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이라니...
콩이는 8살에 되어서도 화장실을 아빠랑 가고 목욕도 아빠랑 한다.
아직까지 남녀구분이 어렵다.
책에 나오는 그림을 보면서 어떤 친구가 여자야? 어떤 사람이 남자야? 물으면
모른다고 하거나 아무나 대충 찍는다.
머리가 긴 친구는 여자야..
치마를 입은 친구는 여자야..
이런 정도로 알려주는 수 밖에 없다.
밖에 나가서는 화장실에 혼자가는 것이 어렵다.
문을 잠궈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한다.
화장실에 가면 먼저 문을 닫고 손잡이를 돌려 잠근다..
이렇게 배웠으니 문을 닫고 잠그는 시늉을 할 뿐이다.
학교에서는 도우미 친구 2명이 번갈아 가며 따라가거나 특수반 선생님이 함께 화장실을 간다.
소변은 어찌어찌 뒷처리를 하는데 대변은 어렵다.
뒷처리를 해야 하는 필요성도 잘 느끼지 못하는것 같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배워서 그렇게 할 뿐이다.
이런 콩이가 성조숙증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슴에 몽우리가 생겼고 얼마지나서는 아프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모든게 다 느리고 어설픈 아이가
8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황당하고 화가 났다.
성조숙증을 방치하면 초경이 빨리오고
키도 더 이상 크지 않는다 한다.
화장실도 혼자 못가는 녀석에게 몇 년 후 초경이 오면 대체 감당이 될까.
마음의 성장도 더딘데 몸의 성장도 멈추면 어찌해야 하나..
콩이는 가공식품도 거의 먹지 않고, 밀가루 음식도 거의 안먹는 편인데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나..
매사 느리고 부족한 아이인데 왜 이것만 이리 빠르나..
조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뼈 나이를 알아보기 위해 엑스레이를 찍고, 혈액 검사를 1회 해서 1차적인 검사를 한다..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이후 2시간에 걸쳐 5번 채혈을 하며 정밀검사를 한다..
대략 이렇다.
2시간 동안이나 주사바늘을 팔에 꽂아 놓아야 한다는 정밀검사가 걱정되었지만
집 근처 병원에 예약을 하고 1차 검사부터 시작하였다.
뼈 나이는 2살 반 정도 빠르다 한다.
혈액검사 결과 정밀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한다.
정밀검사 예약을 잡은 후에 더 알아보니
콩이는 ADHD 증상 완화를 위해 리스페리돈을 먹고 있는데 그 부작용일 수도 있다는 글을 보았다.
약을 먹이기 시작할 때 그 부분을 알고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건데 하는 후회가 생겼다.
그런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은 소아정신과 의사에게도 짜증을 냈다.
정밀검사 일정을 조금 미루고, 약 부터 바꾸었다.
또다른 부작용이 생겼다.
콩이가 흥분상태가 커져서 신날때 평소보다 더 신나고, 우울할 때 평소보다 짜증이 훨씬 심했다.
잠을 잘 못자고, 새벽에 2시부터 잠에서 깨서 칭얼거렸다.
약을 바꾼데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며칠 견뎌보았지만 변화가 없었다.
소아정신과를 다시 찾아갔고 약을 증량하면서 지켜보기로 했다.
다행히 잠 자는 게 좀 나아졌고, 콩이 상태도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정신과 약이 참 이상하다.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몇주가 걸리는데
약을 바꾸거나 중단했을 때는 부작용이 즉시 나타났다.
정밀검사를 했다.
몸에 뭔가를 붙이고 있는 걸 잘 못견디는 콩이이기에
2시간이나 바늘을 꽂고 있는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검사시간 동안 팔에 꽂혀있을 바늘에서 콩이 관심을 돌리고 좀 더 시간이 빨리가게 하기 위해서
콩이가 좋아하는 책을 여러권 준비하고, 갯수가 많은 빵을 샀다.
시작이 어려웠다.
주사바늘을 꽂을 때 콩이를 눕히고 간호사 한분이 콩이 위에 올라타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몇분간의 몸부림과 울음 후에는 비교적 평온하게 진행되었다.
30분마다 채혈을 하는데 그 사이에는 주사바늘 부분을 보호대로 가려 관심이 가지 않게 했다.
미리 준비한 책과 빵이 제역할을 하였다.
최종 결과는 아직 듣지 못하였지만
정밀검사는 사실상 건강보험 혜택을 위한 절차 같았다.
치료 주사를 맞는 비용이 꽤 비싼데 정밀검사 결과가 있으면 건가보험이 적용된다고 한다.
증상이 나타난 걸로 이미 서글픈 일이지만
앞으로 주사를 맞고 최대한 정상적으로 성장하였으면 좋겠다.
소근육, 대근육, 인지능력 등등 다른 느린 부분들도
이제는 반대로 어서어서 조숙한 증상이 나타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