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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Aug 21. 2019

기업의 새로운 화두, '애자일'

On Agile Management | I. 경영으로서의 애자일

by 相效利齋 + 동아일보 장재웅 기자

[BGM] EPK Truffaz 1/6 - The Snake-Charmer Man feat. Ed Harcourt

2019년 주요 기업 신년사 [1]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애자일[Agile]을 통해.. 현대차를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 현대 자동차 그룹

"(애자일을 통해) 성공보다 빠른 실패[fast failure]를 독려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 롯데 그룹
 
“애자일 agile 조직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 SK 이노베이션

 "건설사 최초로 애자일   조직을 도입하고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등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조직과  문화를 혁신하기 위하 노력을 지속하였습니다" - HCD 현대 산업개발

"협업과 혁신이 내재화되고, 실행이 중심이 되는 조직으로 변화해 나가야 합니다. 협업과 혁신의 내재화 중심에 애자일 조직이 있습니다." - KB 국민카드

"조직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위해 애자일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 현대카드

"조직 전반에 애자일 체계를 활용하여 빠르고, 민첩하고, 순발력 있는 조직을 만들겠습니다." - 신한금융투자

"우리는 애자일 해져야 합니다. 우리의 조직과 기업문화도 더 유연해져야 합니다." - 한라그룹


 2019년을 맞아 공개된 주요 대기업, 그룹 신년사에는 유독 ‘애자일’이라는 단어가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금융, 제조, IT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애자일 경영’을 올해의 화두로 꼽았습니다. 소프트웨어 업계 종사자라면 ‘애자일 Agile’이라는 단어가 익숙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외 산업 종사자들에게 ‘애자일’은 아직까지 낯선 단어일지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애자일’이 화두로 떠오르는 한 켠엔 ‘애자일 전환 Agile Transformation'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궁금해하고 막막해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여담이지만, 업계 전문가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연초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외쳤던 '애자일' 열풍은 급격히 사그라들고 잠잠한 추세라 합니다. 선언은 했으나 정작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행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라나요.. 지금부터 꽤나 오랜 기간에 걸쳐 말씀드릴, '경영으로서의 애자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그런 기업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실마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애자일은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2001년 제프 서덜랜드 Jeff Sutherland를 포함한 17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미국 유타 주에 모여 기존 전통 소프트웨어 개발과 구별되는 개발 철학을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 Manifesto for Agile Software Development’에 담아 발표[2]하면서 본격적으로 애자일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애자일 방법론은 오랜 기간 많은 자원을 투자해 비밀스럽게 완벽한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는 대신, 빠른 속도로 시제품을 출시해 고객과 시장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제품을 수정·보완해가는 일련의 방식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애자일 방법론은 높은 수준의 협력을 요구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장황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실제 동작하는 결과물을 민첩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고객과 가장 가까운 접점을 책임지는 직원들에게 주요 의사결정을 맡겨 고객 니즈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애자일 방법 Agile Methodology'은 어떤 특정 세부 방법론이나 프로세스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조차도 네 가지의 핵심 가치와 이를 이행하는 데 참고가 되는 12개의 원칙만이 있을 뿐 실제 애자일을 조직에 잘 적용한 회사들을 살펴보면 그 모습은 기업마다 또 팀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때문에 애자일 방법은 변화에 기민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철학을 이행하는 다양한 방법의 통칭에 더 가깝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크럼 Scrum, 스프린트 Sprint, 칸반 Kanban, XP 등 애자일 개발 방법론을 실행하는 다양한 툴 Tool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과 성공사례들이 유행하고 있지만 정확히 “이렇게 하는 것이 완벽한 애자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애자일 방식 중 하나로 스크럼과 린-칸반이 있지만 그걸 따라 해 일일 스크럼 미팅(Daily scrum meeting·매일 아침 10여분씩 모여 현안을 공유하는 회의)을 하고 2~4주 단위로 스프린트를 진행, 회고를 한다고 해서 그 회사를 애자일 조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협력과 실행, 개방과 효율성, 유연성을 중시하는 경영 원칙 혹은 문화를 바탕으로 조직의 애질리티 Agility를 실질적으로 높이는 방식과 조직이 있다면 그것이 곧 ‘애자일 하다.’고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_애자일 마인드 세트[3]

 

 그런데 왜 이제야 갑자기 기업들이 산업을 가리지 않고 애자일에 열광하기 시작했을까요.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적용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며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의 한 분파에 불과한 데 말이죠.


