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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메이 May 29. 2020

너만 보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포기.


미술 시간, 과자 봉지 디자인 하기를 했다.  준비물로 빈 과자 봉지를 들고 오지 않은 학생들이 꽤 많았다.  봉지를 들고 오지 않은 친구들은 그 시간에 사회 교과서 일부분을 따라 적고 요약하기를 대신하기로 했다.  결과에 성실함이 보이지 않으면 다시 수업 시간 후 남아서 성실함을 보여야 한다고 안내를 했다.  OO이는 과자 봉지도 준비하지 않았지만 사회 교과서 정리하기도 하지 않고 명호와 이야기 하고 크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내가 쳐다봐도 아랑곳하지 않고 2시간 내도록 놀고 있다.


" OO야~ "

"왜요?"

"이리 좀 와봐. "

"싫어요."


수업 말미 나는 수차례 OO이를 불렀다. 그리고는 다른 친구들의 사회 노트를 보여주고 너도 이처럼 해 주면 좋겠다 하니 이를 악물고 부들부들 떨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러다 자기 자리에 돌아가서는 더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더니 짝에게 " 나를 남기면 교육청에 전화할거야." 이런다.  어이가 없다. 협박이다.


결국 2시간 동안 단 한 줄의 사회 교과서만 끄적인 OO이에게 나는 너의 불성실함으로 인해 하교 후에 남아야 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이유는 사실 남겨서 이 아이에게 성실한 결과물을 얻기 위함이 아니였다. 다만 학급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규칙은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한 아이들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한 말이였다. 아울러 OO이의 반항적인 언사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는 꼭 수정되어야 할 행동이지 학급 규칙을 안 지켜도 되는 특권이 아니라는 것을 OO이에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였다.


그랬더니 OO이는 "싫은데요." 이런다. 그리고는 내게 되묻는다. "왜요?"

나는 다시 이유를 설명했다. 그랬더니 또 "왜요?"  나는 다시 한 번 마른 침을 삼키고 같은 내용의 이유를 다시 설명했다. 내게 돌아오는 대답은 또 "왜요?"

마지막은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남아! 자리로 가!"


그리고는 OO이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나에게 다 들리는 목소리로 뇌까린다.

"아이씨, 녹음을 못했네. 아깝다."







  언젠가부터 OO이를 보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를 무시하는 언사와 그 고약한 눈빛이 싫다.  내 손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나를 놀려대는 OO이를 보는 것이 괴롭다. 언제부터인가 교실에서 OO이의 돌발 행동을 인지하고 표하는 것이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OO이를 쳐다보면 OO이는 칼같은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OO이의 문제 행동을 반에 다른 친구들도 인지하여 나에게 무언가 반응을 기대하며 일러바치거나 지켜보고있을 때 나는 어찌 해야할지 몰랐다.  

 집에 가서도 내 머릿속은 온통 OO이 생각이였다. 사실 나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OO이의 나를 비난하는 듯한 행동과 날뛰는 행동들에 대해 내가 무엇을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은 참 암담한 일이였다.






마트로시카 꾸미기를 하였다. 개인에게 각자 마트로시카 인형 5개씩을 나눠주었는데 OO이는 멀쩡한 자기의 마트로 시카중 가장 큰 것을 일부러 부수었다. 그리고는 모두가 마트로시카 인형 디자인을 하는 그 시간에 명호자리에 가서 게임 캐릭터를 보며 놀고 있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활동하자고 하니 자기것은 부서져서 활동할  수 없다고 하였다.  여타의 사정을 알지만 나는 남아 있는 멀쩡한 것에 활동을 해 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명호를 불렀다.  명호에게 수업 시간에 좀 더 적극성을 띠고 학습을 하라는 말을 해 줄 참이였다. 그랬더니 명호 뒤에 OO이가 따라 졸졸 함께왔다. 나는 OO에게 명호와 할 얘기가 있으니 자리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왜 그냥 와서 서 있는데 그게 안되냐고 나를 노려보며 따지기 시작한다.  나는 속에서 불덩이 같은게 솟아 오른다.  


" 넌 3시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명호에게 할 말이 있다고!! 네 자리로 돌아가!!!!"


나는 처음으로 OO이에게 고함을 쳤다.  구구절절 설명하고 참는데 이제 지쳤다.

그랬더니 OO는 더 큰 소리로 나에게

"마트로시카가 다 부서줬는데 어떻게 해요? " 이런다.


전후 사정을 다 보고 있었던 나는 이제 이 모든게 어이가 없다. 웃기다. 피곤한 씨름을 그만하고 싶다.


" 내가 너라면 부서지지 않은 것에다가 활동했을 거야. 이렇게 3시간동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고 놀다가 와서 나에게 이렇게 딴지를 걸지는 않았어!"  나는 매몰차게 말했다.


그랬더니 OO는 휙하고 마트로시카를 들고 교실을 나가버리더니 복도에서 마트로 시카를 몇번이고 힘껏 던져 조각조각 박살을 내 버렸다.  조용한 미술 시간 모든 학생들이 OO이가 던지는 마트로시카 소리를 듣고 있다. 나도 듣고 있다.  그리고는 OO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나는 그 눈물을 참아야 했다.

그리고 복도로 나가 OO이가 조각조각 박살 내 놓은 마트로시카 조각을 쓸어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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