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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우wow Oct 04. 2024

쪽파김치

쪽파김치레시피

"와우야 쪽파김치 좀 담가먹어 봐"

"엄마 담갔어?"

"응, 쪽파대가리가 두껍지 않아서 맛있더라."


나는 엄마랑 통화를 끝내고 시장으로 달려갔다.

"쪽파 주세요"

"한 단에 8,000원이에요. 깐 쪽파는 12,000원"

"안 깐 거 주세요"

시간 많은 내가 까야지...


나는 시장 이리저리 돌다가 파프리카 가게에 멈춰 섰다.

빨간 파프리카가 모양은 꾸불꾸불 예쁘진 않지만 빨간 자태가 땅속 영양분과 태양을 잘 흡수했는지 예쁘다.

열린 박스 가득 빨간 파프리카가 들어 있고, 그 맨 위에는 대충 잘라진 박스종이에 6,000원이라고 쓰여 있다.


'한 박스 6,000원 싼데?'

파프리카만 썰어 놓으면 쌈장과 함께 먹어치우는 우리 가족들을 생각하며 생각을 깊게 할 필요 없이 구매하기로 했다.

"사장님 파프리카 저거 주세요"

나는 박스를 가리켰다.

"저거? 박스채로 사야 해"

"네 주세요"

사장님은 열린 박스를 테이핑을 하려는지 테이프를 들고 파프리카박스 쪽으로 가셨다.

그리고는 흠칫 놀라더니 내가 본 파프리카박스 안 6,000원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를 힘을 들여 구겨서 저 구석으로 던지신다.

응?

"뭐야, 6,000 원인줄 알고 사려고 한 거야?"

사장님은 휙 나를 노려보며 묻는 질문이 날카롭다.

"6,000원이라고 쓰여 있으니깐요."

처음과 다른 화가 난 표정으로 나를 대하며 말투가 달라진 자세에 놀란 내가 답했다.

이제는 아예 내가 그걸 살 사람이 아니라는 듯 다른 고객 쪽으로 몸을 틀어 가면서 한마디 한다. 틱 내뱉듯.

"6,000원짜리가 저렇게 좋겠냐?"

아니 이게 무슨 소린지.


나는 멍하니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6,000원짜리가 저렇게 좋겠냐?

왜 반말?

왜 짜증?

왜 가버림?


그 사장님은 날 내버려 두고 가게 끝으로 가서 다른 물건을 사는 사람을 친절히 응대할 뿐이다.


나는 10초 멍하니 그곳에 버려진 사람처럼 서 있다가 발길을 돌려 시장에서 나왔다.

파프리카는 사지 않았다. 다른 가게에서도 사기 싫었다.

내가 꼭 뭘 잘못한 사람 같은 느낌.


내가 그곳에서 가격이 그렇게 쓰여 있지 않느냐 따지면 사건이 될 거이다.

아마 큰 소리 나고 싸움이 나겠지..

그냥 에피소드를 만들자.

싸우지 말고 조용히 돌아오자.

나의 생활신조 같은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쪽파를 깠다.

한 단이 꽤 많았지만 까는 내내 내 손가락 끝이 흙으로 물들어 더러워져도 즐거웠다.

이래서 내가 살림을 하나보다.

쪽파를 까고 물로 3~4번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빠지도록 채반에 받쳐 15분 두었다.

쪽파나 대파는 까면서도 사이사이로 흙이 들어갈 수 있어 깨끗하게 씻도록해야한다.

이젠 양념을 만들기 위해 주방 선반에서 이것저것 양념들을 꺼내 큰 그릇에 섞었다.

쪽파김치 양념하기
(쪽파 큰 한 단 기준)
홍게액젓 종이컵 반 컵
매실진액 종이컵 반 컵
고춧가루 종이컵 반 컵
미원 1 티스푼

쪽파는 쪽파 자체가 맵기 때문에 마늘은 넣지 않는다.


양념을 따로 해서 고춧가루를 불리는 시간을 둔다. 10분


양념과 물기를 뺀 쪽파를 살살 버무려주면 금세 완성되는 쪽파김치다.


양념이 종류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절이는 과정도 없기 때문에 쉽게 완성된다.


내가 쪽파를 양념과 버무리다가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는 남편 앞에서 양념이 잘 묻은 쪽파 하나를 입에 넣어 맛을 봤다.

"왜 생파를 먹어. 매울 텐데."

"어멋? 이거 이 맛에 먹는 건데?"

"아냐, 너무 매워 냉장고에 며칠 뒀다가 먹어."

남편은 쪽파김치를 못 먹는다. 매워서.

그런 남편의 말에 아들이 한마디 거든다.

"아빠, 이거 진짜 맛있어요. 지금 먹어야 돼요. 엄마 하나 줘봐요."

"자, 아~ 해봐."

나는 아들입에 잘 말아 쪽파를 얌전히 넣어줬다.

"으..."

보기만 해도 맵다고 남편이 얼굴을 찡그린다.

"엄마, 나 밥이랑 먹을래요."

하나 맛본 아들이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래 얼른 밥 줄게 먹어."


남편은 한 개만 먹어보라는 아들과 나의 권유에도 단 한 개도 먹지 않았다.


아들과 난 아리고 매운 쪽파김치를 입에 욱여넣고 먹다가도 맛있지? 맛있어요. 라며 확인했다.

두 통이나 만들어진 쪽파김치에 든든해진다.


"여보 조금 숨 죽으면 며칠 후에 짜파게티랑 먹자."

"그건 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파프리카에 기분 안 좋아진 나의 마음이 쪽파김치 하나에 기분 좋아진다.


사람들이 사소한 일이라도 미안하다, 죄송하다. 가 참으로 인색해진 요즘이다..

그 한마디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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