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64괘의 뜻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주의 깊게 읽다가도 각 괘상들을 숫자, 계층,구조와 비교 등으로 자세히 분석하는 곳은 건너뛰거나 건성으로 읽었다.
복잡한 걸 이해하려 하기보다 그냥 튕겨내는 나의 뇌구조다.
희한한 건 지금 내 선택에 맞는 글들이 나에게 힘을 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자기 합리화나 그런 글에라도 의지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로 맞지 않고 좋지도 않은데(하긴 산수 말대로 딱 맞는 상황에서는 또 다른 걸림이 있을지도 모른다) 기어이 휴직을 한 것에 대해 혼자 죄책감이든 불안함이든 가지고 있는나에게
‘괜찮다, 세상은 넓고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기만의 삶을 살아도 된다.
그러면서 또 다른 삶의 진리도 깨달아 가는 거다.’라고 위로하며 격려해 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를 단단하게 해 주었다.
인생이 늘 순환한다는 말은 내 인생이 객관적으로 가을 겨울이어도 주관적으로는 다시 봄처럼 느끼게 하고 제대로 한 번쯤 꽃을 피워보고 싶게 했다.
작년에 처음 주역을 가볍게 소개한 책에서 읽은 글 중에서는 ‘누런 소의 가죽으로 싸서 꽉 잡아 붙들어 둬야 한다’는 내용이 계속 나를 누르고 있었는데(내가 그 글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올해는 이 주역인문학을 읽고 안정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세상을 더 넓게 경험하는 것도 나를 키우는 멋진 일이라는 글만 마음에 남았다.
하나의 괘상이 마음과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도 있다는 건 세상 모든 일이 내가 어떻게 마음을 짓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불교의 일체유심조와도 일맥상통한다.
앞부분의 천지부(天地否)는 끝을 이야기했는데 뒷부분의 천지부는 하늘과 땅 사이의 넓음을 말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미래와 넓은 세상을 뜻했다.
나의 가능성이 뭔지 아직 모르겠다.
여러 종류의 생각이 뒤죽박죽이지만 뇌보다 심장이 원하는 대로 비자 잔고증명과 학비를 위한 대출을 받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