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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l 31. 2024

69. 오래 준비해 온 대답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딸 무렵 김영하 작가의 어떤 글에서 그가 대학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었다는 내용을 보았다.  

경영학 석사인 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뭐였는지 궁금하다.  

한국어강사를 하면서 가르치는 게 별로라고 했던가.  나도 그렇다.  내가 공부하는 건 괜찮은데 내 지식이나 방법을 누군가에게 가르치고 숙제 내거나 평가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그의 소설들과 에세이를 연달아 읽게 한

‘검은 꽃’은 어떤 시작과 과정으로 태어났을까.  


김영하 작가의 여행에 대한 책은 이번이 두 번째 같다.  ‘여행의 이유’는 얇지만 손이 가지 않았다.  

제목이 좀 고리타분했나.  예전에도 여행과 관련된 에세이들은 별로 내 주의를 끌지 못했다.  

여행지에 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을 접하고 유적들이나 관광지를 소개하고 음식점이나 근사한 카페거리 등을 감상적인 설명으로 풀어내는 글들이 그곳에 있지 않은 나에게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걸 깨 준 사람이 이병률 시인이다.  그의 시 한 줄 때문에(그것도 다른 작가의 책 속에 인용된) 그의 책들을 먹어치우듯 다 읽고는 그처럼 여행하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혼났다.


‘오래 준비해 온 대답’은 오래전에 쓴 걸 다시 발행한 것이라고 한다.  

서점에서 앞의 몇 장을 잠깐 읽다가 딱 그 순간 내가 걱정하던 정말 실질적인 고민(회사를 그만두면 국민연금은 그렇다 치고 건강보험은 비쌀 텐데 하는 걱정 따위)을 아내와 나누는 대화장면을 읽고 바로 사버렸다.  

가끔 내가 여행에세이를 읽지 않는 이유의 내용도 있어서 건성으로 넘긴 장도 있지만 어떤 글은 내 마음에 훅 들어와 한참을 멍하게 있기도 했다.  

내가 혼자 여행하면서 느낀 꽉 찬 감정을 표현한 글이다.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볍게 전해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 버린다.’


일월수목원의 삼지구엽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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