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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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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Jul 31. 2018

# 우리 엄마 어디 갔어요?

바둑이는 훌륭한 엄마였지만 나는 아니었다.

바둑이를 성공적으로 죽음으로부터 지켜냈다 (https://brunch.co.kr/@writeadog/15).


바둑이는 암컷이었고 시골에선 당연히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교배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시골에선 어미가 묶여 있어도 그렇게 아빠 모르는 새끼가 태어나는 일이 흔했다), 새끼를 배었고 건강하고 예쁜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8마리 의 새끼를 순산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생명의 탄생은 신비롭고 나는 매일 가서 어미 바둑이가 새끼 돌보는 모습을 구경했다.


첫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 바둑이는 능숙함을 보였고 아무런 어색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 어미 개가 새끼들의 똥오줌을 일일이 핥아먹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어린 나는 생명의 신비와 그에 대한 모성애의 위대함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바둑이도 그렇게 새끼를 훌륭히 잘 돌보았다. 다행히 새끼가 10마리를 넘지 않아 젖이 모자라지도 않았다.


새끼가 태어났을 때는 추운 겨울이었다. 시골에서는 보온덮개를 씌운 비닐하우스를 창고로 쓰곤 했는데, 보온을 위해 그 안에 바둑이와 새끼를 위한 집을 넣어 두었다. 그래도 춥기 때문에 백열전구를 연결해 바둑이 집 천장으로 연결해 넣어서 보온도 하고 밤에 불을 밝힐 때도 썼다.


어느 날 저녁에 부모님과 함께 외출하여 장을 보고 돌아왔다. 분명 불을 켜놓고 나갔는데, 비닐하우스에서는 어떠한 빛도 새어 나오지 않은 채 캄캄하기만 했다. 어두운 문을 더듬어 열고 입구에 둔 손전등을 찾아 불을 켰다. 바둑이와 새끼들이 있는 개 집 쪽으로 손전등을 비추었다.

충격적 이게도, 바둑이가 개 집 밖으로 나와서 전구를 연결 해 놓은 전선을 문 채, 감전되어 죽어있었다. 머리는 하늘을 향한 채 싸늘하게 식어 있는 바둑이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수없이 그 장면을 되내었지만, 이렇게 글로 정리하니 슬픔과 미안함이 더 크게 몰려온다. 분명 전깃줄이 내 키 높이 위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어떻게 바둑이가 물 수 있었으며, 왜 물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어쨌거나 꼼꼼히 확인하고 안전하게 설치하지 않은 우리의 잘못임은 분명하지만,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다.


그렇게 바둑이는 새끼들을 모두 남긴 채 우리와 급작스레 헤어졌다. 이제 겨우 눈을 뜬 2주밖에 안된 새끼들이 어미를 잃었다.  


바둑이를 집 앞에 묻어주고, 상자를 구해서 새끼 8마리를 옮겨 담았다. 추운 밖을 피해 내 방으로 데리고 왔지만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아버지께서 젖병과 분유를 급히 구해오셨지만 강아지용은 아니었다. 어린 나도 이웃 어른들도 '반려견' 강아지 양육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시골 개는 새끼를 돌보는데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았고, 사람도 그런 기술과 지식을 익힐 필요가 없었다.


지식과 경험 없는 정성만으로는 생명을 구할 수 없다. 나름의 최선을 다해 새끼의 배를 채웠지만 새끼들은 어미 잃은 슬픔에 밤마다 울었다. 그리고는 하나둘씩 바둑이 곁으로 떠났다. 8마리 모두 불과 1주일 안에 떠났다.   


시골 개 암컷 바둑이를 식용으로부터 구출하여 하나의 생명이 연장되었고, 또 다른 여덟의 생명으로 이어졌지만, 생명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한 채 오히려 나는 아홉의 죽음을 경험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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