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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Mar 23. 2021

마당에 핀 꽃과 나무

언제부터

몇시 몇분부터

들어온 지 모를

마루를 두드리는

대각선의 따사로운 햇볕에



나는 가볍게 눈을 비빈 후

앞마당으로 나아가 보았지.



보아하니

저기 가운데와 가장자리의 중간쯤에

야트막하게 자라 있는 싹 한 잎



세상에, 너는

누가 고이 심어주고 갔을까.

아니면 그저 떠돌던 씨앗을 땅이 품었을까



아니 그보다,


너는 세상에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전해 주는 꽃이 될까

지식과 지혜를 전해 주는 나무가 될까



가슴에 영롱히 이는

찬란한 기대감에

반짝이는 너를 밤새도록 바라보았지.



달이 유난히도 밝고,

날이 유난히도 맑은,

그런 날에는 너에게 기대어 잠들기도 하고,



어느덧

커다래진 너의 건강함과 화사함을 뽐내이는

너의 즐거운 자랑에

기쁨과 애틋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





그리고,


너의 주변엔 어느덧


봄을 알리는 노란빛 하얀빛 자줏빛 꽃봉오리와

화창한 오후처럼 청명한 가지들이

다가오는 햇살의 그림자를 조각해.



저 멀리 보이는,

또 다른 마당에 놓인


한 그루

커다랗고 오래된 아름드리나무에 비하면

아직 소박할 수

있지만



잊지 마,


비옥한 마음에 있어

너희들은

이제는 자라날 일만 남은 거야.



약속해,

앞으로는 너희에게

나의 모든 힘 다해

마음을 줄게.

밤낮으로 돌볼게.

놓치지 않고 물을 줄게.



잘 자라서

커지고

마당이 줄어들어

결국엔 시들어도

항상 지켜볼게.



나의 세계에

물가의 파도처럼

매일

조금씩

스미어

날 웃고 울게 했던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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