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편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ris Mar 31. 2020

손등

취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손으로 못난 얼굴을 가린 그 순간
나는 말없이 어둠 속 불빛에 드리워진 

너의 손을 보았다
무심한 척 말이 없던 이유는 네 두 손이
그래 쩌억 쩌억 갈라진 네 손등이 
나를 너무도 슬프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틈 사이로 보이는 너의 고뇌를
내게 들킨 것을 부끄러워할까 봐
나는 순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저 무심한 듯이 바라보며

아무 말도 못 한 채 

나를 어둠에 뒤덮어야만 했다


누가 그랬는가 

네 얼굴에만 슬픔이 있다고

슬픔은 너의 갈라져버린 곱사등이 같은

저 손등 위에도 있던걸
슬픔과 설움이 그 마른 틈 사이로
절절히 흘러들어,
강물이 되어 가고 있던걸
그 손을 아무리 다른 손으로 가려도
이미 손 틈 사이를 돌고 돌아온 강물은

나의 심장 한가운데에 이르러  

끝내 맺히고 말았는 걸

매거진의 이전글 그 사람이 없었더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