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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방귀를 참으시나요?

「희극의 파편」31. 한국 민담 - 방귀쟁이들 中

by 재준

방귀 소리가 "누구냐!"하는 소리로 일관된 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옛 시골의 장날, 밤이 깊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방귀쟁이가 어느 주막 집에 하는 수없이 머무르게 되었다. 그런데 배가 아픈 것이 계속 "누구냐, 누구냐..."하며 한없이 시끄럽게 방귀를 뀌었다. 그 소리에 잠에서 깬 손님들은 화가 나 벌떡 일어나 팽이처럼 생긴 마개를 만들어 방귀쟁이의 항문에 단단히 막았다.


그런데 마침 그 주막에 도둑이 들어 장독 뒤에 한참 숨어있다가 쌀을 한짐 지고서 도망치려는 것이었다. 놀란 방귀쟁이는 갑자기 뻥! 하는 마개가 튕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누구냐!!"하는 큰 소리가 터져나왔다.


놀란 도둑은 지게도 쌀도 다 던져두고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도망가고 말았다고 한다.



「희극의 파편」은 단편, 장편 희곡 중 재미있는 한 장면을 선별해 그 감정적 여운과 미학적 장치를 분석하고 현대적 맥락에서 다시 사유해보는 비평적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가지고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독자와 함께 놀아보는 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희극의 파편」 서른한 번째 작품은 한국 민담의 '방귀쟁이들'입니다.

(출처: 임동권 문학박사)

사실 여름이 다가와서 한국의 괴기담에 관해 연재할 예정이었는데 한국 민담에 너무 재밌는 내용들이 많아서 큰일입니다.ㅎㅎ


오늘은 특별히 세 가지 방구쟁이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방귀 소리가 "누구야!"로 들리는 한 방귀쟁이의 이야기였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방귀쟁이들은 모두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신입 와이프들입니다.


부담없이 가볍게 한번 읽어보시고 가세요^^


어느 방귀를 잘 뀌는 아가씨가 시집을 간 첫날밤에 방귀를 뽕뽕하고 뀌는 바람에 집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밤 아기를 가져서 정확히 열 달 후에 아들을 낳게 됩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습니다. 아들은 어느날 아버지가 없는 서러움에 엄마에게 화를 내며 묻습니다.


어머니, 왜 우리는 아버지가 없는교? 사람들이 아비도 없는 후레자식이라고 안 카는교.


어머니는 그날 처음으로 본인이 쫓겨난 이유를 사실대로 아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다음날 소년은 어머니한테 호박씨를 받아냅니다. 그러고선 길거리에 나가 이렇게 말합니다.



자, 호박씨 팝니다! 그런데 방귀 안 뀌는 사람이 심으면 하루에 두 지게 정도를 딸 수 있는 특별한 호박씨입니다요.




그러자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이를 나무랐습니다.

인석아, 방귀 안 뀌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니?


그 소리를 들은 소년은 어머니에게 당장 달려가 물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어느 동네에 살고 있는지 알아? 그것만 말해줘, 제발.


어머니는 아버지가 어디어디에서 새 마누라를 얻어 살고 있다고 일러주었습니다.

이튿날 당장 소년은 그 집에 찾아갔습니다.



그러곤 다시 크게 외칩니다.


자, 호박씨 팝니다! 그런데 방귀 안 뀌는 사람이 심으면 하루에 세 지게 정도를 딸 수 있는...

그러자 한 남자가 나와서

"세상 천지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 하더랍니다.


그러자 그 소년은 그러면서 왜 우리 어머니는 첫날밤에 방귀를 뀌었다고 내쫓았어요, 그랬더니 찍소리 못하고 사내는 본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잘 살았다고 합니다.






