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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Feb 23. 2020

초개인화시대, 조직 미래를 위한 6가지 원칙과 아이디어

조직내 개개인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와 극복을 위해 필요한 상상력

[BGM] Judy Garland - Over The Rainbow (last performance)


 세상의 악함 대부분은 악한 의도 때문이라기 보다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


-한나 아렌트-



산업혁명과 표준화 시대


 19세기 후반, 한 청소년은 하버드 법대에 합격했지만 이를 포기하고 가족의 지인이 운영하던 한 제조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며 공장 운영을 세세히 관찰했습니다. 수습과정을 마친 뒤에는 역시 지인 소유의 기계공장 근로자로 정식 취업을 했습니다. 그는 6년 사이 6번의 승진을 거친 뒤 기업 전체를 총괄하는 수석 엔지니어로 임명되었습니다. 화학, 전기, 석유 및 철강 분야에서 폭발적인 기술혁신이 이뤄지던 ‘2차 산업혁명’ 시기였습니다.


 2차 산업혁명 초반 상당기간은 인플레이션, 임금의 불안정, 경제공황 등 경제‧사회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았다합니다. 청소년이 수석 엔지니어로 성장할 때쯤 그는 그 원인을 ‘인간’에서 찾았습니다. 그가 보기에 당시 전기화 공장은 노동력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그의 시각에서 그런 노동력 낭비는 전적으로 공장의 근로자 배치 방식에서 비롯된 결과였습니다. 근로자 배치가 서툴고 부적절할 뿐 아니라 다른 무엇보다 비과학적인 탓이었습니다. 그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조직환경을 규격화 함으로써 업계의 비효율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과거에는 인간이 최우선이었다면 미래에는 시스템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는 현대 경영학의 시초로 평가받는 과학적 관리법scientific management을 주창한 ‘프레데릭 테일러’입니다. 테일러는 1890년대부터 조직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해줄 산업 조직의 새로운 비전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그 비전은 ‘표준화 standardization’ 였습니다. 테일러에게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려는 근로자야말로 최악이었습니다. 이 철학을 받아들인 공장들은 세세한 작업 규칙과 표준 작업 절차를 담은 책자, 매뉴얼을 발간하고 작업 지시 카드를 발행하는 식으로 직무 수행 방식을 근로자의 움직임까지 정교하게 설계했습니다. 창의적인 장인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습니다. 공장이 제시하는 방식에 따르는 기계적 자동인형과도 같은 인간이 그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테일러가 1911년, 자신의 견해를 정리해 발간한 ‘과학적 관리의 원칙 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이 나온 직후부터 전 세계는 빠른 속도로 테일러리즘으로 물들었습니다. 이는 동시대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평균’ (Average) 중심의 개념, 수리 분석 방법론*과 함께 기업 경영뿐 아니라 교육, 사회, 경제 곳곳에 침투했습니다. 토드로즈 하버드 교육학과 교수에 따르면 189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대략 50여년을 거치는 사이, 거의 모든 사회 시스템이 우리들 한 사람 한사람을 평균, 표준화 프레임에 비추어 평가하고 관리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1]



 *테일러 이전에 평균주의가 확산되는데 큰 역할을 한 학자는 아돌프 케틀레 Adolphe Questelet와 프랜시스 골턴Fransis Galton입니다. 케틀레는 천문학에서 천체의 회전속도 측정에 활용되던 평균법을 사회학을 통해 인간 생활, 사회에 적용한 대표적 학자입니다. 골턴은 평균주의 방법론을 기반으로 인간을 계층화 - 인간은 상위계층 / 평범층 / 하위계층이 존재하고, 상위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평범층, 하위계층보다 뛰어나다는 생각 - 하고 이를 강화하고자 했던 인물입니다. 19세기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사회의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 공유하는 인간에 대한 기본 가정이 케틀레의 평균적 인간 개념과 골턴의 계층 개념입니다.[2]


 2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혁신과 테일러리즘의 결합은  좋게도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일구었습니다. 사회가 전방위적으로 테일러리즘을 받아들이면서 기업들은 비로소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효과적으로 대량생산할  있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게 됐습니다. 대학 지원자, 구직자들이 표준화된 테스트, 시험을 치르는 것이 의무화되면서 족벌, 연고주의도 줄어들었습니다. 19, 20세기 어쩌면 지금까지도 지속되어온 ‘표준화우선주의 관념은  이전 시대에 분명, 경제/사회/정치의 질적 수준을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혁명과 초개인화 시대


  테일러리즘은 그 위력이 워낙 강력해 21세기가 도래하는 시점까지도 여전히 ‘지배적 논리’로 기업과 조직 안팎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영원할 것 같던 주류 경영‧경제 학문과 이를 둘러싼 패러다임이 십 수년 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경제 침체기를 지나면서 세계 경제/사회는 변동성(Volatil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은 더더욱 높아지고, 복잡(Complexity)하고 모호(Ambiguity)해졌습니다. 저성장, 저금리, 저수익률, 고위험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 환경,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입니다. 2차산업 혁명 시기 사회/경제적 도약의 논리와 발판이 되었던 ‘표준화를 통한 효율 극대화 및 낭비제거’ 원칙만으로는 더 이상 기업이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불확실성과 저성장이 패러다임이 되는 시대를 맞아 기업이 생존을 위해 찾은 실마리는 다시 한 번 ‘기술 혁신 전략’이었습니다.

 

 2차 산업혁명의 상징이 ‘전기’, ‘내연기관’이었다면 소위 4차 산업 혁명을 상징하는 개념은 '디지털(digital)’입니다. 기업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모토로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과거에는 미처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과 비즈니스의 이종 교배를 시도함으로써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애쓰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고도 상징적인 것은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 등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핵심 기술과 비즈니스 시장의 상호작용이 수세기를 지배한 테일러리즘의 ‘표준화’ 진리에 역행하는 속성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기술의 진보는 이제 기업이 너무나 손쉽게(저비용으로)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개인별로 이룰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동시에 고객의 힘도 크게 증가시켰습니다. 어느 한 개인의 움직임이 광범위한 신경 세포와도 같은 디지털 네트워크에 의해 긍정이든 부정이든 과거와는 상상할 수 없는 큰 임팩트(Impact)를 촉발시키기도 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우리 기업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고민하며 어떤 경험을 하고자 하는지 파악해야 생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고객의 소비패턴에 맞춰 옴니채널(omni-channel)을 구축하고 고객이 원할 때 즉각적으로 그들의 위치나 성향 등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on-demand) 방식을 도입하는 등 고객의 생각과 마음을 발 빠르게 읽기 위한 총체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마저도 구식이 되었습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발달에 힘입어 선도 기업들은 고객 한 명 한 명의 개인 별로 차별화된 유혹, 제안,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초개인화’ 전략, 마케팅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에 관한 관점이 기술의 혁신과 사회/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다시금 개개인의 들쭉날쭉함을 인정하고 고려하는 방향으로 180도 전환되고 있는 것입니다.


 초개인화 시대, 조직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기술적으로 ‘초개인’성에 다가갈 수 있고 이런 접근이 충분히 감당 가능한 ROI(투입비용 대비 효과)가 도출된다는 것과는 별개로. 과학 역시 테일러리즘의 강력한 신념인 ‘평균이 이상적인 것이며 개개인은 오류에 불과하다(케틀레)’, ‘한 가지 일에 탁월한 사람은 대다수의 일에서 탁월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골턴)’는 류의 전제들이 오히려 오류임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토드 로즈 Todd Rose 교수는 심리, 수학, 교육학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체계, 지능, 성격, 재능 등 거의 모든 특성이 ‘평균’을 놓고 예측하기에는 너무나 개인별로 천차만별이고 들쭉날쭉하다고 주장했습니다.[3]


초개인화, 개개인성이 단지 기술혁신만으로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차원을 넘어, 산업혁명 시대 잃었던 개인으로서의 인간성, 고유의 특징을 당위적으로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초개인화 시대’는 보다 깊은 의의를 갖게 됩니다.


 이쯤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던져볼 질문이 있습니다.  시선을, 우리가 속한 조직 안으로 향한다면?


 초개인화 시대 속에 자리한 ‘조직’의 현주소는? 조직의 바깥을 향해 기업은 이제 세대, 연령을 넘어 개인까지도 존중하고 고려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속한 조직은 그 오랜 시간동안, - 바깥을 향한 무수한 비즈니스/마케팅 전략이 끊임없이 변해오고 기술 혁신에 발맞춰 적응하는 동안 – 내적으로 과연 얼마나 변해왔고 또 준비되었을까요? 기업은 소비자를 향해 ‘개인의 취향’이 존중 받야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감히 주장하면서도 정작 내적으로는 2차산업혁명 시대 산물인 관료주의, 권위주의, 표준화 질서에 물들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초개인으로서의 사용자, 소비자와 기업의 근로‧생산자가 분리됩니다. 우리는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업과 조직에 속한 일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 분리는 집단 간의 분리가 아닙니다. 정신적 자아의 분열, 박리가 되는 것입니다.


