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이 아빠 Oct 27. 2022

#자폐스펙트럼 소녀의 초등생활 8

공개수업 참관기

"아빠, 선생님이 다음주 수요일에 공개수업을 한대."

"공개수업이 뭔대?"

"엄마 아빠가 교실에 들어오는거래"


가끔씩 단편적으로 학교 소식을 전하곤 하는 콩이의 말이다.

아주 어쩌다가 한번씩 기억에 남아있는 전달사항을 이런식으로 툭 던질때가 있는데

기특하고 기쁘다.

대부분의 전달사항은 콩이 입으로 전해 듣기 어렵지만

이런식으로 가뭄에 콩 나듯 소식을 물어다주는 콩이가 이루말할 수 없이 기특하고 그래서 기쁘다.


학교에 확인을 해본다.

콩이의 말대로 수요일에 공개수업이 있단다.

1교시는 특수반에서 2교시는 1학년 3반에서 공개수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특수반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1학년 3반에 가면 콩이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바닥에 앉아 보낸다.

바닥에 앉지 않더라도 제멋대로 원하는 일을 한다.


다른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교실에서 콩이의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을 할까?

따뜻한 이해보다는 십중팔구 의아함과 어쩌면 불쾌감일 것이다.

왜 선생님이 저 아이를 통제하지 않는가 하는 의아함과

우리 아이에게 불편함과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불쾌감..

그게 정상적인 반응일 것이고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콩이를 그런식으로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

고민끝에 콩이를 1교시에 특수반의 공개수업에만 참여하게 하고

2교시에는 1학년 3반에 올라가지 않고 그냥 특수반에 남아 선생님과 추가 활동을 하도록 했다.




특수반의 공개수업..

콩이까지 7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이름도 비슷한 한 쌍둥이 형제는 전혀 착석이 안되고 돌아다닌다.

어떤 아이는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착석은 하고 있으나 오롯이 선생님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각자 자신의 관심사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선생님은 통제를 할 수 없고, 교실이 혼잡하다.


평소에는 아이들이 국어수학 시간에는 특수반으로 오고,

나머지 시간에는 각자의 반에 돌아가 있으므로

특수반에 오는 시간이 많이 겹치지 않아

전체 그룹수업보다는 1:1, 1:2 수업이 주로 진행된다고 한다.


공개수업 중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은 주로 콩이가 했다.

"빨강과 노랑을 섞으면 무슨색이 되는지 아는 사람?"

"저요! 주황색이요" 콩이가 또랑또랑 외친다.

"콩이야 그럼 검정과 흰색을 섞으면 무슨색이 될까?"

"싫어! 말하기 싫어요!" 늘상 부정어가 많은 콩이의 우렁찬 대답이다.

"콩이가 글씨를 잘 읽으니까 이 이름표를 친구들한테 하나씩 나눠줘 볼까"

"싫어! 안해 안해! 다시는 학교 오라고 하지 마세요!" 우선 반항하고 보는 콩이의 우스꽝스런 언어습관이다.




척척 대답하는 콩이가 기특해서 기쁘고

무턱대고 부정어만 내질러대는 콩이가 미워서 슬프다.

특수반에 있어야 하는 콩이가 안쓰럽고

특수반에 있을 수 있어 고맙다.

공개수업 참관으로 마음이 참으로 아련하다.

이전 07화 #자폐스펙트럼 소녀의 초등생활 7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