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이 아빠 Oct 27. 2022

# 자폐스펙트럼 소녀의 초등생활 6

싫어!! 코로 볼거야!!

자폐스펙트럼 아이의 충동성 있는 행동은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상황에 맞지 않는 언행이 어색하고

남들은 하지 않는 행동이 우스꽝스럽다.


학교생활이 시작되고 몇달이 지나자

1학년 3반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콩이에게서 보이는 어색함과 우스꽝스러움을 완전히 인지한 것 같다.

또래 보다 성장이 빠른 아이들은 벌써 학기초에 눈치를 챘을 터이고

남들 보다 느린 아이들도 이제는 모두 인식을 공유하게 된 것 같다.

이상하게 말하고 이상하게 행동하는 이상한 아이

좀 모자라고 쉬운 것도 잘 이해못하는 아이

콩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이미 그런 친구가 되었다.




콩이는 유독 "조심" 이라는 말을 싫어라 한다.

조심해야지, 조심해요, 조심해서 움직여요 등등 조심하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조심안해 조심안해"를 외친다.

담임선생님이 친구들 책가방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서 지나가요라고 하면

무슨 욕설이라도 들은양 "조심안해 조심안해. 다시는 학교오게 하지마"라고 거의 울먹이며 내지른다.

급식실에서 식판을 든 콩이에게 

흘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선생님 말이 나오기 무섭게

"조심안해 조심안해. 다시는 밥 주지마"를 시전한다.

집에서 가능하면 조심이라는 말을 안쓰려고 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상황이나, 신발을 신다가 넘어질려는 상황 등에서

무심코 조심해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경우는 순간 아찔하다.

여지없이 "조심안해 조심안해 이거 다 버려"라는 말이 쏟아진다.


콩이는 담임선생님 시간의 대부분을 자리에 앉지 않은 상태로 보낸다.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제 녀석이 보고싶은 책을 읽거나

교탁 옆에 선생님과 나란히 서서 선생님 책을 떠들어 보거나 한다.

수업시간에는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콩이에게 먼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교탁 옆에 선 콩이에게

"콩이 선생님~ 책 읽어 주세요" 라거나

"콩이 선생님~ 물 좀 떠다 주세요"라거나

"콩이 선생님~ 저 화장실 갈래요"라는 식으로 웃으며 야유를 보낸다.


콩이는 선생님의 지시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양말 신는걸 유난히 싫어라하는 콩이에게

특수반 선생님이 쉬는시간에 와서 "콩이야 교실에서는 양말을 신고 있어야지"라고 하면

"싫어!!! 양말 버릴거야!! 버려야지 잉잉잉"이라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른다.

"콩이야 책은 제자리에 정리해야지"라는 말이라도 들으면

"싫어!!! 내일 정리할거야!!! 버려야지 징징징"으로 꽥 질러댄다.

아이들은 고함을 지르는 콩이에게

"콩이야 제발 좀...."이라던지

"싫어! 버릴거야!!"라는 식으로 질려하거나 비꼬듯 흉내를 낸다.


콩이는 눈으로 보라는 말을 싫어라 한다.

시력도 안좋고 시지각도 좋지 않아 눈으로 보면서 하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왔다.

잘 보고 해야지.. 눈으로 보면서 하면 할 수 있어..

"싫어!!! 코로 볼거야!!!"라고 냅다 비명을 지른다.

밑도 끝도 없는 부정이다.

1학년 3반 아이들에게 콩이는 코로 보는 아이가 되었다.




한번 했던 얘기를 주어를 바꿔가며 또 말하고 또 말해 

옆에서 제 녀석을 챙겨주는 아이들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남의 자리에 제 자리인양 앉아서 비켜주지 않아 

하필 유독 착한 그 아이를 한참을 울게하고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아이들이 제 녀석을 보고 웃어도

그저 그러한 웃음이 신나고 재미있을 뿐 몇몇 아이들의 웃음뒤에 있는 조롱은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 속에 들어가 부대끼고 소통하면서 웃으며 울며 그렇게 생활하기를 바라던 때가 있었다.

막상 그런 상황을 보고 있자니 콩이를 향한 아이들 모습을 속속들이 알게되는게 불편하다.

제 녀석을 보고 웃으며 반응하는 아이들의 그 겉모습만을 즐기는 콩이의 시각으로 함께 바라봐야

아빠 마음도 편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