 그 여느 때보다 퇴사 컨텐츠가 유행합니다. 퇴사학교가 등장하고, 퇴사를 통해 개개인의 행복과 잃어버린 개성과 자아를 찾자는 메세지가 대중의 강력한 지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으로 개개인의 다름, 초개인성이 중시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동시에 우리가 속한 조직은 여전히 개인으로서의 근로자가 존중받고, 가치를 느끼며 일하기에는 여전히 경직된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요.


 2차 산업, 기술혁명과 테일러리즘의 만남은 19, 20세기 폭발적 성장과 번영을 인간 사회에 선사했지만 동시에 치명적 부작용을 초래했습니다. 조직 안팎, 전방위적으로 빠르게 물든 평균, 표준화 사고방식은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기계적 자동인형과 같은’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인 사고에 갇힌 인간형을 추구하고 또 결과적으로 양산했습니다.

  

 우리는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소비자로서 우리의 개성을 당당히 말하고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직장이라는 문턱을 넘는 순간, 그런 나는 온데 간데없이 어떤 조직의 평면적인 리더 혹은 팔로워로, 경영자 혹은 근로자로 탈바꿈하고 맙니다. 실제 한 아이의 가정적 부모이자 따뜻한 배우자, 사려 깊은 친구로 평가받는 리더가 그가 속한 직장에서는 ‘권위주의자’, ‘(젊은)꼰대’, ‘공감능력 제로’, ‘유체이탈 화법의 대가’ 등으로 불리우며 해리스먼트Harassment 가해자로 지목 받는 것이 직장의 현실에선 가히 ‘전형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스타트업 씬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나 아렌트는 독일 나치의 중령으로 유대인 박해의 실무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습니다. 애초 그를 희대의 악한이라 여겼지만 재판과정이 진행될 수록 정작 그는 본성적으론 지극히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저지른 죄악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가 속한 관료주의 체제에 ‘절대적으로’ 근면했다는 것에 있었습다. 아렌트는 이렇게 말합니다.[4]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아이히만은 아주 근면한 인간이었다. 근면하다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채 근면하기만 한 것은 유죄다.’


 ‘박해’, ‘학살’이라는 자극적이고 물리적인 단어만 빼면 한나 아렌트가 경계한 ‘생각의 무능성’ 이란 유령은 여전히 지금까지도 우리의 일상에서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가 분석한 사회의 시대적 배경(1, 2차 세계대전 시기는 공교롭게도 테일러리즘, 관료제가 가속화된 시기와 일치한다)을 고려할 때 그 시기 촉발한 평균주의, 표준화 질서가 그 찬란한 영광과는 별개로 ‘초개인으로서의 인간’에 얼마나 위험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시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신입생, 에어팟 안빼?”…대학가 ’똥군기’는 안변했다.”[5] 2020년 2월 어느 미디어의 기사제목입니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우는 집단의 집합체인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이슈를 다룬 스냅샷입니다. 기업과 조직은 밀레니얼을 공부하기 이전에 구조적으로 변하지 못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밀레니얼도 자신도 모른 채 꼰대가 됩니다. 행동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우선하는 대원칙은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조직 바깥으로 향해 개개인성을 부르짖는 우리와, 조직 안에서 획일화‧평균화‧관료주의에 물들어 있는 우리가 같은 우리라는 사실을. 그리고 대부분은 그런 모순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온전히 인식하는 것이, 초개인화 시대에 걸맞은 조직 경영을 준비하는 첫 출발선입니다.


조직에서 개개인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


  조직에 대한 수많은 연구는 조직 구성원의 개성, 다양성이 존중되고 확보되면 경영의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능력, 창의성, 혁신성 그리고 유연성까지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6] 그러나 컴퓨터 알고리즘이 조직 바깥에서 개개인의 패턴을 분석해 ‘개인성’을 파악, 유혹하는 것과 별개로 조직 내적으로 개개인성을 존중하고 이를 성숙한 운영체계에 담아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 비용, 비효율 문제


 여전히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비용’, ‘비효율’ 문제입니다. 조직 내 개개인성이 존중, 고려된다는 것은 어떤식으로든 조직 내 다양성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직 내 다양성이 높아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두면 비효율과 복잡성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일테지요.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인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표준화된 구성요소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서 조직의 효율성을 약화시킵니다. 조직 바깥을 향한 초개인화가 클라우드,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과 같은 ‘기술’로 비효율의 장벽을 넘었다면 조직 안으로는 ‘규모의 경제’ 논리로 관련 기술을 투자, 적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혹 그리한다 하더라도 조직 안에서 다양성을 관리하는 문제는 여전히 사람이 개입해야 할 여지가 크다는 측면에서 아직 이 장벽을 넘지 못한 기업이 많습니다.


| 형평성, 차별 이슈


 조직에서 비효율의 장애물을 넘어 조직의 다양성을 관리하겠다 마음먹어도 개인별 들쭉날쭉한 관리가 자칫 구성원 관점에서 ‘조직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다는 인식보다 ‘나를 차별한다’는 형평성의 문제로 붉어지기도 합니다.


 아이리스 보넷Iris Bohnet 하버드케네디 스쿨 행동통찰력그룹(BIG) 의장에 따르면 실제 남과 여, 학벌 등 우리가 갖고 있는 오래된 편견이 때로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조직이 차별을 신중하게 배제하고 ‘개개인성’의 차원에서 신중한 관리체계를 구축, 운영하고자 하더라도 반대로 구성원의 인식에 ‘차별’이라는 인식, 느낌이 잘못 작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금전적 보상(compensation)의 측면에서, 각기 다른 직무시장에서 모인 사람이 많은 집단일 경우, 동일 직급 혹은 Job Level이라 하더라도 직무시장 경쟁력에 따라 다른 보상 패키지가 제공될 객관적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공채’, ‘순환보직’ 중심 체계 내에서 이런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구성원에게는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가 ‘차별’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 인지적 본능, 평균주의의 관성


  좀 더 해결이 어려운 것은 일련의 과정에서 붉어지는 관리주체‧구성원의 인지적 오류를 자연스럽게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뇌가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채용, 평가, 개발, 보상 등 조직관리에 핵심이 되는 영역에서 결국 양질의 관리를 한다는 것은 결국 ‘누가 어떤 무엇을 누릴 만한 자격이 있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대해 합리적인 답을 내리는 것으로 귀결되지만, 우리 안에 본능적으로 내재된 인지적 장애물 때문에 조직이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MIT 에밀리오 카스틸라Emllio Castilla, 인디애나대 스티븐 베나드Stenphen Benard 교수 등 행동경제학적 방법론을 경영에 접목해 연구한 전문가들은 모두 ‘기업이 새로운 경영 방향/철학에 맞게 시스템을 바꾸더라도 우리안에 내재한 인지적 오류, 편견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더욱이 우리는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이런 인지적 오류를 강화하는 방향(평균을 중심으로 평면적이고 계층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으로 넛징(Nudging)/유도되어 왔기 때문에 이를 집단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벗어나기 쉽지 않은 관성도 있습니다.

 

초개인화 시대, 조직운영의 미래:
6가지 기본 원칙과 사례, 근거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 한들, 결국 우리 조직은 바뀌기 어려운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시대적 흐름과 사명에 부합하는 노력을 조직 내적으로도 실천하고자 한다면. 가치 있는 성과를 내고 이미 벌어진 조직 바깥의 자아와 조직 내 자아의 간극을 좁히고자 한다면. ‘알고리즘’과 같은 기술적 상상력 이외에 어떤 상상력이 필요할까요? 사회/자연과학적 근거와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이 미지의 영역을 함께 탐구해보았으면 합니다.


 | 하나, 조직의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단순한 '원칙'을 확립하라.


  오늘날의 기업 경영은 수십년 전의 기업 경영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리타 G. 맥그래스Rita Gunther McGrath 콜롬비아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사람들이 처리해야 하는 복잡성(Complexity)의 수준이 과거의 기업 경영과 현재 기업 경영을 구분 짓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라 주장합니다.[7] 복잡한(Complex) 것은 혼잡한(Complicated) 것과는 다릅니다.


 혼잡한 시스템은 겉으로 보기에는 달라 보이지만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는 점에서 예측 가능합니다. 비행기 조종은 매우 혼잡하지만 동시에 예측 가능한 단계를 밟기 때문에 매우 안전합니다. 복잡계는 초기 조건이 동일하더라도 시스템 내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그 관계에 대한 모형을 만들면 혼잡한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상호 작용으로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잡계는 모든 요소들이 동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단순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리타 G. 맥그래스의 분석처럼 현대 경영의 비즈니스 환경은 철저히 복잡계의 속성을 갖습니다. 사람이 모여 형성된 조직은 기본적으로 복잡계의 속성을 갖는데 변화한 비즈니스 환경은 이런 조직의 복잡성(complexity)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조직 복잡성이 높을수록 자연스럽게 관리상에서의 구조, 프로세스, 시스템 등도 복잡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기존 테일러리즘이 대응했던 방식대로 우리가 개개인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순전히 하드스킬적인 방식으로이를 생각한다면 타당한 예측이 될 수 있겠지요.


