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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Sep 02. 2019

나의 독서 모임 이야기.

2. 독서 모임을 만들다. 

사진: Photo by �� Claudio Schwarz | @purzlbaum on Unsplash


※  독서 모임의 진정한 가치는 모임 안에서 어떠한 가치 있는 생각들이 오고 갔느냐일 것입니다. 그러나 곡식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토양을 만들고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듯, 독서 모임 그 자체도 바로 그러한 지적 성장을 위하여 필요한 중요한 토양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독서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에서 언급한 여러 형태의 독서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 느꼈던 생각이나 경험들을 중심으로 적은 글입니다. 이러한 글을 쓴 까닭은 독서 모임을 새롭게 만드는 분에게는 여러 모임의 형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함에 있으며, 독서 모임 진행하거나 참여하고 계신 분은 자신과 같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봄으로써 공감을 하고 저처럼 자신의 독서 모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의도는 이러한 몇 년간의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가치 있는 사고를 위한 독서 모임」을 만들기 위한 부단한 사고 활동에 관한 인상이나 느낌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통해,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좋은 독서 모임을 만드는 방법보다도 좋은 독서 모임이 되기 위해 어떤 사고를 했는지를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독서뿐 아니라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작은 소망입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참고로 이야기는 연재 중에 계속 수정되며 추가될 수 있습니다.)


1부 이야기 -「독서 모임을 접하다.」https://brunch.co.kr/@wringkle/115




모임을 홍보하다.

  처음 글을 올린 것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 책으로 모임을 진행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모임을 시작하게 된 까닭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총균쇠」라는 책을 혼자서 보는 게 쉽지 않아서 '차라리 모임이라도 해보자!' 생각한 게 그 발단이었다. 그러나 책 자체가 너무나 두껍고 처음부터 이 책으로 하면 모임에 올 사람이 없을 것 같아 그보다는 쉬운 책으로 선택한 것이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이 책도 결코 쉬운 책은 아니었다. 다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할 무렵에 너무나 도움이 되었던 책이었기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독서 모임의 의미 부여에 적당할 것 같았다. 그뿐 아니라 이 책은 이미 읽었고 꼭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였기 때문에, 발제를 만들기에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앞서 말했지만, 당시에는 내 주변이나 학교에 이렇다 할 독서 모임이 없었다. 그래서 모임을 만들고자 다짐을 하고서는 그 장소 섭외나 홍보도 일단 내가 편하고 익숙한 곳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학교 게시판을 통해 독서 모임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이런 모임을 할 거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꽤 많은 사람이 흥미를 갖고 모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뿐 아니라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여 학교의 학생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홍보를 하고 며칠간 대여섯 사람으로부터 문의 메일이 왔다. 숫자로 치면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반응보다는 많은 숫자였다. 메일로는 대략 이러한 대화가 오고 갔다. 


신청자〉 안녕하세요. 경영학부 xx 학번 김 xx이라 합니다. 홈페이지 보고 메일 드립니다. 토론은 잘 하진 못하지만, 같이 책을 읽어간다는 게 마음이 끌립니다. 이번 주에 함께 할 수 있을까요?
나〉 당연하죠! 대신 책은 다는 못 읽더라도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정은 게시판에 올려드린 대로 이번 주 토요일 3시 xxx에서 진행합니다. 책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입니다. 발제는 내일 중으로 페이스북으로 올라갈 터인데 페이스북을 안 하시면 개인적으로 보내드릴게요. 참고로 페북을 통해서 회원 간 다양한 의견교환을 하고 있으니 참고 바라고요. 모쪼록 함께 즐거운 책 읽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른 변경사항 있으면 메일 또 드릴게요.
신청자〉 고맙습니다. 페북은 얼마 전부터 하고 있는데요 학교 홈페이지에 있던 주소로 찾아뵙겠습니다. 발제라는 것은 무엇이지요?
나 〉 발제란 토론을 진행하거나 준비할 사회자가 사전에 토론을 위한 주제를 선발하여 토론자에게 발표하는 것을 말합니다. 건강한 토론과 의견교환을 위해 미리 준비해 오시라는 뜻도 있고 독서를 하면서 해당 관점을 갖고 읽으시라는 뜻도 있습니다. 월든을 읽으시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도 갖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토론이라 할 수 없으니까요. 예를 들면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갖고 있는 정신과 관련된 발제를 할 경우 그 사상이 현실감각과 맞는지 찬반 토론을 할 수도 있고 또는 그의 사상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볼 수도 있겠지요. 혹은 그와 대립하거나 상반되는 책을 끌어다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발제는 주제 선정 시 중요하며 발제자는 토론을 위해서 신중을 기해 준비해야 합니다. 발제를 받은 후 토론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편안한 마음가짐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실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하고요. 모쪼록 답변이 흡족하셨길 바랍니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메일의 주고받으면서 독서 모임이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모임을 시작하다