 최근 십여 년 사이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몰락과 신흥 스타트업들의 비약적 발전을 동시에 목격했습니다.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 등의 회사가 기존에 통용되던 게임의 룰을 바꾸며 거대기업들을 누르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이제는 익숙한 일이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 신흥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표방하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은 기업들의 주된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세부적인 이행 방식은 다르지만 혁신기업이 추구하고 이행하는 경영이 ‘애자일 방법론’이 가진 철학, 문화, 그에 비롯한 일하는 방식과 일관성 있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애자일은 꼭 실리콘밸리 IT기업 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중국의 가전제품 기업 하이얼을 한번 들여다 봅시다. 하이얼은 월풀, LG, 삼성 등과 경쟁하는 세계적인 가전업체입니다. 종업원만 약 7만 5천 여 명이나 될 정도로 대형 기업입니다. 지난 10년간 하이얼의 핵심인 가전사업의 총이익은 연 23% 증가했으며 매출은 매년 18% 성장했습니다. 성장률만 보면 경쟁 업체 대비 가히 독보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얼은 2014년에 무려 2만 4천여 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회사 밖으로 쫓아낸 것이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 창업을 하도록 했습니다. 기업이 오래 운영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조직의 복잡한 위계를 대폭 줄이고, 각 구성원들이 스스로 회사 내부에 수많은 벤처 회사를 만들도록 회사를 오픈 플랫폼 형태로 전환한 것입니다. 즉, 회사가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면서 기술, 자본, 인력 등을 제공하고, 아이디어 발의부터 경여 전반은 직원들이 독립적으로 꾸려가는 식입니다. 하이얼의 CEO 장루이민 Zhang Ruimin은 오랫동안 관료제를 경쟁력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여겼습니다. 그가 가진, 직원 모두가 고객을 책임지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철학 – 런단허이 rendanheyi / 人單合一 원칙{A}은 이름만 다를 뿐 애자일의 속성과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4]


런단허이 rendanheyi / 人單合一 : 직원 모두가 고객 가치의 접점에서 그들을 직접 책임지고 그로 인해 스스로도 가치를 얻는다는 의미를 가진 철학으로 경영 철학계의 구루 개리해멀 교수는 이를 다음과 같은 7가지 특징으로 분석했다. 이는 애자일 속성과 대부분 일치한다. 1) 전통 비즈니스 구조에서 초소형 기업으로 : 4000개에 이르는 초소형 기업 Microenterprise / ME로 분할, 2) 목표 증대 방식에서 핵심 타깃 집중 방식으로: 작년 실적을 출발점으로 잡지 않고 시장과 직접 대면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연한 목표 설정 및 변경 3) 내부 독접에서 합의로 : 모든 ME가 다른 ME의 서비스를 선택하고 합의할 수 있는 자유 부여 4) 하향식 업무 조율에서 자발적 협력으로 : ME전체를 플랫폼에 소집해 두고 플랫폼 소유자가 ME 간의 자발적 협력을 유도, 퍼실리테이팅함(facilitating), 5) 경직된 바운더리에서 열린 혁신으로: 하이얼 제품과 서비스는 비밀엄수가 아니라 모두 개방형으로 개발된다. 6) 혁신 공포증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다양한 방식의 사내 창업, 인큐베이팅을 사내 지원함으로써 안정적인 Risk Taking이 가능한 구조를 창출 7) 직원에서 소유자로 : 하이얼은 이익공유와 자율성을 공식화, 명확화해 스스로 조직, 일에 대한 오너십 Ownership을 갖도록 함


 이렇듯 불확실성의 시대에 오히려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인정받는 기업들은 형식과 적용 방법은 다를지 언정 공통적으로 ‘애자일[Agile]’ 기반의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자극을 받은 국내 기업들이 “우리도 뭔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조바심을 내기 시작한 것이 각 기업의 신년사에 나란히 반영되면서 지금의 ‘애자일 유행'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요.


  애자일을 다룸에 있어 우리가 잊어선 안될 것이 있습니다. 소위 ‘베스트 프랙티스 Best Practice’에 집착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겨울 정도로 반복할 것입니다.) 예컨대 최근 애자일 전환을 시도하는 많은 기업들이 스포티파이 사례를 참고해 조직 개편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맙니다. 앞서 언급한 몇몇 사례 역시 애자일한 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대체로 성공했다 평가받는 단면을 전한 것일 뿐 애자일 문화 도입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용어나 구조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애자일 경영의 속성과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 Manifesto for Agile Software Development》


90년대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용되던 다양한 개발 방법론들은 2001년에 비로소 ‘애자일’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게 됩니다. 2001년 미국 유타주 스노우버드Snowbird에 IT 전문가들이 모여 전통적인 방식의 폭포수 모델과 기존 개발 방법론에 대한 한계를 보완하고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때 모인 전문가들은 보다 유연하고 현 경영환경에 적응성이 뛰어난 개발 방법론을 논의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문(Agile Manifesto)입니다.[5]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문은 4가지 핵심가치와 12개의 원칙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개발 방법론에 대한 철학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애자일 개발 방법론’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개인, 조직이라면 그 세부 방법론에 앞서 우선적으로 내재화해야 할 항목입니다. 애자일 선언문의 중축이 되는 4가지의 핵심 가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애자일 선언문의 이면에는 12가지의 원칙이 있습니다. 이는 애자일 선언의 핵심가치를 좀 더 구체화된 행동으로 이행할 때 기준 규범으로 작동합니다.