 예컨대 기업이 09:00~18:00로 일원화해 관리하던 출퇴근 시간을 구성원 개개인의 선호를 어느정도 반영해 08:00~17:00, 09:00~18:00, 10:00~19:00 구간에서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으로 정할 경우 기존의 관료주의적 관리 프로세스 상에서는 3배 이상의 관리 복잡성이 증가합니다. 관리 단위를 30분 단위로 세분화하면 6배, 해당 근무 형태를 조직 구성원별로 1개월에 한번씩 변경가능하도록 한다면 이는 순식간에 72배(연 기준)로 폭증합니다. 만약 개개인의 특수성을 좀 더 고려해 시간의 관리 구간을 분단위로 더욱 세분화하고 이 마저도 매일 변경가능하도록 한다면 근로시간관리 단 하나의 제도만으로 기존 대비 수만배 복잡함을 품게 됩니다. 인간을 초월한 연산능력을 갖는 컴퓨터 기술,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이 문제를 어느정도 해소한다해도 조직 내 다른 수많은 제도가 이런 맥락에서 상호작용한다고 가정하면, 이는 어떤 경우로도 단순히 기술/소프트웨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기업은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해야 할까요? 정치학에서 얻을 수 있는 실마리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치열한 정치사과정에서 비롯된 똘레랑스Tolerance 문화를 생각해봅시다. 똘레랑스는 기본적으로 ‘존중’과 ‘관용’에 대한 원칙입니다. 프랑스의 잔디밭에서 흔히 보이는 팻말의 문구, ‘Respectez, et faits respecter (상대방을)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게 하시오’는 똘레랑스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있습니다. 똘레랑스에는 또 하나의 사전적 뜻이 있습니다.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라는 의미입니다. [8]


 이로 인해 공동체적 합의를 벗어난 방종에 대해 -그것이 권력에 의한 것이든, 국민에 의한 것이든- 국가/시스템은 개입할 당위성을 얻습니다. 어쩌면 한 단어에 불과한, 추상적인 개념하나가 일반 기업과 비견할 수도 없는 높은 수준의 다양성을 질서 있게 통합Integration해내는 기제로 작동한다는 인사이트는, 기업의 관점에서 다양성의 ‘비효율’, ‘형평성/차별’ 이슈를 어떻게 해소하며 나아가 들쭉날쭉한 조직 개개인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다이나믹스를 생산적인 에너지로 통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획기적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한 기업에 ‘똘레랑스’라는 프레임이 기업경영의 원칙으로 제대로 작동한다면 기업 구성원은 서로의 개개인성을 조직으로부터, 동료로부터 존중 받으면서도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 심리적 안전감을 가지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균열을 조정해 대안을 만들 수 있고, 책임을 우선하는 특별한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압박 혹은 강요받지 않으며 개인의 선택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나 조절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높은 수준의 자유는 다시 구성원의 내적 동기를 자극해 지속 가능한 성과를 기대케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접근엔 과학적 맥락도 있습니다. 생물학적 인사이트에 따르면 모든 유기체는 소수의 고유 분자 뿐 아니라 공통적인 생화학 프로세스를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단순하고 공통적인 구성요소가 모든 생명체의 기반, 다양성을 만듭니다. 기업 조직에서 이에 상응하는 것이 단순한 기본 원칙들인 것입니다. 동시에 이런 단순한 공통 원칙을 중심으로 통제를 완화해 조직 구성 주체의 자율성을 강화하면 모듈식 구조가 강화되고 혁신의 출현을 촉진시킵니다. 작은 자율적 조직이 새로운 구성요소와 상호작용을 더 많이 일으킬수록 조직에 더 많은 선택 방안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일련의 인사이트를 적극 적용한 대표적 기업이 넷플릭스입니다. 넷플릭스는 조직 안팎에서 모두 인간의 개개인성, 다양성에 주목하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비즈니스적으로 소비자 개개인의 들쭉날쭉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이를 적시에 추천, 제공하는 기술이 핵심이지만 동시에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프로세스를 넘어선 사람(People over Process)이라는 것을 공식화합니다.


 강력한 기술기반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조직 운영에서 강조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자유와 책임’이라는 추상적인 문화적 프레임, 원칙입니다. 넷플릭스를 모방한 많은 기업들이 ‘자유’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 혼동해 조직적 혼란에 빠진 것과는 별개로 넷플릭스는 ‘책임’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의 자유로 자유의 의미를 그들의 문화 문서(Culture Deck) 곳곳에서 명확화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시스템, 프로세스를 단단하게 엮어 다양성이 만들어 내는 무수한 복잡성에 대응하기 보다 사람 중심의, ‘느슨한 연결, 그러나 높은 수준의 동맹(highly aligned, loosely coupled)’을 추구합니다.[9] 구체적 전략과 목표를 조율해 이를 중심으로 동맹을 맺되, 이를 제외한 영역에서는 서로를 신뢰, 관용한다는 함의는 ‘똘레랑스’가 가지는 함의와도 매우 밀접합니다.


 이러한 원칙기반의 경영에도 원리가 있습니다. 조직이 다양성을 확보하면서도 질서 있는 방향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목적과 우선순위를 기반으로 한 단순한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대원칙 아래에서 구성원의 개개인성, 자율성이 보장됩니다. 그것은 동시에 조직의 모든 구성원, 구성요소가 이 원칙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새로운 구성요소들과 상호관계가 조직에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개개인성, 다양성이 자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원칙은 여러 종류의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어야 면서도 동시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너무 광범위해선 안됩니다. 더불어 조직에서 통용되지 않는 행위를 제시하고 관리함으로써 자유가 ‘특별한 상황(프레임)에서’ 작동하는 것임을 조직에 인식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이에 연계해 실천되어야 합니다. 기업의 원칙이 실제 작동하는지는 ‘누가 승진하고 보상을 받고, 또 해고를 당하는지’로 증명되는 것임을 기업 리더는 명심해야 합니다.


[예시] Netflix가 추구하는 'Behaviors & Skills'(9가지) 중 Judge 판단력에 대한 맥락

당신은 모호한 상황에 대해서도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 (사람, 기술/사업적, 창의적인 것들에 대한 결정)
당신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단순히 증상을 치료하는 것 이상을 해낸다.
당신은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무엇을 지금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은 당장 반드시 처리되어야 할 것과 나중에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을 똑똑하게 구분해낸다.

(여러 종류의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면서도 동시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너무 광범위한 설명이 아닌 구체적 맥락을 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어소시테이츠(Bridgewater Associates)도 그렇습니다. 브리짓워터는 보수적인 산업이라 평가받는 금융 영역에서 16가지의 단순한 원칙 기반으로 조직과 시장의 복잡성에 대응하고 있는 독특한 회사입니다. 회사의 제 1 원칙은 극단적 진실성과 투명성을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원칙은 다섯가지 연계된 부제로 제시되어 조직 구성원이 다양한 상황 맥락에서 응용하면서도 이것이 개개인에 따라 달리해석해 왜곡할 수 있는 여지를 줄입니다. 이에 따라 브리짓워터가 수립한 모든 프로세스와 업무방식은 공개가능해야 합니다. 관리자들은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동시에 동료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솔직함’을 명분으로 감정적/편파적 태도를 취하는 것, 자신의 솔직함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태도는 배격됩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라는 계명으로 유명한 배달의 민족을 비롯 국내 스타트업씬에서 가치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기술기반 스타트업 상당수 역시 마찬가지로 조직의 개개인성을 수용하면서도 민첩하게 ‘조직화’된 효과를 구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스템을 복잡화 하는 대신 단순한 원칙(Principle)에 기반한 ‘프레임워크 내의 자유’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맥락의 금융, 기술, 디자인, 비즈니스, 관리 조직과 개성 높은 구성원이 모인 조직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경영진과 구성원은 ‘본질에 집중하고 짧은 시간 안에 빠른 변화와 가치를 만들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최소한의 원칙, 약속’을 정하고 구체화하는 것으로 복잡한 관리프로세스와 통제적인 규율을 대체하고자 했습니다.


국내 주요 핀테크회사 문화강령(일부[10])과 이에 연계된 과학적 인사이트

Rule 3. 의자정리에서부터 자율의 문화가 시작된다. 

