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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메이 Jun 21. 2022

말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

예나, 예진이 이야기 1

새 학년 준비를 위해 새 동학년이 모였다.  일 년간 자기가 가르칠 학생들을 뽑는 뽑기 타임.  나는 잠깐 속으로 기도하고 '나'라고 적힌 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투를 열어보았다. 쌍둥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학생 둘이 있었다.  바로 예나와 예진이다.


예나와 예진이는 일란성쌍둥이이다. 동그란 눈, 긴 머리, 땡그란 안경. 너무나 똑같이 생겨서 일 년 내내 과연 내가 예나와 예진이를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갔다. 항상 서로 같은 옷을 입고 오는데 키, 자세, 머리 묶는 스타일까지 같았다. 유일하게 다른 것이 있다면 땡그랗게 낀 안경의 다리 부분 테 색깔인데 예나는 빨간색이고 예진이는 분홍색이었다.

나는 안경테와 앉는 자리 위치로 예나와 예진이를 구분했다.



처음 체육 시간이었다.  줄 서기를 가르치며 '좌향좌' '우향우'를 가르치는데 좌향좌가 왼쪽이라고, 우향우가 오른쪽이라고 아무리 말해주어도 엉뚱하게 돌았다. 심지어 엉뚱하게 돌아서 예나와 예진이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예진이를 마주 보고 서 있는데도 자기가 틀린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뒷 줄에 선 학생과 얼굴을 마주 보고 있다.


처음 활동은 허들 2개를 뛰어넘고 큰 컵을 쌓아 탑을 만들고 돌아오는 게임이었다.  휘슬을 불자마자 학생들은 쏜살같이 뛰어나가는데 예나와 예진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멍뚱히 서 있다. 그 자리에 돌부처처럼 말이다. 답답했던 같은 팀 친구들이 설명을 하며 허들을 뛰어넘으라고 아우성을 쳐도 멍뚱히 그 자리에 발이 붙은 것 마냥 서 있다.  나는 웅성이는 소란에 예나와 예진이 쪽을 가보았더니 둘은 멍 뚱 멍 뚱 눈을 껌뻑이며 나를 본다.  나는 게임 설명을 간략히 다시 하고 허들을 뛰어넘어 보라고 안내했지만 여전히 꼼짝조차 않았다.


나는 예나의 손을 잡고 함께 허들을 뛰어넘었다. 

'이렇게 해봐.'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예나는 나에게 질질 마지못해 끌려올 뿐 발목 높이인 허들을 가뿐히 뛰어넘지 않는다. 


내가 손을 조금 더 잡아당기니 예나는 끌려오듯 허들을 뛰어넘었다.

그리고는 컵을 쌓는 곳에서 또 한참을 서 있다.


나는 주위 상황 파악이 잘 안 되고 눈치가 없는 예나와 예진이가 이상하게 여겨졌다.

그렇게 정신없이 체육 시간을 마치고 그날 나는 예진이와 예나를 하교 후 불렀다.


 어떤 학생들인지 궁금했기 때문에 그냥 가벼운 대화를 나눠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나는 예나와 예진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마스크라도 안 썼다면 입모양이라도 보고 추측했을 텐데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다른 말은 다 제쳐두고 '선생님은 예나와 예진이를 도와주는 사람이니까 무엇이든지 선생님이 크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하기' 약속할 수 있겠냐는 다짐만 받았다.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예진이와 예나가 어떤 학생들인지 궁금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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