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0
2025년 11월 15일 (토) 23:47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간다. 운동이 6개로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졌다. 오늘은 결국 운동 대신 글쓰기를 선택했다. 내일도 8시 출근이라 둘 다 챙기고 싶었지만, 내일의 나를 위해 하나만 챙기기로 했다. 와. 벌써 매일 브런치 글쓰기 10일차다.
오늘 하루는 좋았다. 뭐가 좋았지? 언니가 갑자기 집에 놀러왔다. 덕분에 원래 계획했던 것들은 반만 했지만,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이유로 충분히 괜찮았다. 오늘은 글쓰기를 선택했으니, 내일은 운동을 먼저 하기로 마음먹는다.
태원이가 추천해준 목 견인기를 써봤는데, 확실히 목이 시원하게 늘어나는 느낌이다. 씻고 머리를 말리며 쿠팡플레이에서 헤밍웨이 & 겔혼을 보다 머리가 다 말라 견인기를 목에 걸었다. 그러고 밀리의 서재에서 트렌드코리아 2026을 켰는데, 잠이 들어버렸다. 복도에서 ‘똑똑’ 소리가 나 문을 열어보니 집주인께서 바퀴벌레 약을 문 앞에 두고 가신 순간이었다. 그 덕분에 깼고, 정신을 차려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언니는 공주 밤막걸리, 먹태, 말차라떼, 요플레 닥터캡슐 복숭아까지 사왔다. 나는 오늘 정리·운동·글쓰기를 하려고 했는데,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리를 먼저 하게 됐다. 옷장도 정리하고, 어질러진 공간도 하나씩 치웠다. 언니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심적으로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다. 언니는 늘 “너 덕분에, 소영이 덕분에”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 말이 좋아서 오늘 언니에게 말했더니, 언니는 자기도 몰랐다고 했다.
‘덕분에’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좋다. ‘때문에’보다 훨씬.
내 옷장의 절반은 언니가 준 옷이다. 그 덕분에 옷이 많아져 좋다. 오늘 내가 입고 있던 케어베어 옷을 보고 언니는 “얼굴 좋아졌다”고 했다. 나는 매일 보는 내 얼굴이라 잘 모르지만, 누군가의 눈에 좋아 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
오늘은 8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했다. 토요일이라 무지 바빴다. 아침엔 출근하기 싫었지만, 막상 일하면서 감사함을 붙잡으니 괜찮아졌다. 코치님과 한 통화도 큰 힘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우유였다. 재고가 얼마 없어 라떼를 어떻게 만들지 걱정됐다.
마트에 전화해서 배달을 받으려했는데 그 마트에서도 사람이 본인 뿐이라 통화할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우유는 다 떨어져가서 결국 편의점에서 사왔다.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고,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걸 또 배웠다. 걱정이 올라오면 옆으로 치우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로 바로 전환하면 되는 거다.
회사에 반가운 얼굴이 찾아왔고, 그 덕분에 힘들던 마음도 누그러졌다. 아침엔 코치님 덕분에, 일하면서는 손님들 덕분에, 점심 거르지 말라고 챙겨준 원장님 덕분에, 반가운 나미 언니 덕분에, 그리고 마지막엔 우리 언니 덕분에 오늘 하루가 좋았다.
그 사람들 덕분에, 그 사랑 덕분에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가득 차서 집에 와서도 쓰러지지 않았다. 분명 힘들었는데도 저녁을 차려 먹고, 계획을 세우고, 언니가 갑자기 와도 흐트러지지 않고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 이렇게 글까지 쓰고 있으니 더 뿌듯하다.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다.
아프면 칭얼대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을까?”를 찾아가야 한다. 혼자 끙끙대고 도망치려는 게 아니라, 내 상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것. 그게 더 나를 살게 한다.
오늘의 한줄평.
결국은 사랑, 감사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