(맥락) 자율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지키기 위한 핵심가치입니다. 훌륭한 사람은 엄격한 통제와 감시보다 상식과 스스로 세운 규율로 움직이는 자율적인 문화를 추구합니다. 누구도 지켜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함께 지키기 위한 노력이 모일 때 비로소 우리가 사랑하는 자율의 문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규율이 없는 상황에서는 높은 상식을 기준 삼아 행동하고, 우리에게 맞는 규칙을 직접 고민하고 제안하는 진취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과학적 인사이트) 생물학적 관점에서 통제를 완화해 조직 구성 주체의 자율성을 강화하면 모듈식 구조가 강화되고 혁신의 출현을 촉진시킨다. 작은 자율적 팀들이 새로운 구성요소와 상호작용을 더 많이 일으킬수록 조직에 더 많은 선택 방안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Rule 8. 변화를 지향하고 동시에 변하지 않는 본질에 집중한다.

(맥락) 우리는 변화를 정체성의 기반으로 두기에 변화 자체를 사랑하는 공동체입니다. 회사의 모든 요소가 변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변화를 위해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환경이 계속해서 변하고 무엇이 정답인지를 알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것은 사실 정체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정답은 변화 속에서 탄생하며 변화는 갈등과 충돌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가 있을 때, 이를 도전과 즐거운 성취의 과정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답을 함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빠른 변화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는 잊지 않는 자세 역시 변화를 지향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변화를 이야기할 때는 그 변화가 지향해야 할 변하지 않는 목표 지점이 무엇인지도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과학적 인사이트)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 뿌리는 번식방식에 있다. 자연의 구성 요소는 유전 돌연변이와 재결합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한다. 자연도태는 성공적인 돌연변이에 유리하고 새롭고 우월한 돌연변이는 어느때든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 프로세스는 종의 적합성과 개체의 회복력 모두를 강화한다. 반면 조직과 개인의 본능은 변화에 저항하는 속성이다. 자연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 프로세스는 더욱 경직된다. 이를 막기 위해 조직은 의식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변화에 익숙해야 한다.  


| 둘, 모듈식 구조를 바탕으로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라.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큰 프로젝트는 작은 프로젝트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조직이 커질수록 조직의 민첩성이 떨어지고 조직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합니다.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인간이 의미있는 사회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최대 범위가 150여명 규모로 한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조직에서 개개인성을 제대로 존중하며 관리하는 문제는 자연스레 조직 규모의 문제와도 직결됩니다. 조직규모가 커질수록 개개인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조직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이먼 레빈Simon Levin 프린스턴대 진화생물학과 명예교수 등에 따르면 생물학적으로 복잡성이 높은 유기체는 대체로 모듈형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기능을 하는 부분들은 다른 부분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됩니다. 생물학적 모듈형 구조의 장점은 별개의 시스템들이 진화하면서 필요에 따라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들이 불필요하게 되면, 다른 시스템의 운영에 차질을 초래하지 않고 더 손쉽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모듈식 구조의 원리를 적용한 기업은 큰 조직을 모듈화해 작은 조직으로 나눔으로써, 대형 프로젝트를 소규모 프로젝트로 잘게 쪼갭니다. 그런다음 작은 부분을 비슷한 맥락의 큰 부분으로 확대해서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하향식 계획 수립을 통한 관료주의를 거꾸로 뒤집어 세포같은 모듈식 조직이 상향식 성장을 통해 유기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유명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 Clash of Clan, 클래시 로얄 Clash Royal 등으로 잘 알려진 핀란드의 게임회사 ‘슈퍼셀 Supercell’(생소한 독자를 위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슈퍼셀은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붐 비치, 그리고 헤이데이와 같은 모바일 게임들의 성공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니콘 기업으로, 2017년 매출액 $20억에, $8.1억 달러의(₩8,775억원) 순이익을 냈습니다. 2016년 1인당 매출액은 약 125억으로 글로벌 기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생산성을 가진 회사 중 하나입니다.) 은 이런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본래의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지속 성장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슈퍼셀 Supercell CEO 일카 파나넨 Ilkka Paananen은 슈퍼셀 창업 전 수미아 Sumea라는 모바일 게임회사를 창업(2000)해 미 기업 디지털 초컬릿 Digital Chocolate이라는 회사에 매각(2004) 후 2011년까지 일하며 조직구조와 운영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적립했습니다. 그는 디지털 초컬릿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성공하는 게임은 유난할 정도로 함께 잘 지내는 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패턴에 주목한 그는 성공한 기업은 조직 구조 덕분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적합하지 않은 조직 구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이라 결론 내리고 평범한 조직 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견인하는 소수의 조직이 갖는 특성을 슈퍼셀 경영, 조직체계에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그가 구상한 조직 구조는 전형적인 트라이앵글 Triangle 구조(혹은 뒤집어진 Tree) 방식을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역삼각형 구조의 조직에서 경영진의 역할은 우수한 팀을 구성하고, 그들이 최선을 다하여 성공에 이르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 정의했습니다. 각각의 조직은 스스로 게임 하나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의 규모로 조직하고 이를 세포 Cell라 이름 붙였습니다.  이제 다시 기업명을 보십시오. 짐작이 가시는지요? 일카 파나넨은 조직철학 자체를 기업명에 담은 것입니다. 초기 명확한 조직철학과 원칙, 구조를 바탕으로 출발한 슈퍼셀은 특별한 조직 이슈 없이 자율경영조직으로서 매우 생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7년 매출액 $20억에, $8.1억 달러의(₩8,775억원) 순이익을 냈고, 1인당 매출액은 약 125억으로(2016) 글로벌 기업 전체를 통틀어도 압도적인 생산성을 가진 회사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전통조직구조 VS Super Cell 모듈식 구조 [11]


 스포티파이로 대표되는 ‘애자일 조직’도 이러한 모듈식 구조의 원리를 따릅니다. 스포티파이는 기본 조직 모듈은 스쿼드Squad 입니다. 일반기업의 단위조직인 ‘팀’과 유사하지만 그 중에서도 동일 기능의 집합이 아닌, 작은 서비스를 독립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다기능 팀 Cross-Fuctional Team’에 가깝습니다. 스쿼드는 하나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 디자인과 개발, QA(Quality Assurance)부터 제품의 릴리즈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스포티파이에는 약 30개 이상의 스쿼드가 있는데, 이들이 하나의 작은 스타트업처럼 일하게끔 하면서도 회사의 가치, 방향성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이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스쿼드만으로 조직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먼저 홀라크라시의 Circle-Super circle 관계와 마찬가지로, 스포티파이 조직 역시 동일한 미션, 목적을 가지는 업무관련성 높은 Squad를 묶어 상위 조직화합니다. 트라이브 Tribe 라는 것입니다. 동시에 스포티파이는 각 모듈, 구성원의 유기적 상호작용을 강화하기 위해 각 조직을 가로지르는 유연한 조직(Chapter, Guild)을 두어 모듈 별 독립적이면서도 조직, 구성원 간의 역할과 네트워크를 고려한 계층-네트워크 하이브리드 조직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 - 애자일 모듈 조직 예 (이미지 출처: Honeypot)

 

| 셋, 사람을 이해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엄격한 준수보다 끊임없는 최적화를 주문하라.


    일반 경영의 시스템은 경영주체인 사람을 호모 이코노미쿠스(감정이 없고 정확하고 논리적인 경제적인 동물)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이상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오랫동안 일반 경영은 이를 보정하기 위해 인간의 행위가 가능한 ‘변수’가 되지 않고 철저히 시스템 상의 예측가능한 상수가 되도록 노동자의 ‘인간성’을 가능한 지우고 표준화하는 것으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고자 했습니다.


 엄격한 감독, 강제, 위협과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령`지시, 상부로부터 하부에 대한 위계 중시, 금전적 자극 등을 특색으로 하는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관념에서 인간을 대하는 경영의 최선은 사람을 ‘기계’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일반 경영 아래서 좋은 인재란 창의력 보다는 명령에 순응하고 정해진 프로세스/프로토콜을 엄격히 준수하는 사람입니다. 문제에 대한 개선과 실험은 특별히 선택된 소수의 수뇌부에게만 허락된 예외권한입니다.

