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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pr 30. 2024

3. 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문학동네」


장편 소설인 줄 알았다.  

단편 소설은 뭔가 어정쩡하게 끝나는 느낌이 들어 읽다 만 기분이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 중 ‘리진’을 참 감명 깊게 읽었다.  한 장의 기사로 이어진 취재와 상상을 가지고 그렇게 미세한 떨림이 꽉 찬 소설을 쓸 수 있다니..  


‘모르는 여인들’에는 총 7편의 소설들이 실려 있다.  그중 두 편을 읽으며 눈물이 막 흘러나와 아예 통곡을 해버렸다.  

‘성문 앞 보리수’라는 제목의 단편에는 두 여인이 나온다.  

그들이 오랜만에 독일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른 한 친구의 근황을 묻는데 그녀가 죽었다고 말한다.  

아등바등 억척스럽게 집을 장만하고 예쁜 커튼까지 달아놓고는 저녁을 가족과 함께 먹은 후 여보, 나 갈래요 하고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 대목을 읽는 순간, 그리고 그 장면과 그 마음을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뜨거움이 꾸역꾸역 올라오더니 눈물이 쏟아졌다.  

난 뭐가 그리 힘들어 소설 속 그 여자의 마음에 가 닿았을까.    


‘모르는 여인들’에서는 형식적이던 관계가 가족보다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픈 모습을 자신의 가족에게 보여주기 싫은 여자는 자신의 집에서 일을 하는 다른 여인과 따뜻한 관계 맺기를 한다.  

그 둘의 교환 노트는 그들의 마음이 이어지는 과정을 곁가지 없이 깔끔하게 보여준다.  

내 마음을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나는 소설 속 인물들과 관계 맺기를 하는 것 같다.      


황금산의 애기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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