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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Sep 05. 2024

95.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법정  「문학의 숲」


호주에서 법정스님의 첫 번째 법문집 ‘일기일회’를 읽고 거의 15년 만에 두 번째 법문집인 이 책을 읽었다.

스님의 날카로운 눈초리와 시니컬한 말투와 핵심을 찌르는 통찰력과 조언들이 이 글에서 생생하게 느껴진다.  

펴내는 말에 스님의 제자들과 함께 류시화 시인의 이름이 있는 것도 괜히 뿌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친한 것이.


몰타로 가져온 다섯 권의 책 중 마지막이라 더 천천히 읽었다.  

ebook은 영 책 읽는 맛이 나지 않아 한국어로 된 종이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삶이 그립다.  

그 안에서는 나오고 싶어 발버둥 쳐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나의 이 모순된 마음이 싫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스님이 그게 도의 세계라고 말씀하신다.


중생심, 갈등, 왔다 갔다 하는 마음,

일상생활 속에서의 복잡 미묘한 마음들을 가진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도의 세계이고

그것들을 한 고비씩 참고 넘어가며 견디는 것이 진정한 정진이자 종교라고.  


불교에서는 내가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부처를 믿으라고는 하지 않는다.  

기독교도 선한 일을 많이 해 왔겠지만 서양의 종교들은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여 왔다.  

지금은 이슬람교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많은 사람들을 억압하고 탄압한다.  

하긴 불교가 창시된 인도에서도 인간을 등급으로 나누고 사람 취급 하지 않기도 한다.  

힌두교가 인도의 공식 종교인 것 같은데 지금 막 찾아보니 세계에서 가장 오랜 종교 중 하나이고 특정 교리나 교조, 중앙집권적 권위나 위계조직도 없는 관용적이고 덜 배타적인 종교라고 한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종교들이 왜 이렇게 배타적이 되었을까.  

다른 나라의 종교, 문화와 생활 방식을 내 기준대로 평가하고 비난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사람을(동물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정말 참기가 힘들다.  


너무 오랫동안 읽어서 앞부분은 가물가물하다.  지금 다시 들춰보니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다.

       



‘모든 것은 덧없다(제행무상諸行無常)’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이라고 한다.  


‘모든 것은 변하고 영원하지 않다.  

모든 것은 한때이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다르고 변한다.  

허무주의로 빠지라는 말이 아니고 이 변화와 무상함 속에서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살며 늘 깨어 있으라는 말이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이 시간 속에서 나는 오늘 얼마나 맑게 깨어있었는지 되돌아본다.     


해변가의 협죽도 같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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