  모임은 이처럼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과 메일로 참여 의사를 밝혀준 분들을 모집하여 인근의 조용한 커피숍에서 진행했다. 모임에서는 뭔가 다채로운 읽을거리가 풍성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함께 읽을 자료로 월든과 저자 소로우의 생애에 관한 글, 서문에 있는 마이클 마이어의 글과 인터넷에서 그의 책에 관해 챕터 별로 요약하고 있는 글, 그리고 함께 이야기 나눌 부분에 관한 발췌를 하고 그 뒤에 발제를 달았다. 대략 이런 식이었다.


사람들은 사실상 이런 말은 한다. “좀 더 가치 있는 인간이 되려 하지 말고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시작하시오. 미리 생각했던 친절한 마음으로 착한 일을 하시오.” 그러나 내가 설교할 입장에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먼저 착한 인간부터 되시오.”라고. - 중략 -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줄 때는 그들이 절실히 원하는 바를 도와주라. 비록 그것이 당신이 보여주는 모범이며, 그 모범이 그 사람들이 따르기 힘든 것일지라도 말이다. 만일 돈을 주려거든 그 돈으로 무엇을 해줄 것이며, 돈을 내던지듯이 주지는 말라. 우리는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가끔 있다. 가난한 사람은 누더기 옷에 지저분하고 괴상망측한 꼴을 하고 있을지 모르나 그렇다고 그들이 춥거나 배고픈 것은 아닐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고 다니는 것이 어느 정도는 그의 취향 때문이지 단지 불운에 빠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만일 당신이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준다면 그는 그 돈으로 누더기 옷을 더 장만할 가능성이 크다. 책 본문 105 ~ 108p.


1. 그는 본문에서 의도가 담긴 착한 또는 좋은 일은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말하며 그전에 착한 인간이 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가르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또한 근래의 기업의 활동이나 스펙 쌓기 위주의 봉사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질문은 이렇게 「발췌문과 관련된 질문」과 「월든이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와 같이 책을 읽고서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 그리고 이 책이 나를 변화시켰던 책인 만큼 「4. 자신을 변화시킨 책이 있나요? 왜 그 책이었으며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와 같은 일반적인 질문 등으로 구성을 했다. 지금 보면 프린트가 제대로 정렬도 안 돼 있지만, 그럼에도 이 첫 모임은 처음 내가 찾아갔던 독서 모임보다 꽤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발제의 대략적인 가닥을 다음과 같이 잡고 앞으로의 모임을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발제의 기준

① 책을 읽고서 그와 관련된 감상에 따른 질문
ex) 이 책을 읽는 이유, 이 책이 자신에게 감명을 주었다면(혹은 주지 않았다면) 그 까닭은?, 읽고 난 후기, 인상 깊었던 구절, 함께 대화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는지 등

② 책을 (모두) 읽지 않고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
ex) 자신을 변화시킨 책이 있나요?, 책을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 선정 도서와 같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또는 좋아한다면) 그 까닭은? 등.

③ 책 일부를 인용하여 만들 수 있는 질문
ex) 저자의 주장이나 생각에 대하여 동의하는지? 한다면 그 까닭은?

