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이명세, 백영옥, 김훈, 박칼린, 박찬일, 장기하, 신경숙, 이적과 이병률이 함께 여행하며 느낀 단상과 사진들로 엮어 낸 책이다.
생각보다 와닿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노트에 여행일기를 쓴 걸 보는 기분이다.
읽다 말다 해서 그럴 수도 있고 내 상황이 지금 별로라(나는 조직과 구성원들, 민원서류들, 내 반항심과 실랑이하며 당장 그만두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휴가 하루도 제대로 못 쓰는 일상을 겪고 있으니..) 자유로운 이들이 여행경비와 시간 걱정 없이 여행하고 글 써서 책을 내는 게 샘이 나서 일어나는 마음일 수도 있다.
타인의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지레짐작하는 소인배의 어리석음이다.
와인을 즐겨 마시기 시작한 터라 은희경의 호주 와이너리 방문과 ‘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 피우기’ 핀란드 여행이 인상적이었다.
그중 여행자들이 넘쳐 난다는 탈린이라는 곳.
나무 색깔이 모두 하얀색인 것처럼 설경이 근사한 사진과 따뜻한 불빛의 넓은 도서관 풍경이 아늑하다.
캐나다 퀘벡주의 몬트리올과 퀘벡시에서 음악 여행을 한 이적의 글에서는 자유분방한 히피와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세계에서 예술종사자들의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는 몬트리올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펍에서 낮술을 즐기고 매일 밤 소공연이나 유명한 공연을 보러 다닌 장기하의 영국 런던 여행들도 기억에 남고 따라다니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