는 잡스의 몫이었지만) 목적-성장 경험을 공유한 조직 구성원들 간의 치열한 설득, 토론과 협력, 때로는 갈등이 뜨겁게 상호작용하여 나온 결과물이었습니다. 예컨대 스티브 잡스는 처음에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수년간 고집을 부렸습니다. 직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그를 설득했습니다. “사람들이 잡스의 생각을 바꾸거나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들려면 회의 한 번이 아니라 몇 주 동안 함께 노력해야 했습니다.” 아이팟 발명가이자 아이폰 공동 개발자 토니 파델의 말입니다.


 아이폰의 경우 이런 논쟁이 수개월이나 계속됐습니다. 파델과 엔지니어들은 몰래 초기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잡스에게 견본을 보여주고,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결국 저항을 무너뜨렸습니다. 직원들의 설득에 생각을 바꾼 다음에는 외부의 앱을 쓰지 못하게 막으려 했습니다. 생각을 바꾸는 데 또다시 9개월이 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큰 장애물이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장악했기 때문에 애플에 자신들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만들라 강요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팀은 다시 잡스를 설득했습니다. 직원들은 “우리 제품이 (애플의 목적처럼) 충분히 강력하다면” 잡스가 사활을 걸고 통신사와의 전투에서 이길거라 스스로 독려했고, 결과적으로 그리 되었습니다. (블랙베리가 결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대목이기도 합니다. 애플 출신이자 PDA의 어머니로 불리는 도나 두빈스키Donna Dubinsky 핸드스프링 공동설립자는 말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관계를 완전히 재정립했습니다. 저는 항상 이것이 잡스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잡스가 반대했던 폰과 앱스토어는 모바일 세계의 역사를 다시 쓰는 혁신 중의 혁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련의 이야기에서 봤듯 이는 결코 ‘잡스’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목적기반의 성장 경험을 공유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애플 피플이 ‘함께’ 이룬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혹은 직관과 반하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실제 애플은 (지휘자의 지시를 잘 따르기를 강조하는 회사가 아니라) 모든 부서가 동시에 협력하여 일하기를 매우 강조하는 회사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중요한 강점이 디자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제품과 서비스에 필요한 대부분의 영역을 아우르는 제품 전체의 통합성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모든 부서 한 조직 조직이 뛰어남과 동시에 협력에 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가 이용한 문구는 ‘깊은 협력’과 ‘동시 공정’이었습니다.


애플의 제품은 엔지니어링, 디자인, 제조, 마케팅, 유통 단계를 순차적으로 통과하는 공정이 아닌 여러 부문이 동시에 협력하는 공정으로 조직화되었습니다. 직원 채용에 있어서도 예컨대 마케팅 부문의 인재를 뽑더라도 그가 협력할 디자인 부서나 엔지니어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습니다. 잡스는 회의를 굉장히 많이 했고 또 직원들에게도 부서 내 그리고 부서간 많은 토론을 장려했는데 회사의 목적에 기반해 다양한 관점과 견해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결론을 내리도록 장려했습니다.


아마존 또한 ‘목적-성장’ 경험에 의해 그 어떤 회사보다도 목적을 기반으로 조직화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매년 발행해 이제는 역사적이기까지한 ‘주주서한’을 통해 그 과정을 세심히 전달함으로써 핵심 주주마저도 유사한 ‘목적-성장’ 경험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역시 시장의 혁신이라 불리는 다수의 서비스들은 제프 베조스만의 아이디어 지시의 결과물이 아니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역시 ‘고객’이라는 핵심 목적을 공유한 문화 내에서 나온 직원들의 아이디어였으며, 아마존 웹 서비스를 포함 아마존이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인수합병을 동시다발적으로 해내며 도시처럼 성장하는 배경에는 ‘제프 베조스’가 있어서가 아니라 – 즉, 제프 베조스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의사결정해 그리 된 것이 아니라 – 그가 심어놓은 아마존의 철학이 조직화, 문화화 된 결과에 다름 아닙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2003년 어느 가을 제프 베조스와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만났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그와 그의 일행을 초대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아이튠즈를 소개했습니다. 그것도 윈도우용 아이튠즈였습니다. 그는 이것이 어떻게 음악 산업을 뒤엎을 것인지를 자신감 있게 얘기했습니다. 그는 CD도 카세트테이프처럼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포맷이 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아마존은 CD를 구매할 수 있는 마지막 사이트가 되겠네요. 이제 CD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 테니, CD에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보는 건 어때요?”


