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한 그대여 체력을 돌보자

by 이빛소금



나는 주로 혼자 지낸다. 집에서 입을 다물고 홀로 일한다. 코로나 이전부터 그랬다. 내 안에 많은 사람을 살게 하기 위해서 꼭 사람을 많이 만나며 지내야 하는 건 아니다. 시끌벅적한 자리에서 마음이 텅 비기도 한다는 걸 안다. 고요한 일상에서 마음이 꽉 차기도 한다는 걸 안다. 20매 분량의 원고 한편을 완성하기 위해 최소한 얼마만큼 고독해야 하는지도 안다. 장편 소설을 완성하기 위한 고독의 양은 아직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지난겨울에 읽은 김선오 시인의 문장을 기억한다. “더 오래 고독 속에 머물 수 있는 체력을 가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김선오는 썼다. 그 체력으로 써나갈 글은 각자 몹시 다를 테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비슷한 체력을 소망하고 있다.



간혹 글쓰기 숙제를 하느라 밥을 거르거나 잠을 못 자고 온 아이들 앞에서 나는 보드마카 뚜껑을 연다. 그리고 칠판에 이렇게 적는다.


밥 > 잠 > 글


결국 모두 체력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도, 나에 관해 쓰는 것도, 나 아닌 것에 대해 쓰는 것도, 나를 잊고 다른 이를 헤아리는 것도, 그런 이를 계속해서 늘려가는 것도, 그리하여 아무도 아닌, 동시에 이백 명인 어떤 사람이 되는 것도, 그러기 위한 고독을 견디는 것도 죄다 체력으로 하는 일들이다. 나를 아끼면서 시작되는 일들이다. 자신을 애지중지 돌보다가 자기 아닌 것도 애지중지 돌보게 된 사람의 얼굴을 상상한다. 깜짝 놀랄 만큼 훌륭한 작가의 얼굴 중 하나일 것이다.




「아무도 아닌,

동시에 이백 명인 어떤 사람」

- 끝 -



2021.02.15.



일간 이슬아

日刊 李瑟娥




위 내용은 이슬아작가님의 #일간이슬아 중 일부분입니다.




[미련한 그대여 체력을 돌보자]


나도 주로 혼자 지낸다. 저번 주말에는 친구들의 일터에 가서 얼굴 보고 얘기만 잠깐 나눴다. 혼자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주로 혼자 글을 쓰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책 쓰기 전에는 ENFP였는데 책 쓰고 나서 INTP으로 바뀌어버렸다. (요즘 유행하는 MBTI 성격유형 중 ENFP는 재기발랄한 활동가이고, INTP은 논리적인 사색가이다) 예전에는 여럿이서 있는 게 힘들고 고된 일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렇다. 딱 2명이나 3명이 제일 좋다. 그 이상이 되면 기가 쇠약해진다. MBTI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성격이나 심리검사에 관심이 많아 종종 검사하곤 했는데 늘 항상 거의 ENFP만 나와서 INTP이 나왔을 때 믿기지 않았었다. 지금은 주위에 INTP이 한 명도 없어서 궁금하고 만나보고 싶다. (INTP 선생님들 어디에 다들 숨어 계신지요?)


체력 얘기로 살짝 넘어가면 9월 이후로 운동을 못 했다. 여름 2개월간 퍼스널 트레이닝을 해준 헬스 트레이너의 말씀대로라면 아픈 몸이 씻은 듯이 다 나았어야 했지만 실제로 몸은 더 나빠졌고 퍼스널 트레이닝이 끝난 이후론 회사 다니느라 뭐 하느라 운동도 못하고 병원도 못 갔다. 그러다가 엊그제 등에 담이 와버렸다. 책 읽으러 카페 갔는데 숨만 쉬어도 등뼈가 나를 콱콱 조여와서 책도 못 읽고 엎드려 있다가 아파서 집 가서 씻지도 못하고 바로 뻗어버렸다. 결국 그다음 날 한의원에 갔다. 만성이라 한 번에 안 낫는다고 했다. 경추 쪽에 문제가 있다고 그랬다. 한의원 원장님께 헬스 트레이너의 이야길 했는데 그래도 근육을 늘지 않았느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긍정의 힘은 놀랍다. 이 글까지만 쓰고 이후로는 이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 몸을 귀중히 다루지를 못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게 맞는데 미련하게 참고 또 참았다. 이십 대 때에는 누군가가 나에게 건강 챙기라고 하면 '왜 나한테 건강 챙기라 하지?" 의문이었지만 그 말을 잘 귀담아듣고 건강을 챙겼어야 했다. 운동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였으면 한다. 다음다음 주 서울에 가게 된다면 운동을 시작하려고 한다. 암벽등반이나 테니스 아니면 배드민턴이나 풋살 이 네 가지 중 한 가지 이상하려고 계획 중이다. 그리고 만성인 목 어깨 무릎 등 아픈 몸도 ‘치료를 꾸준하게 받아야지’ 다시금 결심한다. 미련한 그대여. 체력을 돌보자. 그리고 온전한 체력으로 그냥 쓰자. 주말 이빛소금을 시작한 것도 뿌듯하고 두 번째 글도 이렇게 적고 있어 대견하다.


끝으로 기분이 심연의 해저 끝으로 간 자신을 발견했을 때는 이 세 가지를 생각하자. 오늘 잠은 잘 잤나? 밥은 잘 챙겨 먹었나? 운동은 했나?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오후 3시 13분을 넘어가고 있는 이 시점의 소금은 잠은 잘 잤다. 밥도 잘 챙겨 먹었다. 운동은 아직이다. 운동은 9월 이후로 한 기억이…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할까? 만 보를 걸어보자. 만보를 걷고 SNS에 인증해야겠다.




「미련한 그대여 체력을 돌보자」


-끝-


2021-12-04(土)



주말 이빛소금

週末 李빛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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