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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Aug 02. 2018

개숲 커피(dogwood coffee)에는 개가 없다

We love dogs, but they can't come inside

솔직히 커피 얘기는 하기 부끄럽다. 전문가도 아닌 내가 요즘 같은 커피 홍수 시대에 커피로 무슨 새로운 말을 할 수 있으랴. 그래도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숍의 분위기를 즐기는 자로서 일상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특별히 개숲 커피 (Dogwood Coffee)가 주변에 있는 것은 행운이고, 그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그 이유가 순전히 이름에 개(Dog)가 들어가기 때문임은 민망한 고백이다.

 

Dogwood coffee 집은 미네소타 지역 브랜드이고, 사실 이 커피집은 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Dogwood는 층층나무, 즉 식물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식물 문외한인 나는 봐도 뭔지 모르기에, 덕분에 검색을 좀 해보았다. 하지만 검색을 할수록 더 복잡해진다. 층층나무과 식물이 너무 많다.  

Cornus florida (flowering dogwood) - 검색결과 층층나무과 꽂산딸나무라는 것을 알아냈다.

커피 브랜드 이름을 왜 dogwood로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구글링을 해도 안 나오는데 Q&A에 물어봐야 할까. 그 정도의 열정은 아직 없다. 아무튼 주변 한국인들끼리는 그냥 개숲 커피라 부른다.

커피숍 입구의 사진 한 장에서 4가지의 생각할 거리가 발견된다.


첫째, 바로 앞에 장애인 주차 구역이 있다. 여기에 비장애인이 주차할 시 $200의 벌금을 문다. 여기뿐 아니라 어느 장소를 가든 장애인 주차 구역은 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위반 시 벌금은 매우 비싸다. 오늘의 핵심 주제는 아니니 다음으로 넘어가자.


둘째, DOGWOOD COFFEE CO라고 쓰여있는 간판 위로 STUDIO ON FIRE라는 프린팅 서비스 회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커피숍 내에서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프린팅 작업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런 게 진정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인가. 홈페이지를 방문했더니 dogwood 커피 포장지도 이 곳에서 프린트했다는 것을 알 게 된다. 특수 프린팅을 하는 회사라고 홍보하고 있다. 글을 쓰며 얻는 유익 중 하나는 들어서만 알고 있는 막연한 일에 대해 사실 직접 확인하면서 나 스스로도 정보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 www.studioonfire.com

이 커피숍은 위치(주변 환경)와 주차공간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도심에서 가깝지만 다들 차를 이용해서 오는데 주차 공간이 많은 편은 아니라, 주차에 신경을 좀 써야 한다. 주변에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있긴 하지만 주변 환경은 황량하고 삭막한 편이다.


셋째, 매장 오픈 시간이다. 평일과 토요일은 저녁 7시까지밖에 운영을 안 한다. 일요일은 6시까지. 저녁에 커피숍 분위기를 즐기기가 어렵기 때문에, 낮에 날을 잡고 가야 한다. 그렇다고 아침에 일찍 가기엔 얼리버드가 아니라 힘들고, 출근길에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가득 차기 때문에 갈 엄두를 못 낸다 (사실 아예 시도 자체를 안 했기에 아침에 사람이 몰린다는 것도 소문만 듣고 추측만 할 뿐이다).


넷째, 나에겐 가장 인상적인 문구이다.

 

We love dogs, but they can't come inside :(

굳이 Companion dog (반려견)이라고 명시하지 않는 것이 눈에 띈다

미국이라고 모든 음식점이나 커피숍, 공공장소에 반려동물이 허락되지는 않는다. 커피숍을 이용하는 데에 있어 반려동물 입장이 불편한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개를 좋아하더라도 커피숍에서는 보고 싶지 않을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동물 출입 금지 안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커피숍의 이름이 dogwood 이기 때문에 '개'에 대해 특별히 더 친절하게 설명을 붙인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분명한 것은 금지 안내 문구이지만 친절과 배려, 정성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No Dogs Allowed" 문구가 아닌 것이다.

물론 이런 표지판은 공공시설에 관련된 장소에서 주로 발견할 수 있다. 의미 전달이 확실해야 하고 모든 사람이 지나치지 않고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에 뚜렷한 안내를 해 주어야 한다. 반면, 커피숍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좀 더 좋은 이미지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저 문구가 참으로 마음에 들고 인상적이다.