그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콜린 브라이어Colin Bryar 전 아마존 기술 부사장은 훗날 그 미팅이 제프 베조스와 자신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회고합니다. 모든 매체들이 디지털로 대전환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도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날의 미팅은 그것을 비로소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프 베조스는 몇 개월 후 이에 대비하기 위한 행동을 합니다. 그가 한 첫번째 행동은 그런데 ‘무엇’을 할지가 아니었습니다. ‘누가’,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어떻게 팀을 조직할까와 누가 올바른 결과를 달성하는 데 적합한 리더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했습니다.


제프 베조스는 ‘고객 중심’과 ‘장기적 사고’, ‘발명’이라는 아마존의 DNA를 체화하고 있으면서도 ‘디지털’이라는 화두에 대해 올바르게 접근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을 책임자로 임명하고 ‘온전히 그 과업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리더는 ‘스티브 케셀Steve Kessel’ 부사장이었습니다. 


 당시 스티브 케셀은 보다 광범위한 책임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아마존 조직은 조직 구조가 개선될 때마다 각 리더의 ‘책임 범위Scope’가 좁아졌습니다. 대신 각 역할에 ‘기대하는 규모Scale’가 커졌습니다. 통상 기업에서 리더의 책임 범위를 줄이는 일을 ‘강등’으로 받아들이지만 이 경우는 달랐습니다. 책임 범위를 축소한 것은 더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더 큰 무언가를 만들수 있다는 믿음이었고 그를 위해 ‘믿고 전념’하라는 신호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마존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전략인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가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스티브는 그 자신 스스로 아마존인이 되어 아마존이 심어 놓은 가치에 따라 ‘올바른 질문’을 조직에 던졌습니다..[i]


“전형적인 기업은 기존의 역량을 천천히 살피며, ‘우리가 보유한 스킬로 다음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묻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그리해선 안됩니다.” 그는 디지털 미디어와 관련해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규명한 후에 스스로 물었습니다. “이런 니즈를 만족시킬 무언가를 만드는 스킬이 우리에게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스킬을 키우거나 외부에서 인수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아마존은 디지털 미디어에서 고객가치를 창조하고 경쟁자와 차별화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했습니다.


 그들의 결론은 하드웨어와 e북이었습니다. 당시 e북 시장은 전체적으로 매우 작았습니다. 비즈니스 임팩트가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더욱이 아마존은 하드웨어에 문외한이었습니다. 책이 아마존에서 가장 크고 밀접한 관련이 있는 카테고리라는 것을 제외하고선 불리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논란을 안팎으로 낳았습니다. 조직 내 많은 아마존인은 또 회사의 철학을 기준으로 ‘잘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에 집중’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사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티브는 하드웨어 광도 아니었고, 때문에 풍부한 경험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었지만 그는 그 치열한 과정을 통해 오히려 ‘왜 이것이 옳은 결정인지’를 제프 베조스를 포함해 안팎의 구성원들을 설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셀 수 없는 보도자료/FAQ 초안이 만들어졌고 팀은 공감하는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e리더 디바이스와 강하게 통합한 e북 스토어를 만들어야 한다’’ 킨들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제프 베조스는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명감으로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회사에 용병을 두는 것은 우리의 바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선교사를 원합니다. (중략) 무엇보다 그들에게 중요한 사명을 맡겨야 합니다. 진정한 목적의식과 의미를 담은 사명 말입니다. 삶에서 의미를 추구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References


[i] 콜린 브라이어colin bryar, 빌 카Bill Carr,(유정식 옮김), 순서파괴Working Backwards, 다산북스 2021


Book: 상효이재, 초개인주의 Over-Individualism, 한스미디어, 2022

장재웅, 상효이재, [네이키드 애자일] , 미래의 창,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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