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그리고 서로의 심적 안정을 위한 노력의 균형
격정적인 사랑의 소용돌이 끝에 관계는 보다 현실적인 안정기를 맞이하게 된다. 자신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이성상에 의해 관념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낯선 타인이었던 두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조금씩 상대방을 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일정 부분은 상당히 잘 맞아떨어지지만, 또 다른 부분은 좀처럼 맞지 않아 갈등을 유발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전까지 없었던 존재들이기에 서로의 인생을 할애하는 중에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은 늘 우리 곁을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런 사랑의 속성으로 인해 노력은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한다.
서로가 함께하는 시간만큼이나 상대방을 떠나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시간 역시 중요하다. 사랑에 빠져 개인적인 일상의 모든 일들은 지루하기만 하고 그 사람과의 소중한 시간만이 마법과도 같이 느껴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우리는 그런 마법 같은 순간들 가운데서도 현실로 돌아와야만 하는 이유들을 계속해서 생각해 낼 것이다. 마침내 큐피드의 화살이 효력을 다하는 순간이 오면 우리는 현실 감각을 되찾게 된다. 일상 속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어주었던 그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은 그렇게 찾아온다.
각양각색의 개인들이 존재하는 만큼 꽤나 다양한 모습들이 관찰된다. 흔히들 말하는 애착 유형에 의해서 크게 분류해 보는 것은 꽤 괜찮은 방법이다. 다른 사람과 떨어져 있을 때 관계가 어긋나거나 잘못될까 봐 불안에 떨며 좀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불안형이 있을 수 있고, 관계에 책임을 가지고 노력을 쏟는 것에 주저하며 좀처럼 함께하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회피형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어느 면으로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함께인 시간에는 사랑을 주고받는 데에 거리낌이 없고, 혼자만의 시간도 자신만의 기준과 규율에 따라 잘 지켜나가며 단단하게 관계를 이어나가는 안정형도 있다. 애착 유형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우리는 대부분 안정형이길 원하거나, 상대방이 안정형이길 지향한다. 어디로 보나 모난 데가 없는 안정적인 사람은 만인의 목표이자 쟁취해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상대방이 관계에 있어서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자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미리 알고 있으면 관계에서 찾아오는 갈등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자신의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연애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와 지금 관계에서의 모습이 어떠한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아낼 수 있고, 상대방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의 범주 내에서 대입해 보거나 혹은 대화를 통해 파악해 보면 된다. 거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 문제이다. 누가 어느 정도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
사랑에 있어서 서로의 노력이 일정하게 같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언제나 어느 한쪽이 더 사랑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사랑에 대해서 더 마음을 쏟을 수밖에 없다. 그 한쪽이 자신이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이 될 수도 있다. 완벽히 똑같이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할 수 있는 경우는 두 사람을 양 끝에 올린 상태로 무한히 수평을 이루는 시소를 현실에 구현해 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든 관계에 있어서 시소를 타는 행위를 반복할 뿐이다. 영원히 위에 머물러 있을 수 없고, 영원히 밑에 머물러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의 노력을 들여 수평에 가깝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일이지, 영원히 일정한 수평의 관계이기를 넋 놓고 기도하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스스로가 최선을 다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수시로 헤아려야 한다. 같은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니기에 같은 노력을 바라서는 안 된다. 자신이 감당 가능할 정도로 관계에 대해서 협력하고 있다면 그 정도로 충분하다. 앞서 말했듯이 스스로의 사랑이 상대방에 비해 더 크다면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균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위에서만 머물고 싶어 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면 우리를 계속적으로 지치게 해 결국 시소에서 내리게 할 것이다. 잦은 다툼, 혹은 갈등을 불러일으키거나 심적으로 많은 고통을 안겨주는 사람은 보통 그런 식으로 관계를 대하는 사람이다.
숱한 노력들 끝에 결국에는 그 어떤 관계보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드물게 잦은 다툼을 사랑의 상징이라 여기며 서로에게 신념의 검을 맞대는 관계도 있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그리 추천하지는 않는다. 언제 어느 때이고 파도치듯이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관계는 결코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험난한 세상 속에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의 심적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위아래로 흔들리는 어긋나는 상황들 속에서 결국 맞이해야 할 것이 비슷하게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은 적어도 나에게 맞는 상대방은 아닌 것이다. 관계에 대한 존중, 그리고 각자의 삶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는 편안한 사람이기 위해 노력하고,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을 찾아 나서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