 

 그러나 인간을 단순 생산(Production) 환경의 기계로 다루는 사고방식은 조직의 사기를 꺾고 조직 구성원이 당면한 실제 업무보다 다른 문제에 관심을 돌리게 만들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이 가진 속성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고려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먼은 개인 차원에서 편견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은 아무리 훈련을 받아도 어렵습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감정적이고, 성급하게 해석하고 기계적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조직, 집단은 그 속성상 느리게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측면에서 의사결정이 개선될 여지가 있습니다. 존 베셔John Beshears, 프랜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 하버드 교수는 인간의 두뇌회로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조직의 환경을 바꾸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12]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ure’라고도 불리는 이 같은 방식에는 인간의 허점을 완벽히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누그러뜨릴 수 있습니다. 더불어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추상적 사실 – 이 역시 오랫동안 경영에서 배제되어 온 불필요한 질문 – 에 대해 의식적으로 사고하고, 이를 동료 구성원을 의식해 나름의 합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의 반복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오래된 관료적 질서에서 비롯한 수직적 계층 구조와 선형적 공정 프로세스, 경직된 의사결정 체계, 이를 오랫동안 뒷받침해온 인간에 대한 상호 모순된 인식 – 호모 에코노미쿠스(합리적 인간), X이론(못믿을 인간) – 이 이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가기엔 다른 대안이 너무 없고 불투명해서 불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세계적 미래학자 W. 데이비드 스티븐슨, 경영전략가 개리 헤멀은 이에 대해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기업과 경영자들은 전략과 마케팅, 기술의 영역에서는 ‘생존’이라는 명목으로 어떤 식으로든 도전하려 하면서 유독 조직운영, 관리 영역에서 만큼은 망설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가 이같은 맥락을 수용하면 선례가 불투명한 것이 곧 불가능하다거나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경영이론은 더 이상 책, 이론 안에서 허황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실제 현실 세계 속에서 실재하는 상황을 직면한 채 지속 수정, 보완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고전 경제학의 인간 전형보다 다음과 같은 행동 경제‧심리학적 인사이트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조직운영 차원에서 수용해야 할 행동경제학적 인사이트


1. 조직 운영 전략, 정책, 프로그램은 일차적으로 우리가 인간 심리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는 바를 반영해 설계되야 한다.

2. 조직 운영, 관리 역시 끊임없이 실험(Test)하고, 배우며(Learn), 적용(Adapt)하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3. 조직 운영 방향성(원칙)[13]에 대해 조직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맥락에서 능동적으로 사유하고, 집단 안팎으로 합의된 정의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행동선택-설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Nudging 한다


 구글의 채용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SAT 점수, 학교의 GPA, 표준화시험 점수 등이 유력한 참고자료로 활용되었습니다. 당시 구글 인사를 담당했던 토드 칼라일은 전통적인 기준 – 등급, 점수 – 가 과연 훌륭한 기준일지, 구글이 놓치고 있는 수많은 인재들이 그러한 기준 바깥에 있는 것 아닐지를 과학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검증해보고자 했습니다.[14]


 칼라일은 무려 300가지 이상의 요소를 목록화해 전통 기준(학위, GPA, 점수) 뿐 아니라 채용과정에 참여한 각 리더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 등을 두루 포함시켰습니다. 그 다음 이 요소 가운데 사실상 성공적 직원 발굴과 결부된 요소를 분석하기 위한 통계적 검증을 반복했습니다. 검증 결과 학점, 출신 학교 명성은 채용의 성공을 예견하는 지표가 아니었습니다. 대회 수상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성적은 어느정도 중요한 지표였으나 그 역시 한시적이었습니다. (졸업 직후 3년) 그러나 구글에서 좀 더 심각히 받아들인 인사이트는 구글 대다수 직무에서 중요시 여겨지는 지표는 직무성격과 채용당시의 상황 맥락에 따라 매번 바뀐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구글에서 재능을 발휘할 만한 방식에는 여러 경로가 존재하고, 구글이 직원 채용을 최대한 잘하고 싶다면 그 모든 방식에 세심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를 받아들인 구글은 더 이상 GPA를 묻지 않습니다. 또한 각종 정보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표준화’해 다루지 않습니다. 직무 채용의 상황 맥락을 고려해 정보 수집 단계에서부터 ‘어떤 정보’를 수집할지, 또 그 ‘정보’를 어떻게 다룰지도 맞춤화해 가이드를 제공하고, 퍼실리테이팅Facilitating하고자 노력합니다.  


 아동발달 연구 분야의 권위자 유이치 쇼다Yuichi Shoda 워싱턴 대학교수는 그의 저서 『맥락속의 인간: 개개인의 과학 세우기 The Person in Context』에서 인간의 역량, 재능은 ‘상황 맥락’에 따라 다르다고 강조합니다.[15] 쇼다에 따르면 A는 천성적으로 외향적이다와 같은 본질주의적 규정과 사고는 그 사람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합니다. 그는 ‘만약~그럴땐 방법론(if-then signature) 이 사람을 이해하고, 또 이를 고려한 환경을 설계할 때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테면 성격묘사에 있어 다음과 같은 방식이 좀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만약에(if) Judy가 사무실에 있으면 그럴 땐(then) 아주 외향적이다. 만약(if)에 Judy가 수많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그럴 땐(then) 약간 외향적이다. 만약에 Judy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 땐 아주 내향적이다. 쇼다가 제시한 ‘상황맥락’, ‘맥락적 정보 제공’의 중요성은 채용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채용 공고야 말로 오늘 이 시간까지도 매우 ‘획일화’된 정보로 맥락적 정보보다는 본질주의적 사고 – 회사에 필요한 재능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 에 입각해 게시되고 있는 영역입니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채용 공고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고 있습니다.


채용부서: 사업개발본부

채용직무: 전략기획

포지션: 대리급

자격요건

-         사업개발 / 전략기획 유관 경험 7년 이상(동시 경험자 우대)

-         영어 능통자 우대대기업 출신 선호, SKY 출신 선호


 채용 담당자들은 이러한 경력, 필수/우대 역량 등을 쭉 열거해 게시했다가 이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기계적으로 선별해 전달합니다. 하지만 ‘맥락’의 지혜에 따르면 고용자가 경험적 직관으로 도출한 지원자의 재능에 대한 결론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 직원이 수행해야 할 직무의 맥락을 충분히 전달하고 그러한 상황 맥락 속에서 후보자가 어떻게 수행할지를 파악하기 용이한 방식으로 채용 공고의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적용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합니다. 공고에서 매우 형식적이고 간결하게 기술된 ‘필수, 우대 역량’을 지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한 상세하게 필요한 포지션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의 상황 맥락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지원자가 자신의 수행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기술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경험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보장된 장점과 함께 극복이 필요한 스트레스, 장애물까지도 그 맥락이 잘 전달되고 추후 이 지점을 인터뷰의 논의 주제로 삼아 상호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무 맥락/수행력 기반 채용 공고 예시]


채용부서: 사업개발본부

채용직무: 전략기획

포지션: 전략기획 매니저(신입/경력)

직무역할 및 채용 초점

전략기획/사업개발 부문에 속한 우리는 변동성 높은 환경 속에서 본사 및 그룹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을 합니다. 동시에 가치 있는 사업(기회)을 모색하고 사업의 초기개발, 운영, 실질적 사업성을 검증하는 Business Impact Creator를 지향합니다. 이중 전략기획 매니저 포지션의 채용 초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채용 초점

우리는 본연의 금융영역 뿐 아니라 독보적 금융상품/컨텐츠 개발과 연계되는 비금융 영역 사업까지 폭넓게 다루며 금융과 비금융 간의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어느 한 영역에 강점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다양한 산업, 사업 영역을 빠르게 학습, 넘나들 수 있는 Generalist로서의 역량, 기업가 정신의 함양을 보다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   구조화된 사고 역량에 기반한 신사업/산업에 대한 신속한 이해, 빠른 학습이 가능한가?

•   시장참여자를 고려한, 작동하는 Impact-driven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가?

•   내/외부 주요 이해관계자를 움직여 Project 과업을 관리, 초기 사업을 실행하고 운영할 수 있는가?


채용자격

 설명드린 포지션 정보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신 분, 특히 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 할 수 있는 경험, 인사이트가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지원 가능합니다.  (단순참고사항: 현재 관련 조직의 구성은 전략컨설팅 경험이 있거나 스타트업 혹은 기 조직의 사업개발 경험이 있는 구성원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실제 제가 조직운영에 관여한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관련한 실험(A/B Test)을 진행한 결과 기존 방식으로는 스펙Spec이 지극히 ‘평범해’ 탈락 가능성이 높았거나 애초 공고의 문턱에서 지원조차 하지 않았을 지원자가 인터뷰 기회를 얻고, 진행 과정에서 수행력 기반의 구조화된 면접을 거쳐 채용이 된 후,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인력으로 자리잡는 유의미한 케이스가 지속 발생했습니다.


 지원자의 다양성 및 풀(Pool) 역시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유의미한 향상이 이뤄졌습니다. 기존 프로세스에서는 통과를 기대할 수 없는 유형의 지원자도 포함되었기에 적어도 모든 기업이 다른 방법과 병행해 시도해보기에 안전하면서도 가치 있는 접근법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맥락‧수행력 기반의 채용 방식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할 경우 사전에 기업, 포지션에 대한 상황 맥락을 파악한 지원자의 지원 동기가 보다 분명했기에 면접관Interviewer 입장에서도 서류나 인터뷰 단계에서 그들의 개별적 특성을 파악하기 좀 더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나아가 자신이 경험적으로 생각했던 방식, 경로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도 원하는 결과/성과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실무에 바로 적용하는 부가적 효과도 있었습니다.


| 넷, 조직과 조직, 조직과 개인,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 ‘협력’에 집중하라.


