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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Jul 01. 2024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

뮤지컬 <쇼맨 :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과 극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뮤지컬 <쇼맨 :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어떤 작품이기에 상을 다 휩쓸었는지 궁금해서 보게 된 뮤지컬이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놉시스
2020년 미국 뉴저지 주 어느 소도시. 대형마트 직원으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한국계 입양아 출신 수아. 유일한 취미인 유원지 구경을 하던 중 회전목마를 타고 나타난 수상한 노인 네불라를 만난다. 수아를 사진작가로 오해한 네불라는 그녀에게 촬영을 의뢰하고, 수아는 대충 찍고 공돈이나 벌 생각에 흔쾌히 의뢰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수아의 예상과는 달리 네불라는 이번 촬영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와 원대한 계획이 있었으니. 촬영이 시작되자 진짜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싶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지난 인생 역정을 털어놓는 네불라. 그 모습이 부담스럽다 못해 징그럽기까지 한 수아는 어쩔 줄을 모르는데...
과연 수아는 극도의 거북함을 무릅쓰고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을까? 또한 처절하리만큼 인생사진에 집착하는 네불라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갔다가 심란한 마음으로 나왔다. 네불라가 수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수록 내 표정은 그걸 듣고 있는 수아의 표정과 동일시되었다.

 정신적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낯선 미국으로 입양된 수아와 자신만의 연기를 하지 못하고 남 따라 하기를 잘해서 독재자의 대역배우로 발탁된 네불라. 자신으로써의 삶은 지워진 채 살아온 사람들. 나도 누군가의 대체물로 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
파도는 계속 쉼 없이  밀려오는데
나는 헤엄칠 줄을 몰라
제자리에 서서 뛰어오른다
•••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
애써 뛰어올라야 겨우 숨 쉴 수 있는
딱 내키만큼 깊은 바다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 rep.>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 rep.' 넘버가 뮤지컬을 관통하는 넘버라고 생각한다. 오프닝으로도 나오는데 네불라와 수아의 이야기를 다 알고 다시 듣는 넘버는 매우 다른 느낌을 준다.


 참혹한 일을 저지른 독재자의 대역배우의 삶을 살아온 네불라의 이야기를 잘 표현한 넘버는 '이것은 쇼'와 '멍청이쇼'이다. 정말 대비되는 넘버인데 네불라의 삶을 알고 보는 '멍청이쇼'는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조명을 잘 써서 눈으로 보는 재미가 더 있었던 뮤지컬이었다. 온라인 중계로도 한번 봤었는데, 조명이 확실히 현장에서 보는 게 다가오는 느낌이 달랐다.


 네불라와 수아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의 삶은 어땠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뮤지컬이었고, 그들이 무대에서 내려가도 여운이 길게 갔던 뮤지컬이었다. 인생을 되돌아보기 좋은 뮤지컬인 것 같아서 누구나 인생에 회의감이 들고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을 때 보면 좋을 작품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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