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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Dec 21. 2019

커피 사진을 찍는 이유

집에서 커피를 내리는 것보다 커피숍을 가는 걸 선호한다. 커피콩을 직접 볶는다던지 하는 일은 취미가 아니다. 그저 가정용 싸구려 캡슐 머신이 하나 있을 뿐이고 18개들이 캡슐 커피 한 박스는 항상 유지하고 있다. 출근을 하는 대부분의 날은 출근길에 들러 커피숍에를 들른다.


추운 겨울, 주머니에 있던 손을 빼고 커피숍 매장의 세로로 긴 스틸 문손잡이를 힘 있게 잡아당긴다. 항상 느끼지만 미국 문은 참 무겁다. 매장 입구 왼 켠에는 가스 벽난로가 은은하게 불을 내뿜고 있다. 계산대 점원 앞에는 수업 가기 전 학생들이 몇 명 줄을 서 있다. 내 차례가 오기 전에 재빨리 커피숍 앱을 켠다. 앱 화면에 뜨는 오늘의 Trivia 문제를 클릭하고 문제를 스캔한다. 답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단 3초.

대부분은 찍는다.

아는 문제가 나올 경우는 약 10%.

정답률은 약 50%.

아는 문제가 나와서 맞출 때 보다 아무거나 눌러서 맞추는 경우 더 희열을 느낀다.

정답이 나를 이끄는 날은 10센트 할인이 적용된다.


늘 그렇듯이 small light loast 한 잔을 시킨다. 직원이 물어보기 전에 no room for cream please라고 말한다. 앱의 바코드를 찍어 결제한다.

일반 드립 커피를 시킬 때의 장점은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을 포함한다.


잠깐 앉을자리를 둘러본다. 오래 머무르지 않더라도 갓 건네받은 뜨거운 커피 한 모금을 마실 여유가 필요하다. 딱히 피곤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하루의 시작에 필요한 루틴일 뿐.

이 루틴이 단지 기계적인 것뿐만은 아니다.

출근 또는 오전 수업을 향하는 이들로 가득 찬 커피숍의 아침은 분주하지만, 매장 내부에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아래 일련의 과정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커피 1/4잔을 마시는 행위는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주며 하루를 준비하는 감성적 행위이다.


자리에 앉기 전에 페이퍼 냅킨 한 장을 뽑아 든다. 일회용 종이 커피잔의 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냅킨 위에 올려놓는다. 커피가 아직 너무 뜨거운 상태이기도 하고, 뚜껑이 없는 열린 공간으로 오롯이 한 모금을 호로록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모금의 커피는 나를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오늘은 그 일련의 행위를 지나치고 집에 앉아있다. 커피머신에 10oz라고 표시된 눈금에 물을 붓고 캡슐 하나를 꺼내어 집어넣는다. 오늘은 무슨 컵을 쓸까. 캐비넷을 여니 빨간색이 눈에 들어온다. 지인이 선물로 주신 다른 지역의 문양이 새겨진 잔이다. 머그잔을 올려놓고 2분을 기다린다.


빨간 컵 안에 담긴 검은색 커피는 검빨의 조화를  이룬다. 약 4/5 지점에 라인을 그리고 있는 원형에 담긴 커피를 보면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을 느낀다.


왜일까.


단지 시신경의 역할일까.

후각이 함께 관여함으로.

각막과 망막을 통해 들어온 자극이 신경을 따라 뇌로 들어간다.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키고 팔과 손가락의 근육세포를 움직이도록 명령을 내린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카메라를 켜고 버튼을 누른다.


기계론적 유물론으로 생물학적 반응을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완벽한 설명일까. 커피잔을 보면 사진을 찍고 브런치의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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