    앞서 언급했듯, 현대 경영의 비즈니스 환경과 조직의 속성은 철저히 복잡계의 속성을 갖습니다. 그런데 생물학적 관점에서 복잡성이 증대되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다양한 구성요소로 이뤄진 생태계는 적응력이라는 장점을 갖습니다. 생물학에서 유전적 다양성은 자연의 학습방식인 자연도태에 유리합니다. 또 복잡계의 다양한 구성요소는 시스템의 회복력을 높입니다. 복잡계 내에서의 구성요소는 중복과 여유가 있어 일반적으로 예기치 못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완충능력이 있습니다. 또 복잡성이 생태계에 줄 수 있는 강점은 조직력입니다. 구성요소들이 상호 긴밀한 상호 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새가 무리를 지어 이동할 때는 서로를 연결하는 행동양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각각의 개체인 동시에 조화롭게 상호 연대하는 하나의 무리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복잡성은 모방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개별적인 구성요소는 쉽게 모방할 수 있지만 복수의 요소간 상호 관계들은 모방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복잡계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해 관련 시스템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영의 새로운 복잡함에 대응하는 방법은 줄줄이 보고서를 작성하며 직선적인 필러를 박아나가는 게 아니라 생동하는 주제간의 상호 작용을 이해하는 것에 그 열쇠가 있습니다. 조직의 주체, 구성요소가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 연결 관계, 상호 작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조직은 상자로 만들어진 뼈대가 아니라 적응력있고 지능적인 신경 구조의 문제입니다.


 뇌 연구에서의 혁신은 뇌를 ‘대상’으로 분리해 보기보다 뇌 자체를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유기체적 시스템으로 보고 세포와 세포와의 관계까지 고려했을 때 이루어졌습니다. 예컨대 대뇌에서 다양한 형태의 분노를 책임지는 구역이 정확히 어디인지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뇌 세포의 상호 유기체적 관계를 통해 분노가 어떻게 자극, 촉발되는 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16] 이는 그 사실 그대로도 경이롭지만 기업 경영을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 관점의 변화를 촉구하는 훌륭한 메타포이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행동경제학적) 시스템 설계만큼 중요한 것은 ‘운영’입니다. 시스템을 수행하는 주체가 시스템이 작동하는 관계, 맥락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일반경영에서 강조한 것처럼 단지 ‘엄격한 준수’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는 분명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국내 유명 핀테크 기업 H社에서 평가제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겪였던 시행착오와 개선 경험을 소개합니다. H社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 경제환경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1년에 한번 시행하던 평가제도를 상시 평가, 피드백 제도로 바꾸었습니다. 1개월에 한번씩 팀리더가 팀원을 대상으로 면담하고 이를 기록해 인사팀에 제출하면 경영진이 다시 이를 리뷰, 피드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1여년 운영 후 관련한 헬스 체크결과 관련 제도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족이 매우 높았고, 제도 시행의 본래 목적이었던 ‘상시 피드백’ 문화를 구축하는데 오히려 장애물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테일러리즘식 기계적 운영에 있었습니다. 먼저 팀리더는 매월 상당한 분량의 문서 작업과 공식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 행정 작업 자체에 큰 부담을 느꼈습니다. 팀원은 매월 고정된 질문을 리더가 기계적으로 반복해 종국에는 없는 애로사항, 건의사항마저도 억지로 지어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피로감을 호소했습니다. 더욱이 실제 어려운 점을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개선되거나 돌아오는 피드백이 거의 없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경영진 역시 매월 방대하게 쌓이는 자료, 정보 속에서 어떤 것을 수용하고 또 피드백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H社는 시스템의 목적과 상호작용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팀 리더, 구성원이 상시적으로 생산적인 소통을 이뤄 실질적 성과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질문을 바탕으로 면담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일상에서 상시적 소통과 각 팀원에 대한 파악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방향이 좀 더 취지에 부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월단위 정해진 기간 면담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강조하는 원칙, 포인트(성과관리, 정서관리 등)를 두고 비공식, 공식 대화를 팀리더가 자유롭게 수행하고 이를 분기 내 틈틈이 기록해 두기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1, 3분기는 인사/조직 총괄 리더가 각 조직 리더와  1 on 1 meeting을 진행해 리더가 소속 구성원의 상황 및 성과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동시에 논의내용을 종합 정리해 제공, 현장조직의 행정적 부담을 최소화하였습니다. 팀리더는 관련 자료를 토대로 상반기말, 연말에 공식 리포트를 제출함으로써 팀원들의 공식적 리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시에 인사팀은 상시적으로 조직 구성원에 대한 1 on 1 meeting을 수행해 조직의 건강도를 일상적으로 체크하면서도 자연스레 리더십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해당 개선안은 이전 방식에 비해 리더십의 관리를 위한 행정/시간 부담은 크게 줄이면서도 조직 구성원 개개인성에 맞는 관리, 피드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조직의 실질적 생산성과 관련 시스템에 대한 만족도을 높이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조직,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으로 조직 운영의 초점과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것은 전통적인 위계 조직이 기존 계층 구조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좀 더 생산적인 구조개편을 이행하고 역할 중심의 조직운영으로 전환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대다수 조직이 트리구조의 단선적인 계층구조를 취하는 이유는 직원과 기업 소유자 사이에 추적 가능한 지휘계통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제는 대부분 이 계층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는 계층구조 각각의 포지션에 이상적인 ‘사람’이 위치하는 것은 조직도 그림과 별개의 문제이며, 설령 두가지 조건 – 이상적 계층구조와 이상적 사람- 이 맞는다 하더라도 실제 조직의 의사결정과 소통은 트리모양대로만 발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실제 의사결정과 소통은 아래 그림처럼 공식적인 계층 구조를 넘나드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소통)네트워크와 (권한)계층[17]: 계층이 아니라 운영 초점이 문제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는 조직은 기존 위계/트리 조직구조를 취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의사결정/소통 네트워크를 파악해 계층 구조와 각 포지션에 위치할 사람을 ‘실제 작동하는 현실’에 비추어 조정(Fitting)합니다.


 H社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H社는 오랫동안 디자인 실, 웹디자인/브랜드디자인 팀 리더 모두가 공석이었습니다. 최초 경영진은 조직의 디자인 기능이 이상적으로 작동할 경우를 가정해 디자인을 실규모로 두고 두개의 팀을 구성했지만 오랫동안 조직의 맥락과 각 디자인 세부 기능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해 총괄할 리더를 임명하지 못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각 구성원이 리더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결과적으로 관련 기능이 해당 리더가 모두 존재할 때보다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영진은 이를 파악하기 위해 리더의 공백기 동안 실질적으로 형성된 디자인 조직 구성원의 (비공식) 네트워크를 확인했습니다. 그결과 비공식 네트워크 상에서 각 조직 구성원의 니즈를 자발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이해당사자간, 그리고 조직 바깥의 다른 유관 리더와 조율해 문제를 해결하는 네트워크 ‘허브’로 두드러지는 팀원이 존재하고, 이를 중심으로 건강한 비공식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경영진은 디자인 실을 팀규모로 축소하는 대신 관련 조직 구성원들과 사전 공감 후 해당 팀원이 디자인 팀을 공식적으로 리드할 수 있도록 역할 부여했습니다. 또한 네트워크 파악과정에서 기존 공식 협업 조직외 다른 조직에서도 일상적으로 디자인 을 필요로 하는 업무, 담당자가 있음을 파악하고 일련의 니즈가 디자인 담당자들 사이에서 적절히 파악, 조율/분배, 조치되도록 조직을 매트릭스화해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일련의 이유로 기업이 조직과 구성원간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자연스레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 역시 바뀌는 것입니다.(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파악해보고자 하시는 분은 이전 글 인재, 인재 운용에 대한 관점: 누가 조직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가? 슈퍼스타 Superstar VS 집단의 협력과 Invisible Giver 를 참조 부탁드립니다.)

 

 일반 경영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내는 개인’ 한명 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조직에 ‘슈퍼스타’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슈퍼스타를 규정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규정하는 슈퍼스타, S급 인재는 실증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상당부분 학벌, 스펙, 조직 시스템 충성도 등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한 정형화된 프레임 안에서 정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슈퍼스타가 아닌 대다수 구성원은 슈퍼스타의 성공 신화를 보며 이를 꿈꾸기 보다는 소외와 박탈감,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배타적 감정은 결국 ‘슈퍼스타’의 조직적응을 방해하는 독으로도 작용합니다.

