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이란 무엇인가. 아르바이트 6개월차에 알바생에 대해 생각한다. 저번 주말은 유독 바빴다.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이렇게나 바쁜 건 처음이었는데 오픈부터 마감까지 모든 테마의 예약이 풀로 차 있는 것이다. 한 테마를 입장시키고 나면 다른 하나의 테마가 끝나고, 그럼 그 손님들을 퇴장시키고, 중간중간 들어오는 문의 전화와 힌트 요청까지. 어서오세요와 안녕히 가세요를 백번은 말한 기분이었고 테마를 정리하기 위해 무릎을 백번 꿇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정수리와 뒷모습을 가장 많이 본 날이기도 했다.
우리 매장 카운터에는 매장 곳곳에 달린 CCTV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있다. 방탈출의 특성상 손님이 지금 어떤 방에 들어가 있고, 어느 정도까지 게임을 진행했는지 모니터 해야하기 때문에 우리는 CCTV를 통해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모니터 속의 영비와 하라무는 열심히 테마를 정리하거나, 자물쇠를 풀고 있다. 키가 작은 나는 보통 상대방의 정수리를 볼 일이 거의 없는데 CCTV의 힘을 빌리면 나는 가장 높은 곳에서 이들을 내려다보게 된다. 그럼 나는 아주 큰 거인이 된 기분이고, 이들은 조그마한 사람이 되어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고개를 숙이고 손님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조심 테마를 정리하는 영비와, 내가 테마를 정리하는 사이 또 새로운 손님을 받고 있는 하라무. 손님에게 받은 이용약관 동의서를 노트북에 입력하고 있는 하라무. 영비의 작은 정수리와 하라무의 뒷모습을 보며 왜인지 모를 애틋함이 느껴진다. 카운터에서는 우리 매장에 대한 불만을 막 쏟아내다가도 손님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는 우리. 입 끝에 험한 말을 달고 살다가도 손님 앞에서는 예쁘고 고운 말만 하는 우리. 그 모습이 모순적이면서도 웃기고, 조금은 대견하다.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우리는 불만 불평을 쏟아내는 아이가 되었다가, 손님 앞에서는 언제나 미소를 유지하는 어른이 된다.
매장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알게 되는 건 다름 아닌 알바생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책임이 없다. 먼저 팀장님에게 말하고, 팀장님이 어떤 지시를 내리면 우리는 따를 뿐이다. 그대로 놔두라고 하면 그대로 놔두고, 고치라고 하면 고치고,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린다. 우리는 매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우리가 없다고 해서 이 매장이 망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는 새로운 알바생이 우리의 자리를 메꿀 것이고, 우리처럼 이 매장에 대한 노하우가 쌓일 것이며 결국 매장은 잘 돌아갈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는 매장을 걱정하면서도 걱정하지 않고, 애정을 주면서도 많은 애정을 쏟지 않는다. 이건 알바생이든 사장님이든 마찬가지이다. 알바생이란 언젠가는 떠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 떠날 사람인 우리는 손님을 맞이할 때 최선의 친절을 베푼다. 손님들이 너무 재밌었다는 만족의 미소를 날리실 때면 꼭 내가 이 매장을 만든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손님이 만족했다고 해서 나의 월급이 더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항상 최선의 친절을 베푼다. 우리도 모르게 그러고 있다. 팀장님은 손님이 많고 바쁜 날이면 과자를 한 꾸러미 사서 간식으로 먹으라고 보내신다. 서클님(크리에이터님인데 성이 서 씨이다.. 그래서 줄여서 서클님이라고 부른다.)은 점심을 먹고 돌아오실 때 언제나 음료를 두 잔 사서 돌아오신다. 그러고는 한잔을 아주 시크하게 건넨다. 서클님이 손에 음료를 두 잔 들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내꺼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저 음료가 내 것인 걸 알고 있지만 전혀 몰랐던 사람처럼, 마치 명절에 용돈을 받을 때 이미 알고 있었지만 화들짝 놀라며 너무 뜻밖이라는 표정을 짓는 것처럼 나는 매번 놀라며 매번 감사하다고 말한다. 어쩌면 서클님도 이제는 그만 사주고 싶은데 그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이제 그만 사 오셔도 돼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매번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담아 감사하다는 말과 조금의 장난을 건넨다. 그리고 언제나 그 음료는 달고 맛있다.
그렇다면 알바생이란 무엇인가. 학생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이고, 매장에 소속되어 있으나 완전히 소속되어 있지는 않은 사람이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존재이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매장을 싫어했다가 좋아했다가 하고, 오늘 그만둬야지 마음먹었다가도 내일이면 다시 매장에 출근하며, 어제는 동료의 실수를 보고 화내다가 오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를 보며 말을 아껴야지 다짐한다. 이 애매한 애정과 혐오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어른이 되어간다. 어쩌면 알바생이란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은 사람들. 하루하루 커가는 게 눈으로 너무 잘 보이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