④ 개인적인 경험을 물어보는 질문
ex) 글에서처럼 당신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그 경험을 통해서 무엇은 얻게 되었는지 등

⑤ 주제나 질문과 관련되어 다른 책의 내용과 함께 접목해 볼 수 있는 질문
ex) 선정 도서와 다른 책에서 비슷하게(대립하여) 주장하는 것을 찾아 엮은 뒤 자기 생각은 어떤지 물어보기, 이론적인 내용이라면 그에 관련된 실천적인 내용이 담긴 다른 책이나 혹은 신문 기사의 특정 사건을 가져와 엮고 질문을 만들어보기. 실천적인 내용이 담긴 책이라면 이렇게 해야 하는 당위성이 적힌 이론적인 내용의 책을 발췌하여 질문 만들어보기 등. 


  당시 기억을 좀 더 더듬어 보면 모임은 토요일 3시에 모여 5시까지 했고, 시간이 되는 사람끼리 모여 밥을 먹었다. 참여한 분 중에는 모임이 너무 좋기는 하나 토요일은 다른 약속이 많은 시간이라 시간을 변경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모두에게 맞는 시간을 합의로 정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어서 우선은 토요일 오후로 두고 추후 모임이 안정화되면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 가능한 시간으로 고정하기로 했다.


도서 선정 기준을 정하다

  첫 번째 모임이었기에 책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으나, 향후 모임이 계속 이어지게 될 때 어떤 책을 선정할 때 어떤 명분을 갖고 제안을 하느냐가 중요한 부분일 것 같았다. 물론 논의를 통해서 하고도 싶었지만, 양서를 골라 모임을 하고 싶었고 그 바람대로 잘 이끌고 싶었다. 그래서 고려한 것은 필독 도서였다. 월든 역시 많은 사람에게 익히 알려진 책이며, 여러 기관의 도서 추천 목록에도 거의 매번 빠짐없이 들어가는 책이었다. 즉, 전문가가 인정하는 보장된 책이라는 의미였다. 두 번째는 고전이었다. 고전의 다른 뜻이 누구나 들어본 적은 있지만, 읽어보진 않는 책이라고, 모임의 강제성을 통해 이러한 다른 책 보다 우선해서 책들이 읽히기를 바랐다. 세 번째는 삶의 의미나 지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책이었다. 

  월든이라는 책은 앞의 두 가지 선정 기준에도 부합할뿐더러, 세 번째 역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책이었다. 20대를 마무리하고 30대를 시작할 무렵에, 늦게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무렵, 우연히 그의 책을 접하고 인생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고 나서 그리 길지 않은 삶의 기간에 더 가지려고 버둥거리거나, 혹은 일에 치여 전전긍긍하며 사느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최선을 다해 가치 있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하기까지는 아버지의 치열하면서도 안타까운 인생의 단면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몇십 년을 그토록 열심히, 남들 다 가는 휴가 한번 제대로 가지 않았으면서도 빈털터리 신세를 면치 못하는 부모의 삶을 보면서, 내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 때, 바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그런 시기에 온 책이 두 개가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이었고 다른 한 책이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었다.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처럼 월든의 숲으로 들어가 살 용기는 없었지만, 적어도 내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해 가치 있는 삶을 살자고 마음을 먹었고 이는 독서 모임의 향후 모토가 되었다. '가치 있는 생각의 공유'라는 이름으로.

  말하자면, 저 세 가지 명분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는 「가치 있는 생각의 공유」였다. 그래서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책이라면 그것이 비록 필독서도 아니고 고전이 아니더라도 논의를 통해 선정하기로 했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세 번째 선정 기준인 삶의 의미나 지적 성장을 기대할 만한 책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세 번째 순위가 때로는 1, 2순위보다 앞서는 때도 있었다. 이것이 책을 고르는 기본적인 기준이었다면 그 밖에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더 있었다. 이를테면, 기간 안에 읽기에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책 혹은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선정하는 것이 그러했다. 그러나 양서의 경우 대체로 두께가 두껍고 2주 안에 본다는 게 사실상 어려울 때도 있었다. 이럴 땐 책을 나누어 1부, 2부에 걸쳐 모임을 하거나 한 두 달 전에 미리 선정하여 공지를 해두고 꾸준히 읽기를 계속 요청했다.