 

  애자일 개발방법론이 다른, 유행하는 방법론, 벤치마킹 프랙티스 Practice와 유달리 다르고 가치를 인정받는 특징이 여기 있습니다. 단순히 게임의 룰을 지정해 따라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철학과 가치에 기반한 (하지만 그래서 때로는 모호한) 포괄적인 규범을 기반으로, 개발 플레이어에게 주체적 생각과 해석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애자일 개발 방법론이 단순히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넘어 하나의 경영 패러다임으로써 좀 더 경계를 확장하고 발전하고 있는 현상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참 오랜만에 브런치를 통해 인사드립니다. 생업에서 하루하루를 다투다 보니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효이재를 아주 놓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앞선 글에서 일부 소개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전에 소개할 때보다) 좀 더 알려진, '애자일'을 화두로 동아일보 장재웅 기자와 팀을 꾸려 
몇몇 분들과 좀 더 깊게 공부하고 고민하고 또 현실에 비추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산물을 이곳을 통해 매주 1개의 아티클 분량으로 공유드리려 합니다. (이를 좀 더 정제하고 편집한 글은 연내 도서로도 출간할 예정입니다.) 그와 별개로 상효, 이재 각자가 치열히 생업에서 보낸 지난 1년여의 시간에 대해서도 언젠간 공유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백 기간 동안 화석이 될 줄 알았는데, 기다려주시고, 또 꾸준히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도 길고 긴 글을 단편으로 쪼개어 공유드리려다 보면 한편 만으로는 저희가 어떤 얘기를 하려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우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앞으로 전할 내용들을 임시 목차로 간략히 정리해 공유드립니다. (다만, 글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세부 목차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미리 공지드리고 양해 구합니다.)


I 부. 경영으로서의 애자일

1. 기업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애자일

2. 전환[Transformation] 시대의 도래, 애자일의 이유

3. 애자일의 불안한 미래

4. 패러다임 전환: 경영혁명 메타포로서의 애자일

5. 두 가지 시선: 협의 애자일 '방법론' VS 광의의 애자일 '경영'

6. 애자일을 둘러싼 비즈니스 정치학


II 부. 애자일 토양 : 철학

1. 애자일의 문화적 토양

2. 테일러리즘[Tayorism] VS 애자일 토양 - 암묵적 기본 가정[Basic Underlying Assumption]의 대립

2-1.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

2-2. 인재, 인재 운용에 대한 관점

2-3. 문제 해결을 바라보고 조직하는 관점

2-4. 일, 애자일에 대한 사회인식과 정책환경

SR. 애자일과 몰입, 그 상관관계에 대하여

SR. 워크 앤 라이프 하모니에 대한 오해


III 부. 애자일 토대 1 : 조직구조

1. 조직구조 프레임워크: 필요충분 조직을 향한 여정

2. 애자일 조직 산맥

3. 자율경영조직

4. 자율경영조직에 대한 기업의 태도

5. 전통 조직 안에서의 애자일 전환

6. 조직구조를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

SR. 자율경영조직, 리더십은 필요 없는 것인가?

SR. 자율경영조직, 애자일 경영은 전통산업, 제조업과 무관한 것인가?


IV 부. 애자일 토대 2 : 조직운영 시스템, 그리고 사람

1. 경영을 하는 이유 명확화 하기(전제)

2. 자유에 대한 고찰

3. 프레임워크 내의 자유

4. 판단의 기준점 세우기: 원칙(Principle) 혹은 가치(Value)

5. 성과관리 1: 목표관리를 대하는 태도

6. 성과관리 2: 평가를 대하는 태도

7. 성과관리 3: 올바른 피드백에 대하여

8. 성과관리 4: 보상을 바라보는 태도

9. 애자일 문화 속 재무, 예산관리

10. 모든 것은 불완전한 사람이다.


V 부. 맺음. Reinventing Management : 조직의 성장과 생존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





  


References

[1] 각 기업 홈페이지 공개 신년사 및 미디어 공개 내용 참조

[2] https://agilemanifesto.org/iso/ko/manifesto.html

[3] Agile Practice guide, PMI & Agile alliance

[4] Gary Hamel, Michele Zanini, The End of Bureaucracy, Harvard Business Review, 2018, Nov-Dec.

[5] “Manifesto for Agile Software Development”, Agile Manifesto, accessed September 10, 2017,

http://Agilemanifes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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