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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22. 2024

85. 정약용의 여인들

-최문희 「다산책방」


난설헌을 읽었을 때보다 감동이 덜 하다.  

정약용을 좋아하고 그의 저서를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있던 차에 난설헌의 작가가 쓴 소설이 눈에 띄어 얼른 읽었다.  

생각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다산의 고뇌가 그리 인간적으로 다가오지도 않았다.  

거장이 하기에는 너무 개인적인 것이라 오히려 이상했나.   

그저 유배지에서 자기가 도움 받은 여인을 무심하게 버려두고 죽을 때까지 찾지 않았다는 내용만 가슴에 와 박힌다.  

정조와 정약용의 끈끈함, 명예와 업적,

18년간의 오랜 유배시절 동안 쓴 수많은 저서와 제자들.

이런 내용보다 그저 진솔(소설 속 정약용의 유배시절 여인)과 그 딸의 마음에 가슴이 아리다.  그의 부인도 안쓰럽다.  

내가 워낙 사사로운 감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큰 인물의 사상과 성취보다 그 주변 사람들의 다친 마음들이 자꾸 걸리나보다.

소설 상 허구인지 사실인지 잘 모르겠다.  조선시대였으니..  지금 이 시대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다산 정약용의 생가와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이제 모두 사라진 그와 그의 여인들을 떠올려 본다.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글은 여전히 남아있다.




노년유정(老年有情)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 없으니

그대는 자신을 꽃으로 보시게


털려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 들면 못 덮을 허물없으니

누군가의 눈에 들긴 힘들어도

눈 밖에 나기는 한순간이더이다


귀가 얇은 자는 그 입도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도 바위처럼 무겁네


사려 깊은 그대여

남의 말을 할 땐 자신의 말처럼 조심하여 해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너그러움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은 정은 사람을 감동케 하나니


마음이 아름다운 그대여

그대의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지리라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뜻이요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고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 먹고 소화불량 없게 하려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것이리라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이고


정신이 깜박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리


지나온 세월을 다 기억하면 정신이 돌아버릴 테니

좋은 기억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라는 것이리라


-다산 정약용


카페 마당의 가래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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