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데미안>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게도 두 세계가 있다. 악의 세계, 선의 세계. 정 반대의 성질을 가진 듯한 이 두 세계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가까이 맞닿아있다. 나는 이 두 세계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번갈아 경험한다. 종종 나는 선의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 악의 세계를 선망한다. 아니다. 그 순간 나는 악의 세계에 속해있었으리라. 나는 두 세계 사이에 혼동한다. 그럴 때면 나는 울렁이는 혐오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봐주는 시선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내 모습을 선의 세계를 통해서만 본 듯하다. 나는철저히 악의 세계는 숨겼다. 악랄하게 선의 세계만 공표했다.
나를 좋은 사람으로 봐주는 시선, 말과 몸짓을 느낄 때면 악의 세계가 관철당할까 봐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들의 시선, 말과 몸짓은 내가 어느 곳에 서 있는지 확실하게 비춰준다.
만일 내가 선의 세계에 속해있다면 나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을 착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 두 세계 가운데 어느 곳에서 온 마음인지 혼란스럽다. 좋은 사람이고 싶어 자명한 악의 세계를 선의 세계에 포함할까 두렵다.
두 세계는 너무 가까이 맞닿아있다. 좋은 사람이라는 형상 앞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