  

 미국 진화생물학자인 윌리엄 뮤어 William Muir는 생산성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실험을 했습니다. 그는 생산성 높은 슈퍼 닭으로만 구성된 집단과 생산성 높은 닭과 낮은 닭이 혼합된 일반 집단을 가지고 일곱 세대를 길렀습니다. 실험 결과, 슈퍼 닭으로만 구성된 집단은 다 죽고 세 마리만 남았다. 일반 집단의 닭들은 전부 살아남아 ‘MVP’ 동료들보다 160%나 더 많은 달걀을 낳았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닭은 그 자신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닭의 생산성을 억제합니다. 이는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지혜를 수용한 기업은 ‘수퍼스타’ 개인에 집중하기 보다는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관계에 집중합니다.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개개인이 힘을 합쳐 상호 협력, 신뢰를 이룰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자연스럽게 ‘협력, 신뢰’를 촉진하는 이타적인 ‘연결자’를 찾고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실제 미 조직 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다양한 실험, 연구(메타 연구 포함)를 통해 성공 사다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부류는 조직 내에서 이타적이고 협력적인 행동을 하는 ‘기버 Giver’ 의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연구결과 기버는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에 위치할 가능성이 가장 큰 동시에 조직에 부가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기버의 성공은 주변 사람들의 성공을 유도하는 파급 효과를 낸다. 기버의 일관된 이타적 행위는 조직 구성원의 행동양식을 바꿉니다. 그것이 하나의 긍정적 규범위 되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질적으로 건강한 소통을 하며 그 규범을 실천하고자 애씁니다. 건강한 문화가 조성되는 것입니다.


 초개인화 시대, 새로운 경영이 추구하는 인재상에서는 기존 인재상 – 직무적 탁월성에 초점 - 과 달리 ‘정신적 성숙/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담당 직무 분야에 정통한 전문성을 가지되 이타심, 관용을 바탕으로 조직 내, 타 조직간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가능한 사람, 동시에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에 자신을 연계시킬 수 있는 성숙함을 갖춰야 합니다. 기업이 이 같은 관점을 수용한다면 조직은 더 이상 소수의 슈퍼스타에 올인하고 차별화된 체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 회사-글로벌 상장 기업으로부터 높은 가치(약 2300억원)로 인수된-의 조직/인사를 리드할 당시, 저와 경영진은 이러한 관점을 수용해 가치와 행동규범, 인재상을 정립하고(그림 참조) 이를 기준으로 조직 전반적인 인재 역량, 성숙도의 편차(Fluctuation)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 앤 아웃(In & Out) 전 과정에서 노력했습니다.  
  

제조분야 인공지능 회사 사례 / 초개인화 시대의 인재상_Framework

 
 ‘협력’, ‘신뢰’, ‘이타성’에 초점을 두어 연 2회 조직 부문별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를 동료로부터 선정해 포상하고 이것을 연말 평가/보상에 있어서도 중요한 참고자료로 다뤘습니다. 개별 평가 역시 조직의 ‘핵심가치’에 연계한 성숙한 ‘태도’가 실제 목표달성 과정에서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면밀히 파악하고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 협력과 맞지 않고 동료의 개개인성을 불합리한 방식으로 억압하거나, 개인/집단 이기심을 부추기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과감한 경고와 분리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기업은 높은 전문성으로 자신의 몫을 묵묵히 충분히 하면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뛰어넘어 조직 내 동료와 동료를 연결하는 성숙한 사람을 찾아 대우하고, 그들이 안심하고 기꺼이 조직의 회반죽(모르타르)이 될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어야 합니다.

 

| 다섯, 열린 학습체계를 구축하라.


   표준화 중심인 일반 경영의 육성은 정보와 지식의 주입 자체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지식, 정해진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정형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짜여집니다. 각 직무 별 요구되는 자격증 혹은 교육 이수 수준이 정교하게 구성되고, 교육 혹은 훈련 과정의 이수 여부가 중요히 다뤄집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교육/육성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어 접근성이 혁신적으로 높아졌지만 그 메커니즘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구성원에게 기업 교육은 ‘교육을 위한 교육’이 된 지 오래입니다. 우리에게 기업교육은 이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거나 혹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임하는 귀찮은 시스템으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정작 업무, 상황맥락에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배우고 싶고,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은 회사 시스템 상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초개인화 시대, 그리고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이 핵심이 된 New Normal 기업환경에서 배움에 대한 초점은 ‘무엇(What)’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기업 교육/육성의 핵심은 구성원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든, 그리고 조직이 그게 ‘무엇이든(Whatever)’ 상황맥락에 필요한 지식, 정보를 빠르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How(어떻게)’에 대한 ‘지혜’를 조직에 이식하는 것입니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어떤 환경에 처하든 실재하는 현실에서 꼭 필요한 배움을 구하고 이를 스스로 학습해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반복하며 성장할 수 있는 방법과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학습 시스템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사내 교육팀이 조직별로 필요한 직무 교육 목록 및 스케줄을 짜고, 이수여부를 독려 강제하는 시스템은 이런 관점에서는 오히려 일상적, 상시적 학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됩니다. 개개인성이 고려된 새로운 육성 경영 시스템과 그 안에서 익숙하게 일하는 한 직원의 행동 플로우는 다음과 같이 전환되어야 합니다.


①  문제 상황을 재정의한다. 신제품의 기술적 특수성이라 할지라도 a)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문제 영역에 해당하는지 b)기존 문제해결에 활용했던 스킬을 응용할 수 있는 범주인지 가설을 분류 해본다.


②  분류된 가설을 가지고 해당 영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내/외 전문가 동료에게 피드백을 요청한다. 문제 상황과 사전에 스스로 생각한 접근 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문제 정의가 명료할수록 동료들의 아이디어, 피드백이 빨라진다. 이때 직접적 접근법도 좋지만 간접적인 정보 – 관련 도서, 정보 사이트(링크), 교육 프로그램 등 -에 대한 조언도 함께 구한다.


③  동료의 피드백과 별개로 자신의 접근 아이디어에 기반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자체적으로 수집한다. 이때 즉각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도서, 관련 사이트의 유료 정보, 교육 프로그램은 간단한 리포트만 작성 후 복잡한 승인 절차 없이 바로 구매, 접근해 열람할 수 있다.


④  2번과 3번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반복하며 시행착오를 거친다.


⑤  문제를 해결한다.


⑥  문제를 해결하는 2번~4번 과정의 핵심 내용을 추려 전사 지혜 공유 채널을 통해 릴리즈 한다.


⑦  유사 문제를 겪었던 혹은 겪을 수도 있는 구성원들의 인정(recognition), 그리고 추가적인 문제 해결 아이디어, 의견이 자유롭게 기재된다.


⑧  리더는 문제해결 과정, 결과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그의 노력을 칭찬함과 동시에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교훈이 무엇인지 좀 더 나은 대안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회고한다.


 초개인화 학습 시스템의 핵심은 구성원이 접근 가능한 학습 프로그램 리스트가 아닙니다.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학습의 기회,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 혹은 프로그램/도구를 즉각적으로 ‘연결’해줄 수 있는가? 가 핵심입니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학습 프로그램을 찾거나 직접 만들고자 했을 때 쉽게 접근 가능하게 ‘편의성’을 높이고, 동시에 구성원 스스로 학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열린 EX 친화적(Employee Experience)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체개발한 교육 뿐 아니라 대학, 전문기관의 유수 교육 컨텐츠 제휴, MOOC(수강인원의 제한 없이 누구나 온라인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는 공개 강좌) 등 접근할 수 있는 학습 컨텐츠 채널을 확장하고 이를 각 구성원의 직무/검색 패턴에 맞게 온라인 플랫폼에서 큐레이션 해 보여주며 컨텐츠 별 학습도구, 인터랙티브 피드백 시스템 등이 제공되는 개인학습 클라우드(PLC, Personal Learning Cloud) 구축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또한 사업을 막 시작한 스타트업 등 예산의 제약으로 PLC를 구축하기 힘든 기업도 있습니다. 예산이 충분하더라도 넷플릭스 등과 같이 기업철학상 기업교육 자체를 실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 기업이 상대적으로 쉽게 취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은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필요한 교육/스킬 컨텐츠를 찾아 이행하고 관련 비용을 지원받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도서 무제한 구입 제도입니다. 책은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모든 지식, 실무를 정제된 형태로 다룬다는 측면에서 학습의 가장 전통적이고 본질적인 콘텐츠로 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애자일 경영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입니다. 실제 필자가 몸담은 기업을 포함해 많은 스타트 업 관리자, 구성원은 직원의 실질적 성장을 돕는, 만족도 높고 인상적인 대표적 복지로 도서 무제한 구입제도를 꼽습니다. 때때로 이를 악용하는 사례 역시 때때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신뢰 기반의 자율과 책임 문화가 정착된 기업이라면 시도해 볼만할 것입니다. 자체 도서 구매 가이드(Do & Don’ts) 만으로도 대부분 제어됩니다. 전통적인 기업교육 시스템/운영과 비교했을 때 예산 상의 부담도 훨씬 덜한 편입니다.


 | 여섯, 의미하는 대로 말하라.


