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생존자의 하루 기록
오늘도 비가 왔다.
세상은 금요일 밤이라 들뜨는 분위기인데,
나는 또, 혼자 고장 난 것처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고장 난 건 세상일까, 나일까.
이 질문이 오늘 하루,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자해 흔적을 따라 거칠게 뛰는 심장박동,
일주일 내내 소진 돼버린 에너지의 총량.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마음으로—
나는 그저, 버티는 중이다.
시끌벅적한 가족, 연인, 친구들 틈에서
나만 홀로 터벅터벅—
우산도 없이, 이 비를 그대로 맞으며 걷는다.
그리고 그 순간이, 조금 우습게 느껴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는 속담처럼,
나는 늘 고장 난 세계의 충돌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어.
그래서 이렇게 아픈가 봐.
작은 교통사고에도 후유증이 남는다잖아.
단순한 스침도
며칠은 관찰하고 조심해야 한다는데,
나는—
내 가장 내밀한 곳을 침범당했어.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마음의 방이
산산이 무너져 내렸고,
그 폐허 위에서
나는 오늘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아픔을 견디고 있어.
그러니 이 고통이 오래가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고장 난 건 세상인지, 나인지—
이제는 누가 좀 답해주었으면 좋겠어.
고장 난 세계와 고장 난 나의 충돌이라면
그 잔해들은 결국 온 우주를 덮고,
다시 더러워질 테니까.
어쩌면, 지구가 멸망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어.
몇 날 며칠을 쌓아온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모든 시간, 언어, 호흡,
모든 구원, 현재, 용기까지도—
나만이 나를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언제라도 저주이고, 잔인한 세계의 농간이다.
고장 낸 사람 따로, 고치는 사람 따로—
반복되는 고장 앞에
지쳤다.
퇴근길 버스에서 이 글을 쓰다,
기사님이 폭행당하는 걸 목격하고
신고하게 된 밤.
막차도 없어 터덜터덜—
걸어서 집까지 돌아오니 새벽 한 시 …
우연 같은 고통이 겹겹이 쌓인 채,
아무것도 아닌 듯 돌아가지도 못하는
새벽이 미친 듯이 아리다.
고장 난 세계에서,
사람들이 고장나버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럼,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