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뛰진 않지만 머릿속에선 생각이 팡팡
어린 시절 나
초등학교 때 나부터 돌아보면 산만하거나, 행동이 너무 거칠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오히려 책상에 딱 붙어있는 학생에 가까웠다. 다만 나에게 큰 트라우마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에 영향을 받아 가만히 앉아있는 걸 잘하는 아이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초등학교 입학식 이후 처음 등교함 날은 나에게 지울 수 없는 기억이다. 당시 나는 한글을 쓰거니 읽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그 이유는 어머니의 한 신념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글을 쓰고 읽을 줄 아는 순간, 언어적 사고에 갇혀 창의력을 펼치는데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 그 신념이었다.
이렇게 글을 모르는 아이가 한글은 모두 떼고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은 수업 내내 진도를 나가기 바빴다. 그 시점부터 싫어하는 과목을 공부할 때 공상으로 도망치는 증상이 시작되지 않았을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은 알림장만 다 쓰면 집에 귀가해도 좋다는 말을 했다. 하나둘씩 애들이 집에 가기 시작하고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트라우마가 되었다
2/3 이상이 집에 갔을 때 선생님은 나를 포함한 남은 아이들에게 겁을 주기 시작했다. 빨리 쓰지 않으면 집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교실의 뒷문을 잠그기 시작했고 애들은 겁에 질려 알림장에 무언가라도 끄적이기 시작했다. 시간은 오후 2시를 넘어갔고 나와 한 친구만이 남아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한 시간이 더 지나 오후 3시가 되었을 때 선생님에게 알림장을 들고 갔고 겨우 집에 갈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
물론 어린 시절의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알림장 검사를 받으러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글씨를 못 알아보겠다, 받침이 틀렸다, 띄어쓰기가 안 맞다는 이유로 매번 퇴짜를 맞았다. 텅 빈 교실에 나 혼자 남았고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앞 문을 쾅 닫고 교무실로 갔다. 나는 이제 이 교실에 혼자 남아 집으로 갈 수 없다는 생각에 꺽꺽 울었다.
그 뒤로 내가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어머니를 붙들고 제발 학교에 보내지 말아 달라고 울고불고 매달린 기억은 있다. 이런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그 이후의 학교 생활들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ADHD와 같은 특성
선생님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었고,학교 공부는 좋아하는 과목이나 그나마 괜찮다고 여겨지는 선생님의 수업만 열심히 들었다. 싫은 과목과 좋아하는 과목의 편차가 정말 컸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과목은 전교 1등을 하는데 싫어하는 과목은 꼴찌를 하는 것이었다.
나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난 ADHD증상은 충동성과 주의력 결핍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나를 조금 독특하거나 고집 센 아이로 생각했지 ADHD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내게 그런 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의사선생님을 만나면서
내게 처음으로 ADHD를 알려준 의사 선생님은 ADHD는 그 자체를 질병으로 보기보단 그냥 한 사람의 성향이나 기질로 봤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ADHD는 여러가지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런 사람 중 한 명이 나였고 나 또한 병원을 찾은 이유가 우울증(그때 당시에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때문이었다.
ADHD가 있는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ADHD로 인한 특성, 행동 또는 성격 등으로 인해 선생님에게 자주 꾸중을 듣고 친구들과 관계도 쉽지 않아고 한다. 거기에 부모님도 이 아이를 강압적으로 억누르거나 심하게 통제하려고 할 경우 스트레스 상황에 자주 노출 되게 되고 그러면서 동반되는 정신질환(우울증, 조울증, 불안장애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내가 ADHD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0대 후반이었다.
그전에는 ADHD란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고 정신과에간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학교 공부에 있어서 과목별 편차가 심했지만 누구나 그렇듯 약학 부분이 있으면 강한 부분도 있다는 생각으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이때 누군가 나에게 ADHD라는 것에 대해 알려줬다면, 아니면 이런 나의 모습이 ADHD 라는 것을 알아차려줬다면 내 인생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직접 정신과에 발을 들이게 된 사건은 27살 여름에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