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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14. 2024

79. 울지 않는 아이

-에쿠니 가오리 「소담」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작가가 8년 동안 썼다는 신변잡기적 일기 같은 성장 에세이다.  

일상적인 스케치.  독서일기.  

나는 이 작가의 에세이보다 소설이 더 좋다.

 

초반에는 유부남과 사랑했던 경험을 써서

잠깐 날 당황하게도, 공감하게도 만들었다.  

애인은 아내의 특권을 누릴 수 없고, 아내는 애인의 특권을 가질 수 없다는 자기변명(유부남을 사랑하는)이 이해도 되고 안쓰럽기도 하다.  

한 남자를 두 여자가 가지고 싶어 하는 게.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어차피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결혼을 결심한 이유가 이혼사유가 된다는 말도 있으니 그저 순간의 감정일 뿐이다.  

사랑에 대해 회의적인 나는 그저 나만의 우주에서 내 방식대로 나한테만 기대하며 살고 싶다.  독신주의자였던 내가 결혼까지 하게 만든 사랑이 내 기대와 너무 다른 걸 느껴 온 나는

에쿠니 가오리가 남편과 결혼 전에 했던 일들(산책이었나? 소소하지만 설렘을 간직했던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혼자 집을 나와 배회하던 날 쓴 글에서 똑같은 외로움을 가졌다.


몇 편의 독서일기에서 한 작가의 책을 읽고 자신도 다시 글 쓰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졌다고(그 작가의 폄하가 아니라 그렇게도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털어놓는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과 8년 동안 생긴 일들, 그 행복한 필연과 경솔함을

절반은 사랑하고 절반은 저주한다고 비장하게 말한다.  

뒤표지의 글이 그녀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말해주는 것 같다.




'어른스럽다는 것은...

등뼈를 반듯하게 세우고 있는 것,

어리광을 피우거나 아부하지 않는 것.'


함덕해변의 순비기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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