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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Oct 29. 2022

#자폐스펙트럼 소녀의 초등생활 10

왕할머니 장례식

얼마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콩이에게는 증조할머니다.

콩이는 증조할머니라는 어려운 말보다는 왕할머니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귀가 많이 어두우셨고 코로나로 할머니를 찾아뵙는 횟수가 극히 적었기 때문에

콩이에게 왕할머니는 그다지 친근한 대상은 아니었다.

가끔씩 영상통화를 하고, 댁에 가면 자기 장난감을 잠시 같이 노는 정도의 사람이었으리라.




콩이가 통제안될 것이 걱정되어 장례식장에 데려가지 않으려 잠시 생각했지만

가족을 떠나보내고 장례를 치른다는 인생에서 몇번은 거쳐야할 과정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함께 할머니 상을 치르러 갔다.

상을 치르는 동안 장례식장에 며칠을 머물렀고,

콩이에게는 3일간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되었다.

콩이가 얌전히 있을리 만무했고 장례식장이 부모님 댁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콩이는 엄마와 함께 부모님댁에 머물려 장례식장을 왕래했다.


사람의 죽음이라는 개념을 콩이가 이해할리 만무했다.

왕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왔고, 장례식장에서는 얌전히 있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입시킨 탓에

친척들의 물음에 척척 대답은 했으나

"그럼 왕할머니는 언제 오시는 거야?"라고 여러번 묻는 것을 봐서

상황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직접 보고 들어도 이해 못하는 것이 많은 아이인데, 당연히 그럴만하다.

탈상을 하고 왕할머니 무덤을 만드는 과정에도 콩이를 데려갔다.

왕할머니가 저기 들어가셔서 이제 영영 볼 수 없다는 말을 일단 알아듣는 것은 같은데

깊이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녀석이 조금 더 크면 죽음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이 죽으면 다시는 만날 수 없고, 영상통화도 할 수 없고, 장난감도 같이 가지고 놀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할 날이 올까.

학교를 쉬고 장례식에 콩이를 데려간 것은 잘한일 같다.

엄마 아빠나 친척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슬퍼하는 분위기를 직접 보고 느끼고,

많은 사람들이 며칠간 할머니 영정에 사람들의 예를 표하는 것을 지켜보고,

무덤을 만들고 제를 올리는 과정을 다 지켜보게 하는 것이 녀석에게 큰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콩이가 갑자기 달라진 점이 있었다.

평소 고기를 스스로는 먹지 않던 녀석이 

끼니때마다 나오는 보쌈고기와 머릿고기를 마구 먹어대기 시작했다.

고기를 먹기 시작했으니 학교 급식도 좀 더 잘먹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아빠, 또 장례식장에 밥 먹으러 가자"

"왜?"

"고기가 맛있어"

장례식장을 밥 먹으러 가는 곳으로 이해했는지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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