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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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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an 29. 2020

화장火葬

그 잿빛 속에서 나는 무엇을 그리도 찾으려 했던 것일까? 내가 그 잿빛의 가루를 보고 있을 때 그 가루 역시 나를 보고 있었다. 이미 육신의 모든 것들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고 남은 것은 한 줌의 재뿐이었다. 끊임없이 가지려 해도 결국 저 한 줌의 재 밖에 남지 않는 것이 바로 인간인데, 우리는 그토록 가지려고 할까. 나는 왜 더 연민과 온화함으로 그를 어루만지지 못했을까? 나는 누구도 사랑하지 못했고 결국 나 자신조차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항상 나는 의심한다. 그리고 내 안, 가슴 켠에 있다고 믿는 그 공간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 늘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공간 안의 온화했던 불빛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았기에, 언제나 그 방에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마음의 방이 어떤지를 바라본다. 언젠가 그 안에 들어올 소중한 손님이 행여 춥지나 않을런지, 혹시 시장기가 도는 건 아닌지, 혹은 불편하지 않은지 마음 쓰는 주인처럼, 그렇게 의심하고 신경을 쓴다. 그렇지 않으면 저 마음의 방은 어느 순간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슬고 차가운 냉방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잿빛의 먼지만이 그 공간을 맴돌 때, 나는 그곳에서 그 친구를 다시 발견하겠지. 두 손을 얼굴에 묻고 무릎을 꿇은 채로 공중에 부유하는 그 친구의 흔적을 생각해 내겠지. 아무로 들어오지 않은 그 공간에 나를 밀어 넣으며 그 안에서 그렇게 목놓아 울겠지. 블라인드 틈 사이로 들어오는 석양의 빛을 받은 그 잿빛의 먼지는 10억 광년 밖에서 나를 찾아온 친구였다. 친구랑 닮은 형상조차 아니었지만, 분명 그것은 내가 그를 떠나보낼 때 마지막으로 본 그의 모습이었다. 언제라 마음은 함께 일거라고 믿던 그 친구였다. 그래서 이따금 우리가 늘 함께 만났던 오후 6시, 석양에 산란거리는 먼지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그 사람이 떠오르고 조금 더 마음을 추슬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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