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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26. 2024

87. 일기일회(一其一會)

-법정 「문학의 숲」


시니컬하면서 정곡을 찌르거나 사회병폐에 대해 혼내는 내용도 많고 그런 현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쓰고 타인과 자기 자신을 위해 깨우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강한 어조로 말씀하신다.  


가끔 스님들의 이런 말을 읽거나 듣다 보면 남자니까, 본인은 그런 일을 해보지 않았으니까 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시면서 홀로 의식주를 직접 챙기고 사신 것은 정말 존경스럽다.  

내가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분인 것도 안다.  

하지만 요즘 사회가 핵가족화되어 가족들이 함께(특히 삼대가 함께 사는 삶)하는 생활의 장점을 못 누린다고 했을 때 그 많은 식구들의 밥상을 늘 차려야 하는 여인들의 삶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당연히 그래야 하며

그것조차 그 어머니, 아내, 딸들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듯한 말씀은 주관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가족이라도 타인들을 위해 몇십 년 동안 끼니를 챙겨본 사람만 그 큰 부담감과 책임을 알 수 있다.  


끝부분에 미혼모나 이혼한 사람들이 아이들을 버리는 반인륜적인 행태(분명히 그렇다)를 나무라면서 드는 예가 스님이 아는 가족의 갓난아이를 잠깐 안았을 때 웃는 모습을 보고

그런 아이를 어떻게 버리냐는 거였을 때는

한 달 정도라도 혼자서 갓난아이를 키워보고 그런 말씀을 하시라고 또 한 번 너무 단편적인 사고방식에 실망하기도 했다.  


당연히 자식을 버리고 아동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비난뿐만 아니라 큰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힘없는 어린아이에게 나쁜 짓을 하는 인간들은 정신병자일 뿐 부모도 어른도 아니다.  

그와 별개로 나 이외의 타인을 위해(아무리 내 자식이라 하더라도) 온전히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그 힘듦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미혼모(부)처럼 절망적인 사람에게 비난만 하는 건 참기 힘들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 남녀 모두 건강한 마음을 먼저 가지게 하고 책임지는 어른으로 성숙하게 만들고 서로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교육하고 나쁜 업을 짓지 않게 해줘야 한다.


아등바등 살아온 세월이 생각나 괜히 욱하다가 그래도 삶을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살기 위해 마음에 새겨두고 곱씹을만한 내용도 많아서 옮겨 본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 시간을 무가치한 것, 헛된 것, 무의미한 것에 쓰는 것은 남아있는 시간들에 대한 모독이다.  

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위해 써야겠다고 순간순간 마음먹게 된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라.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     


‘때때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십시오.  

자신이 겪고 있는 행복이나 불행을 남의 일처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행복과 불행에 휩쓸리지 않고 물들지 않습니다.’     




- 장혼 선비의 〈평생의 소망〉 中 -    


‘홀로 머물 땐 낡은 거문고를 어루만지고 옛 책을 읽으면서

그 사이에 누웠다가 올려다보면 그만,

마음이 내키면 나가서 산기슭을 걸어 다니면 그만,

흥이 도도해지면 휘파람 부르고 노래를 부르면 그만,

배가 고프면 내 밥을 먹으면 그만,

목이 마르면 내 우물의 물을 마시면 그만,

추위와 더위에 따라 내 옷을 입으면 그만,

해가 지면 내 집에서 쉬면 그만이다.

비 오는 아침과 눈 내리는 낮, 저녁의 석양과 새벽의 달빛,

이토록 그윽한 삶의 신선 같은 정취를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말해주기 어렵고,

말해 주어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자신의 맑은 복을 생각하고

또 어떤 조촐한 맑은 복을 지니고 싶은 지 돌아보십시오.’     


길가의 회화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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