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 이 글에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음의 기억은 조심스레 다루어야 하는 것을 알기에, 이 글이 아주 조금이라도 불편하시거나 아픔을 자극한다면 읽기를 멈춰주세요.
지나온 시간이기에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안전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검은손이 다가오는 악몽을 매일 꾸었다.
그 손은 점점 내 몸을 조여 왔고,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는 소리치며 깨어나길 수십 번 반복했다.
그 무렵,
엄마와 아저씨 사이에
사랑을 듬뿍 받는 갓난아이가 태어났다.
내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랑이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아이가 먼저 울고 있었는지,
내 울음에 놀란 아이가 울기 시작한 건지,
그땐 알 수 없었다.
단지, 아이가 온 이후
엄마의 냉대가 훨씬 더 심해졌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나는 점점 더 조용해졌고,
점점 더 작아져만 갔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아저씨, 엄마, 갓난아기, 그리고 나—
그 순서로 나란히 누워 잠에 들었다.
꿈속에서는 또다시 검은손이 나를 덮쳤다.
깨어나서 비명을 지른 것인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는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엄마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엉엉 울며 끌려 나간 그 순간만큼은 선명하다.
그 방.
불을 켜도 사방이 캄캄해
어둠에 둘러싸인 방.
그곳에 갇혀,
검은손이 나오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 건
바로 그날부터였다.
밤이면 밤마다
엄마는 나를 그 방에 밀어 넣고
바깥에서 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갔다.
내가 아무리 두드리고 외쳐도
그 누구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아무도 없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엄마, 아저씨… 제발요.
아무도 없어요…”
김치냉장고와 냉장고가 윙윙대던 방.
책장이 빽빽하게 놓여 있던 그 방에서
나는 많은 책들을 끌어안고 잠에 들었다.
한 권 두 권,
바닥으로 펼쳐 놓은 동화 속 그림들은
그 시기의 내게
어둠을 달랠 유일한 밤의 친구들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또, 악몽에서 깨어나
다시 외쳤다.
“아무도 없어요…”
어두워질 즈음 들어간 그 방은
날이 훌쩍 밝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열렸다.
그게,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 지나고 낮이 오고,
또다시 밤이 찾아오는 동안
문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아무도 없어요…”
쉰 목소리로 울부짖다 잠에 들었고,
자면서도 나는 중얼거렸다.
“아무도 없어요…”
며칠이 지나고,
문은 다시 열렸다.
지금에서야 알지만,
그 문 너머엔 캐리어와 짐 가방이 놓여 있었다.
아마도 나는,
아무도 없는 빈 집에
혼자만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여섯 살에서
일곱 살까지의 기억은
그 어두운 방,
닫힌 문,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던 외침으로
마무리된다.
“아무도 없어요…”
그때,
누구라도 이 외침에 단 한 번만이라도
대답해 주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