옛날 어느 참봉이라는 집에서 새며느리를 맞아들였습니다. 그녀는 예쁘기로 소문이 나있었지만 방귀를 잘 뀌었습니다. 그 며느리는 3년간 시부모를 잘 섬기고 남편 봉양을 잘 하였으므로 그 동네에서 칭찬이 자자해 참봉이라는 장인어른이 참으로 그녀를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참봉이 며느리의 안색을 보더니


아가야, 무슨 일이 있길래 안색이 그리 나쁘냐?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며느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합니다. 참봉은 괜찮으니 어서 나한테만 말해보거라, 라고 달래니 그때서야 며느리는 자신의 비밀을 까발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버님, 그런 것이 아니올시다. 사실은 제가 방귀를 3년동안 참으니까 안색이 이런가봐요.


그랬더니 참봉 아버지는 안심을 하며 웬 방귀를 못 뀌어 안달인 것이냐? 편하게 뀌거라. 어디 얼굴색이 쓰겠느.. 라고 말한 순간 며느리는 그동안 참아왔던 방귀를 뀌기 시작하는데 그 화력이 얼마나 센지 아버지는 큰방문을 잡고, 시어머니는 대청문을 잡고, 시누님은 부엌문을 잡고, 서방님은 작은 방문을 잡고, 머슴은 대문을 겨우 잡은 채 들락날락거렸습니다. 이후 며느리를 데리고 있다간 큰일이 날 것만 같아 참봉은 그녀를 얼른 친정에 보내기로 합니다.



친정으로 가는 길, 며느리는 가마에 태우고 참봉은 그 뒤를 따라 가다가 배나무 아래 잠시 쉬게 되었을 때입니다. 그 옆에 나뭇짐을 진 장사꾼들이 자꾸만 안절부절못하고 그곳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대충 이러합니다. 저 나무 위에 달린 배는 만병통치의 약배인데, 이 나무가 워낙에 높고 커서 사람이 올라가지도 못하고 작대기도 닿지 않습니다. 이 배만 딸 수만 있다면... 지금 앓고 누워 계시는 임금님에게 세 개만 잡수시게 하면 나을 것이라면서 혀를 차는 것입니다.


가마 안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며느리가 잠시 나옵니다.

아버님,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무엇을 말이냐, 아가야?




장사꾼들은 비웃었습니다. 무슨 수로 그 배를 따느냐고 하면서말입니다.


아버님, 저...쪽까지 비켜나십시오. 가마꾼들은 가마를 옮겨주시구요.



그러고선 치마를 걷어젖히고 엉덩이를 배나무에 대고 방귀를 뀌자 어디서 우박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배가 우르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 약배를 주워서 임금님께 바쳤으며 며느리도 그 약배를 먹고 방귀 뀌는 것을 고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온 식구가 화목하게 잘 살았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되게 웃긴데 되게 슬프기도 하는... 특히나 아이의 저 똑똑함이란..



「희극의 파편」은 독자가 가볍게 마주할 수 있도록, 그저 장면을 꺼내어 놓기만 합니다.


적용 질문입니다.



1. 남에게서 무엇을 보나요? 나의 단점을 보나요?


2. 단점은 나를 무너뜨리나요, 나를 증명하는 건가요?


3. 나의 단점은 정말 나만의 것일까요, 내가 직면한 이 세계의 시선의 것일까요?


4. 나의 단점을 감추기 위해 우습게 보이려고 했던 적이 있나요?


5. 나는 왜 결국 되풀이하고 마나요?


「희극의 파편」은 ‘이상하게 오래 남는 순간들’을 의도적으로 골라내고, 붙잡고, 말로 돌려줍니다.



결혼의 본질은 사랑보다는 조건이긴 해요. 흐흐, 농담이고...


-정승제


오늘의 노래입니다.



Nani Nani / Nani Venuse - Na Palapalai

(출처: Na Palapalai채널)


Nani nani ha`aheo

아름답고, 아름답고, 자랑스러워.


He nani no `oe ku`uipo aloha

내 사랑, 너는 아름다워.


Come be with me, always my own


A pulama mau ia ke aloha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빛나


완성되지 않아도, 않아서, 그래서 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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