  첫 모임에 대한 기억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라 가물가물 하지만, 그런데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게 있다. 내가 책을 고른 것이 아니라 이 책이 나를 택한 것 같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수많은 책 사이에서 하나의 책을 골라 시간을 내어 읽습니다. 여러 책 가운데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는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다른 의미로는 이 책이 나를 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처음 선택하게 된 까닭이 책의 표지나 출판사의 서평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입소문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시기에 우연히 눈에 들어오게 되고 페이지를 열어 보게 된 것이죠. 아마도 당시의 내 마음이 무언가 답을 원했고 그 답에 대해 어떤 답을 주려고 나를 택해 읽게 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체로 이런 말이었다. 


「가치 있는 생각의 공유」이라는 모토에 따른 도서 선정 기준
① 대학교 100선, 전문 기관 추천 도서
② 고전이나 양서
③ 인생에 영향을 미칠 만한 책
④기간 안에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



모임 준비에 앞서 고려해야 할 것

  독서 모임에 대한 그 당시의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면, 아마 독서 모임을 계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혼자 읽는 것이 낫다고 여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독서 모임이 진정, '가치 있는 생각들이 공유되고 뿐만 아니라 대화를 통해 마음의 허전함을 채울 수 있구나!'라고 느끼게 되자, 나는 본격적으로 모임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를 계획했다. 이를 위해서 책은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 것인지 뿐 아니라, 며칠에 한 번 모일지, 모임에 대한 홍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장소는 어디로 구할 것인지, 발제자 선정은 어떻게 하고 발제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갈 것인지 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앞으로 계속 모임을 운영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책의 선정 기준에 관하여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도 있었는데, 되도록 가치 있는 책이나 고전을 중심으로 운영을 하고 싶다는 점이었다. 그 까닭은 내가 이 모임을 만들게 된 가장 큰 동기인 인문학 및 여러 분야의 지식의 습득과 더불어 글을 쓰는데 필요한 지적인 고찰을 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는 가치 있다고 여기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그 책들을 대표하는 게 고전이었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고전은 단순히 오래된 책을 말하는 건 아니었다. 근현대의 책이라고 하더라도, 시대를 넘어서 존속할 수 있을 만큼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책을 의미했다. 그래서 도서 선정의 세 가지 기준은 모임 전체에 합의된 명분이기도 했고 내 욕망의 타협점이기도 했다. 이러한 선정 기준은 내가 몇 년간 모임을 계속하면서 일관되게 유지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뽑힌 두 번째 책은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이었다. 


모임에 앞서 고려해야 할 기본 사항
ⓐ 책의 선정 및 선정 기준
ⓑ 정기 모임 일정
ⓒ 홍보 방법 및 홍보 채널 선택
ⓓ 장소 섭외
ⓔ 발제자 선정 및 발제 방식



  사실 두 번째 책을 선정할 때까지만 해도 위의 기준을 대강 잡았지만, 그 소스를 어디에서 찾을지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의 독서와 독서 모임에 관한 소모임에 들어가서 그동안 그 독서 모임에서 진행한 책 중에서 한 권을 찾아 모임을 진행하고자 생각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웃음으로 진실을 말하려는데, 이걸 어떻게 막겠습니까?」라는 말과 함께 종교와 권력자의 타락을 풍자적으로 그리는 이 책은 지금의 세태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책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두께도 그렇게 두껍지 않아 비교적 수월하게 사람들이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며칠에 한 번 모일지는 아무래도 고전 대부분이 쉽지 않거나 비교적 두꺼울 텐데 일주일 안에 책을 읽고 발제까지 만들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은 2주에 한 번씩 토요일 4시에 모여 2시간씩 진행하고 뒤풀이를 통해 친목의 시간을 갖는 모임으로 하자고 생각했다.