   일련의 다섯가지 원칙에 자연스레 포함되면서도 독립적으로 조명되어야 할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소통’입니다. 기업 현장에서 조직관리에 관여하다보면 발생하는 거의 모든 이슈가 사실은 ‘소통’ 문제에서 비롯합니다. 원칙을 세우고 소규모 모둘식 조직구조를 구성하고 개개인을 존중하는 시스템과 운영을 한다고 천명해도 결국 조직과 개개인이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단계에서 모든 공든탑은 무너지고 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컨대 브리짓워터의 ‘극단적인 솔직함’이라는 제 1 원칙을 당장 기업이 벤치마킹한다고 해도 당장 소통 차원에서 문제가 될 공산이 큽니다. 필자가 몸담았고 또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실시간 상황입니다. 회사에서 구성원들은 양쪽에서 이런 하소연을 합니다.


 “대체 우리 회사는 왜이렇게 조심하는 거지요? 생산적인 대안을 도출하려면 좀 편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도 얘기하고 비판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잘못된 것이 있어도 상대방 눈치를 보느라 말을 못하는 분위기에요”, “솔직하게 피드백을 하라고 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더니 상대방이 감정이 상해서 저랑 말을 하고 협력도 전보다 더 하기 힘들어 졌어요”  


 이런 맥락에서 조직은 더더욱 ‘오해하지 않도록 말하고’, ‘오해하지 않고 듣는’ 방법에 대한 공동체의 의식적인 고민과 합의가 필요합니다. 수많은 소통방법론이 있지만 이러한 맥락, 더불어 기업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소통 방법론이 있습니다.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입니다.


 비폭력 대화는 미국 심리학자 마셜 로젠버그 박사에 의해 창안되었습니다. 구글을 대표적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공식 도입한 정신훈련 프로그램인 ‘Mindfulness(마인드풀니스)’와 연계해 지속 소개되고 있는 프레임이기도 합니다. 비폭력대화의 핵심은 ‘의미하는 대로 말하고 듣는’ 것입니다. 즉 “보낸 메시지”가 “받은 메시지”와 가능한 동일해지도록 말하고 또 그것을 확인하며 듣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그 핵심은 단순합니다.


 먼저 실재감Presence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는 쉽게 말해 내 자신과 상대방이 다를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그대로의 주변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둘째, 호기심과 배려에서 비롯한 의도를 품고 소통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실제 그런 의도를 품고 이야기하고, 또 조직차원에서 구성원이 그런 의도에서 대화를 시작한다는 신뢰, 약속이 형성된다면 소통으로 인한 오해가 생산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는 역으로 기존 기업의 소통이 어떤 관점, 어떤 의도로 소통을 다뤄왔는지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합니다. 아래 표는 우리가 생활하면서 일반적으로 습득한 관점과 예상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조직, 구성원은 이런 경험에 기반한 소통을 ‘호기심과 배려’에 기반한 의도로 대화의 시작점을 되돌려야 합니다.

 비폭력 대화의 최종 원칙은 ‘중요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대화에는 수많은 요소가 개입합니다. 관련 없는 것들 가운데에서 정말 관련 있는 것들을 골라내어 정직하게 이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를 조율하는 것입니다. 비난이나 반응적인 판단, 자의적 해석에 갇혀 있기 보다 상황과 가장 밀접한 실제 관찰결과와 그 사건에 관련한 감정, 그 감정이 일어나게 만드는 깊은 걱정과 욕구에 대해 이해하고, 일련의 과정을 상대방과 공유하며 대화를 끌어가는 것입니다.


 실제 비폭력대화 프로그램을 도입, 적용해 실체적인 변화를 체감하는 국내 기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필자가 자문, 인터뷰한 한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진, 인사조직 리더가 관련 방법론을 적용해 조직에서 실제 발생한 직장 내 갑질(파워 해리스먼트, Power Harassment) 이슈를 당사자, 및 내부 이해관계자 모두가 안전하게 리텐션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갑질을 했다고 파악되는 당사자는 오랜기간 갑질을 당했다고 느끼는 당사자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와 본질적인 행동변화를 이루었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도 성숙하게 사과를 수용하는 한편 두 당사자 모두 회사가 조치과정에서 부여한 새로운 과업, 역할에 만족하며 몰입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또한 경영진과 인사팀은 일련의 이슈가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초기 두사람을 중심으로 갈라졌던 내부 이해관계자 모두를 비폭력 대화의 프레임 안에서 충분히 면담해 상황을 교정했고 그로인해 더 이상 관련 이슈가 일종의 ‘가십’으로 다뤄지는 현상을 막았습니다. 나아가 이 회사는 이를 공식 제도화해 조직 개개인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함께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소통해야하는지 인식하고 노력하는 것을 기업차원의 의무, 원칙으로 삼고자 검토 중입니다.


조직혁명과 문화주도의 전환


  토마스 쿤 Thomas S. kuhn의 기념비적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 따르면 정상 과학에서 진보는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는 사실과 이론의 축적에 따른 연속적이고 점진적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혁명, 즉 단절적 파열 과정에서 경쟁하는 이론(그에 수반되는 믿음, 가치, 인식의 총체를 포함) 중 하나가 집단에 적극적으로 수용, 지배적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면서 이뤄지는 것입니다.[18] 쿤은 낡은 관념으로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이상현상anomaly’이 갈수록 더 많이 일어나다가 마침내 구태의 관습이 위기에 몰릴 때, 비로소 새로운 혁명이 폭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술차원에서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과 같은 현대 디지털 기술은 가히 기술혁명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우리가 사는 세계, 문화를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조직 바깥 세상에 한해서입니다. 조직 안의 세상은 여전히 19세기 테일러의 그림자가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19세기의 낡은 시스템이 여전히 공고하고 이를 완벽히 대체할 대안이 아직은 마땅치 않다고 여기는 것과는 별개로 테일러리즘의 수명은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 조직의 주체들은 지금의 조직 패러다임이 더 이상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다주지 않고 조직 구성원을 제대로 움직이게 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조직 바깥의 세계의 변화가 더 가속화되기 전에, 그래서 조직 바깥의 우리와 조직 안의 우리 간의 간극이 더 커지기 전에 조직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조직 바깥을 향한 초개인화를 기술 패러다임 전환이 해결했다면 조직 내부를 향한 혁신은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궁극적으로 구성원 모두의, 때로는 본능을 거스르는 의지적이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문제해결(조직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첫걸음은 바로 아는 것입니다. 조직 내에서 변화해야 할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조직 맥락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시작점으로 명확한 조직운영 원칙과 방향성을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넛징Nudging 할지를 감안해 구조와 프로세스를 설계합니다. 마지막은 운영입니다. 운영은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 -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 프로세스, 구조, 전략, 리더십 등 – 간의 상호작용과 연계성을 고려해 진행되어야 하며 일회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그 적합성을 검증하고, 피팅Fitting해야 하는 것입니다. 조직 밖의 우리와 조직 내의 우리를 용기있게 통합integration할 때 우리는 비로소 평균주의의 유령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초개인화 시대를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김연수    


 


References


[1,2,3,14] 토드로즈, 평균의 종말, 정미나 옮김/이우일 감수, 21세기 북스 2018

[4]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2006

[5] 서울경제 “신입생, 에어팟 안빼?”…’똥군기’는 안변했다. 손지민 기자 2020-02-10

[6] Lisa Burrel, We just can’t handle diversity, a research roundup, Harvard business review 2016,7-8

[7] Gökçe Sargut, Rita Gunther McGrath, Learning to live with complexity, Harvard business review 2011, 9     

[8]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창비, 2006 

[9] Netflix Culture Deck, [Freedom & Responsibility]
[10] 어니스트펀드, 문화 매뉴얼, 2020

[11]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2018, Super Cell 발표자료 [The Cell Structure: How Supercell Turned the Traditional Org-Chart Upside Down]

[12] John Besrears/Francesca Gino, Leader as Decision Architects, Harvard Business Review, 2015, 5

[13] 기존 테일러리즘과 비교해 미래조직에 부합하는 경영 철학/가치가 어떤 것인지 살피고자 하는 독자는 도서 [네이키드 애자일, 미래의 창,2019] 참조   

[15] Yoichi Shoda, Daniel Cervone, and Geraldine Downey, eds., Persons in Context: Building a Science of the Individual (New York : Guilford Press, 2007)

[16] Joi Ito, Jeff Howe, WHIPLASH: How to Survive Our Faster Future, 2016, 한국어판본

[17] Jurgen Appelo, "Management 3.0- Leading Agile Developers, Developing Agile Leaders," Addison-Wesley (한국어판, 조성빈 역)

[18] Thomas S. kuhn, 홍성욱 옮김,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까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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