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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Sep 09. 2024
97. 먼바다
-공지영 「해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코끼리만 생각한다는 어느 심리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남는
소설이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피천득의 인연에 나오는 말도 생각난다.
40년 전 첫사랑과의 만남과 그 오래전 기억들과 서로 어긋나던 순간들을
그려
놓은 내용인데 공지영 작가의 많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80년대 대학가와 민주화운동 등이
다시
나온다.
인생에서 가장 깊이 박혀 있는 사건과 기억들이라 어찌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박완서 작가가 전쟁의 악랄함과 그로 인해 겪은 인간의 추악함과 잔인함을 못 잊고 그걸 꼭 글로 써서라도 알리고 싶었다는 말처럼.
약간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다.
작가는 고통과 고독과 책 읽는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그의 말처럼 섬진강변에 있는 작업실에서 힘들게 썼을 테지만 나에게 사랑 이야기는 현실적인 것이 더 와닿는다.
하지만 왜 이런 감상적인 소설을 썼는지 혼자 추측하고 이해가 된다.
공지영 작가는 여전사, 아마조네스 부족 같다.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하고 공격도 많이 받는다.
스스로 강하다고 여기지만 상처를 많이 받은 상태인 것처럼 보인다.
그걸 치유하고 자정 능력을 다시 가지기 위해 과거에 사랑받던 기억들, 자신을 소중하게 대했던 사람들, 여전히 자기를 생각하고 좋아하고 있을 거라
믿는
사람을 소설로라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람과 삶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사람과 사랑으로만 치유될 수 있을 테니까.
불암산의 누리장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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