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어린 시절 하굣길에 토끼가 있었다.
야트막한 언덕과 길가 담장이 이어지는 공간에 누군가 토끼장을 설치하고 토끼 몇 마리를 두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딱 맞는 높이여서 하굣길에 종종 토끼를 구경하곤 했다.
도처에 즐비한 토끼풀, 질경이, 명아주 풀을 뜯어 철망 사이로 토끼를 향해 밀어 넣으면 토끼는 맛있게도 잘 받아먹었다.
흐드득 풀을 뜯는 소리.
사각사각 풀을 씹는 소리.
씰룩씰룩 거리는 코.
오물오물 거리는 입.
그 모습이 신기하고 귀엽고 보기 좋아 지나가다 자주 풀을 뜯어주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