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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Jan 13. 2024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진 지금의 나.

내가 나로 살 수 있기에 삶은 의미 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의 결과는 오로지 자신이 책임져야 하지만, 만약 다른 선택을 했으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후회하는 일도 많다.


 나도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이 인생의 크고 작은 선택들을 후회했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았어야 했어. 왜 이 선택을 했을까.' 하며 분명 지금보다 나은 삶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후회할까 봐 지레 겁먹으며 나를 위한 선택을 하지 않았고 결정장애까지 생겼다. 같이 먹는 메뉴를 정할 때 면, '나는 이게 먹고 싶은 데 혹시 상대방은 싫어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거나 상관없다며 둘러대곤 했다. 학창 시절 직업적으로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말했던 것도 충분한 경험이 없어서도 있겠지만, 나중에 잘 안되면 후회할까 봐 두려워 선택을 회피했던 것 같다. 그 결과, 회피했던 것 마저 후회하고 있다. 그러다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드립니다'라는 문구에 이끌려 매트 헤이그- <미드나잇라이브러리>를 읽게 되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인 노라는 자신의 현실이 최악이라 생각하며 자살시도를 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인 자정의 도서관에 도착하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이 후회했던 삶, 다르게 선택했던 삶을 살아보게 되는데, 결국 자신의 삶이 아니면 아무 의미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삶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내 삶은 그저 한순간의 바보 같은 선택으로 인해 만들어진 부산물이고, 후회하는 것들을 없애고 나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나비의 날갯짓으로 거대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듯이 또 다른 선택을 한 삶은 그 선택이 나비효과가 되어 다른 것들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없을 수도, 좋아하는 것들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확실히 그런 삶은 내가 원했던 삶이 아니다.


 물론 반대로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느끼는 삶도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 책의 주인공인 노라도 마지막에 이런 삶을 발견한다. 그러다 현재의 삶에서 어긋난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분명 그 삶이 자신이 원하던 것이라고 믿었지만 결국 자신의 삶이 아니었기에 그곳에서 살아갈 수 없었다.


 그 점에서 나는 깨달았다. 나를 이루고 있는 모든 선택들과 그에 따른 경험으로 인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부럽다고 여겼던 삶도 그 안에 고통이 있을 것이고, 그 삶을 살 수 있다고 해도 내가 경험하지 않았기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맞는 삶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삶다른 선택을 다른 나에게는 후회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좋아하는 음식과 노래, 책, 영화, 뮤지컬을 즐길 있다. 지금 느끼고 있는 행복을 다른 무엇과도 바꿀 없다. 때때로 찾아오는 우울과 무기력함,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고, 직장에서의 힘듦, 밖의 수많은 후회가 있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 나를 이루게 되었고, 지금의 내가 되어 존재하고 살아간다. 오로지 나만이 나의 선택을 할 수 있고, 내 삶을 결정한다. 그 결과가 비극일지라도 모든 순간이 나이기에 의미 있는 시간들이다.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을 순 있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건 죽은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는 남들 눈치도 안 보고 오로지 나의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선택이 더 좋은 선택인지는 알 수 없고, 나로서 하는 선택이기에 모든 순간이 찬란할 것이다. 다른 선택을 한 또 다른 내가 우주 속 어딘가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을 테니. 지금 선택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 나는 모든 순간에 존재한다.


  나에게 실망했던 모습들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잘 챙기지 못하고 실수하는 나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나는 이 세상에서 나 홀로 존재하니까. 우리 모두 각자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인가. 그저 너무 고민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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