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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Jun 27. 2021

도망간 낭만

낭만은 언제부턴가 나로부터 도망갔다.



그 자리 그 대로 있을 것만 같았던

그 어엿한 그림자가

이제는 벗어날 채비를 한다,

뚜렷한 언질도 없던 채로.


머릿 속에 화수분처럼 쏟아졌던

그저 보통의 포근한 언어들


깊이, 아주 깊이 파고들어 

그 단어에

한 획 한 획을 따라 걸어 들어가


메마른 나의 사막을 울게 했던


그날들의 뜨거움이


다시는 나에게

그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애틋한 눈빛을 건네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마모된 기억들

주파수 맞춰 바라보아도

신호가 잡히질 않는다


멀리 거울에 비친

은은한 빛의 조명은

새로움이 아닌

외로움으로



그리고 두려움,


넘실대는 찬란함에도 불구하고

통로가 막혀버린 그저

가역적 계(系).


변할 수 없음에의 막막함은


인간의 자유로의 갈망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소스라치는 감정.



결국,


낭만은 죽었다

내 안에서



소리소문 없이

고운 가루가 되어



즉시 그 자리에서

홀연히 무존재를 선언하였다




그러므로,


지진이 난 듯 흔들린 맘에도

깊은 잠을 지나 

이성을 회복하였던 지난 날처럼



사라진 낭만의 조각을 갈구하며

애쓰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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