안에 들어와서 $2.70 가격의 드립 커피 한잔을 시켰다 (무슨 커피였는지 이름은 잊어버렸다). 오늘의 목적인 두 시간을 머물기에 충분한 가격과 맛, 분위기이다. 언제부턴가 신맛이 사라졌는데, 입맛이 적응한 건지 기억이 안 난다. 제일 싸고 많이 나가는 커피를 시켜서 그런가 이미 내려놓은 드립 커피를 따라주던데 이상하다. 지난번엔 가장 저렴한 것도 핸드 드립으로 내려준 것 같은데... 다른 종류의 드립 커피는 $4.00, $4.50 정도였는데, 다음번에 다시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커피를 좋아해서 매일 마시긴 하지만, 커피를 잘 모른다. 커피콩 종류가 어떻고 로스팅 방법, 핸드 드립 방법이 어떻고 하는 등의 과정도 모른다. 맛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그저 '느낄' 뿐이다. 여행을 가면 유명하다는 커피 집을 검색하고 가서 드립 커피를 무작정 아무거나 시킨다. 아무거나 시켜도 새로운 맛이고, 어차피 한 두 번 마시고 오는 것이기에 여행을 갔을 땐 어떤 것을 시키든 그냥 그 자체를 즐기고 온다.


내가 아는 커피에 대한 아는 지식이라곤,

Light Roast - 커피콩을 짧은 시간 볶아서 신맛이 강하게 난다. 카페인 양이 많다.

Medium Roast - 중간 정도 볶고 신맛은 별로 안 난다. 카페인 양 중간.

Dark Roast - 콩을 오래 볶아서 쓰고 진한 맛이 난다. 카페인 양 적음.


이 정도이다.


처음 미국에 와서 출근길 스타벅스에서 '레귤러' 커피를 시켰고, 그런 경우 이미 내려놓은 medium roast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진한 커피를 좋아하니, 아무 의심 없이 dark roast가 가장 카페인이 많고 진한 (깊은 맛이 있는) 커피라고 생각해서 맛이 별로 없는데도 dark loast를 그냥 먹곤 했다. 반면에, 프랜차이즈가 아닌, 유명하다는 로스팅 커피 집에 가서 레귤러 커피를 시키면 정성껏 핸드 드립으로 내려 주는데 턱에 침이 고일만큼 신맛이 났다. Dogwood도 그중 하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커피 열매는 원래 신맛이란다. 그렇기에 가장 덜 볶은 light roast가 가장 신맛이 나고 카페인이 가장 많이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카페인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나는 dark roast가 카페인이 많은 줄 알고 카페인 섭취를 위해 먹었는데 말이다.


개숲 커피에서 내려 주는 커피도 처음엔 너무 시어서 먹기 힘들었는데, 먹다 보니 익숙해져서 언젠가부터는 light roast가 맛있어졌다. 한 종류에 꽂히면 그것만 먹다가 지겨워질 때쯤이면 다시 예전에 먹던 걸 먹기도 하는 나로선, 선택지가 넓어진 뿌듯함과 함께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것을 깨닫는다.


드립 커피도 맛있지만, 개숲 커피는 우유가 들어간 카페 라테와 라테에 꿀과 시나몬을 섞은 미엘 (Miel)이 인기가 좋다. 미네소타 현지에서 생산된 로컬 유기농 우유를 쓴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똑같이 whole milk를 써도 다른 프랜차이즈 와는 다른 더 깊고 고소한 맛이 든다. 물론 느낌적인 느낌이다. 그리고 이게 내가 맛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전부이다.

흔한 라떼 사진. 사실은 미엘이지만 육안적 차이는 없다. 색깔이 약간 더 진한가.

라테 얘기가 나오니, 처음에 미국 와서 라테를 주문하는 게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라테 달라면 그냥 주면 되지, whole milk, 2%, skim milk 중에 뭘 원하냐고 묻는다. 아무 말 안 하면 스타벅스는 그냥 whole milk로 주고, 카리부 커피는 2% milk로 만들어 주는 등 커피 집마다 달라서 헷갈렸다. 그러다 보니,


"에이 카리부 커피는 라테가 별로 맛이 없네"

 

라고 생각하며 편하게 라테를 먹을 땐 스타벅스를 주로 이용했다. 단지 whole milk가 지방 함량이 제일 많아서 고소한 맛이 날 뿐이고, 다른 곳에서도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건데, 영어로 주문하는 것이 익숙지 않았던 나는 나중에야 그것을 알아차렸다. 또 하나는, 라테를 시킬 때 우유를 바닥에 깔아주는지 위에 부어주는지, 거품을 위에 많이 나게 주는지 적게 주는지도 고를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거기까진 아직 시도해 보지 못했다.


오늘 내가 알고 있는 커피에 대한 모든 지식을, 미천한 수준으로 방출했다. 결론은 dogwood coffee 집에는 개가 없고 커피는 맛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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