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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보성 Apr 30. 2018

하늘색

잠들기에, 책을 읽기에도 적당한 햇볕     

그는 눈을 감지도, 책을 펼치지도 않았다     

그는 가만히 서 있는듯했다

그러나 그의 초점은 거울에 비친 그의 눈을 벗어나지 못했고 오히려 강하게 집중했다     

그에게 비친 피사체는 섞이지 못한 검은자와 흰자였다     


거실로 나온 그는 검은 커피를 내리고 얼음을 꺼냈다     

얼음이 떨어지고 커피가 튀어 올랐다     


그는 움찔했다

그가 고개를 숙여 바라본 것은 흰 셔츠 위에 섞이지 못한 검은 잉크였다


‘아……’     


그가 몸을 돌리려는 찰나, 유리잔에 튕겨 방황하던 빛이 그의 눈을 자극했다     

그는 빛에 반응해 창가를 바라보았다     

하늘의 색은 빨간, 그리고 노란색이 섞인 듯했다     


“아!”     


그는 얼마 동안이나 그것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는 누군가 그것을 주황색이라 말하지 않기를 바랐다

또한 스스로 섣부르게 표현하기를 그만뒀다     

그는 바깥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신발장 앞에 멈춰 선 그가 작게 읊조렸다     


“하늘에 물들었어”     


탁자 위의 커피가 조금 연해졌고 얼마간 차가울 것이다


2017.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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