  홍보의 경우 아무래도 대학교 근처에서 진행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홍보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계획은 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임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학교 게시판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을 통해 동시에 홍보해 나가기로 생각하고 페이스북 모임 게시판을 별도로 개설을 했다. 다행이었던 것은 학교 게시판의 경우 파일 업로드가 불가능했지만, 페이스북 게시판은 가능했다. 그래서 학교 게시판에 홍보하면서 미리 작성한 발제 자료 및 주요 자료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장소는 첫 번째 모임에서 진행한 커피숍이 사람이 많지 않아 토론하기 시끄럽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해당 커피숍을 이용하기로 생각했으며, 상황에 따라 다른 커피숍이나 장소를 알아보자고 생각했다. 독서 모임을 시작한 시기에는 주변에 커피숍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던 시기였기 때문에 장소 섭외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다만, 시험 기간이나 혹은 학기 동안 붐비게 될 때, 안정적으로 장소를 조달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싶었다.

  발제는 우선 모임이 안정화될 때까지 전적으로 도맡아서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까닭은 모임을 한 개인적 목적과도 관계된 것인데, 당시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고전을 선정하고 책을 읽는 나의 마음은 그저 '책을 읽는다'라는 것보다 '책을 반드시 읽어야만 한다'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모임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발제까지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 성의를 다해 책을 읽을 것만 같았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 밖에도 모임에서 「녹음을 할 것인가?, 회원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회비 등을 걷을 것인가?」 등에 대한 생각이 있었지만, 그 부분은 차차 결정하기로 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냐면, 모임에 대한 녹음은 하고 팟캐스트로 들어볼 수 있게 공유하는 것으로 했다. 회원 관리는 연락처와 이름은 받되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했으며, 회비는 다른 특별한 모임을 하지 않는 이상 따로 받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여러 고려 사항 중에서 회원에 대한 관리는 나로서는 모임을 하면서 가장 쉽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그 까닭은 처음부터 회원에 관한 규정이나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흥미도가 떨어지는 고전이나 양서를 계속 선정하며 모임을 진행하다 보니까, 개인의 사정이 생기면 독서 모임이 뒷전이 되어 참여 약속을 하고 나서도 빠지는 사람이 종종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모임을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계속 이끌어 나갔는데, 약 1년가량이 지나자 모임이 안정화되고 단골처럼 매번 찾아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홍보 채널의 회원이 증가하다.

  이렇게 모임을 몇 차례 진행하면서 페이스북의 회원수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실제로 참여하는 사람은 전체의 10%가 채 안되었지만, 가입자가 늘어남에 따라 홍보할 수 있는 채널이 점점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비록 지금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어서 어쩌다가 다른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독서 모임에 대해 우연히 이야기라도 하게 되면, 「아! 그 모임이요?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어요!」라며 반가워해주는 사람이 점차 늘어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관심을 갖게 됨에 따라 메일이나 연락처로 여러 비슷한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령, 모임에 가입해야 하는지, 참여 인원 대와 참가 인원은 대략 몇 명인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등등이 가장 많은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답변을 했으나 문의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하나하나 응대하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다른 인터넷 사이트들처럼 '자주 하는 질문'을 정리하여 답변을 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위의 질문과 앞에서 적었던 육하원칙에 따른 모임에 대한 설명을 비교적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더불어 모임에서 진행했던 책과 앞으로 진행할 책들에 대한 것들도 함께 정리하여 보여줬다.


FAQ
1. 모임은 가입해야 하는 건가요?
2. 장소와 시간은?
3. 참여 연령대와 참가 인원은 대략 몇 명?
4. 참관 가능한가요?
5. 도서 선정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6. 진행 방법은?
7. 발제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8. 책을 못 읽었는데 모임에 참여 가능한가요?
9. 페이스 북 페이지가 있나요?
10. 그 밖의 문의 사항은?



3부 이야기 - 「3. 발췌와 발제의 기준을 세우다.」- https://brunch.co.kr/@wringkle/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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