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기복
콩이는 학교 입학 직전부터 ADHD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애초에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
때로는 효과가 없는 정도를 넘어
오히려 마음을 통제하는 정상적인 체계가 고장나버린 느낌이 들때가 많다.
충동성과 짜증을 스스로 잘 통제를 못하고
느닷없이 화를내고, 갑자기 애교많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말도 안되는 이유로 분노를 표출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 안경 없어!!!!"라거나
"신데렐라 책이 안보여. 아무리 찾아도 없어!!!!" 라는 식으로 있는대로 소리를 질러댄다.
그러다가도 이내 잠잠해 지고, 아침밥상에 앉는다.
등교이모가 오시고 엄마 아빠가 출근하고 나니
"이모! 알사과 20번 책이 없어요. 얼른 찾아와요 ㅠㅠㅠㅠ" 통곡을 한다.
알사과 시리즈는 구입한 것이 아니라 동네 분한테 나눔으로 받은 터이고
원래 20번 책은 없었으며, 콩이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모! 저번에 선생님한테 받은 OX 퀴즈 종이 어딨어요. 아무리 봐도 안보여!!!" 괴성을 지른다.
구깃구깃하고 오래되서 콩이가 보는 앞에서 쓰레기통에 버렸고
제 녀석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바이다.
매일 무슨 말이 안되는 이유로 등교이모한테 소리를 지르고 때로는 통곡을 한다.
학교에 도착하면 특수반 선생님을 만나서 실내화 갈아신고 학교 건물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선생님은 아이들이 오는 족족 데리고 들어갔다가 나오시기 때문에
콩이가 도착한 순간에는 선생님이 안보이는 날이 많다.
"선생님 없잖아ㅠㅠㅠㅠㅠ 다시는 학교 오게 하지 마세요!!!!" 고함을 내지른다.
실내화 신으며 조금만 기다리면 선생님이 나오신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녀석은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그런 감정의 폭발을 오히려 즐기는 듯 하기도 하다.
학교 일과 중에도 작은 일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책을 내던지거나 울음을 터뜨린다.
생뚱맞게 2학년 1학기 국어책이 없다고 울기도 하고,
안전한 생활 선생님이 안오시는 날인 걸 뻔히 알면서 선생님 왜 안오냐고 버럭버럭 소리지른다.
결석한 친구를 결석했음을 알면서도 일부러 계속 찾아대고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뻔히 저쪽에 책이 있고 그것을 알면서도 무리 찾아도 안보인다고 징징거린다.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감정의 기복을 약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산인 것 같다.
습관적으로 매일 밤 약을 먹이기는 하지만
수면 효과만 확실할 뿐 일상생활의 평온한 감정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리스페리돈 성분의 약이 좀 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는 하나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호르몬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배제하더라도
그 효과가 특별히 더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