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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메이 Jul 11. 2024

또 다른 OO 이에게로

그때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다. 이 글을 왜 쓰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지난 상처를 들쑤시는 것처럼 불편하고 괴롭다.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방법이라는 건 있었을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담임이었다면 나았을까? 


  OO 이를 떠올릴 때마다 교사로서 무력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교사의 자격이 있는 걸까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실상 교사가 필요한 학생들은 혼자서도 척척 학교 생활 잘하고 예쁘게 모범적으로 크는 아이들이 아닌 상처 입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소위 말하는 문제 학생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학생들을 편견으로 대하지 않고 그네들 속에 있는 일말의 잠재력을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고팠다.  OO 이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OO이의 심상찮은 첫 만남 속에서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크고 작은 일들이 하루 걸러 하나씩 생길 때마다 나는 아침에 학교 가는 길이 점점 두려워졌다. 멀리서 OO이가 보이는 날에는 먼저 인사를 하기에도, 그렇다고 안 하기에도 애매해 피해 가는 날도 있었다.  OO이가 옆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내 심장은 두근거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그렇게 나는 OO 이를 포기해 갔다.  

나도 내가 학생을 생각하며 포기라는 단어를 쓰게 될 줄 몰랐다.

그저 하루하루 무사히 오늘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힘겹게 한 해를 마무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 년동안 나는 OO 이만 생각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OO 이만 생각했다. 

생각의 방향이 바뀌어서 그렇지..

한 학기 동안은 OO이가 어떻게 하면 학교의 일상적인 규칙과 안내에 화를 내지 않을까, 학교에 재미를 붙여 의미를 두고 학교에 나오게 할까, 내가 어떻게 다가가야 마음을 조금 터 놓음직한 사람이 될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점차 만만하고 이래도 저래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OO이의 욕받이가 되어 간다는 것을 OO이도 나도, 그리고 우리 반 학생들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느낄 때 나는 OO이가 미워졌다. 


OO 이를 쳐다보지 않았다. 

OO 이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쳐다보지 않았는데도 내 뒤통수조차 OO이의 일거수일투족을 향하고 있고, 말을 걸지 않았는데도 매일 OO 이에게 조롱의 말을 들었다.


OO 이는 어땠을까? OO 이는 무엇을 바랐을까? 

OO 이에게 아무런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일 년을 보내버렸다는 사실은 마치 열심히 노력해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것보다 더 나를 기운 빠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렵게 만들었다. 

또 다른 OO이가.

그때에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적어도 또 다른 OO 이와 시작이라도 열 수 있는 방법의 단서라도 찾았어야 했던 한 해가 아니었을까?

아직도 그 방법을 몰라 이 글을 쓰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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