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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ue

우당탕탕 쾅쾅

무슨 소리냐고? 환자가 side rail을 손으로 치는 소리다. 할아버지는 항상 억제대에 결박당한 손임에도 불구하고 침상난간을 치는 행동을 반복하신다.


"할아버지 심심해서 그런거예요?"

(고개 끄덕끄덕)


사실, 우리 할아버지는 내가 질문하는 내용과 상관 없이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신다.



"할아버지 김0수 맞아요?"

(고개 끄덕끄덕)


'으아아아. 할아버지 본명은 박0수잖아요!'

내가 마음속으로 백번을 외쳐도 할아버지는 모르실 것 같다.



"할아버지 저 좋아요?"

(고개 끄덕끄덕)


"할아버지 저 싫어요?"

(고개 도리도리)


이렇듯 예외의 상황도 가끔 있다.

저도 사실 할아버지가 좋아요!





옆 침대 할머니께서 할아버지 때문에 잠을 못 주무시겠다며 나에게 컴플레인을 걸어왔다.


사실 구순이 넘는 노인분이시라 할아버지는 내가 아무리 제지해도 소용 없다. 노환인지라 인지기능도 젊은 사람 같지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화가 난 할머니에게는 할아버지에게 말하겠노라고 답변드렸다.


중환자실. 죽는 그날까지 지속될 병마와 힘든 싸움을 지속하는 폐쇄적인 공간이라 답답한 심정 백 번이해한다. 90세 할아버지는 오죽하실까?


하지만 이 곳이 1인실도 아니고 엄연히 단체생활을 하는 공간인데.. 소음을 내면 주변 환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결국 할아버지에게 가서 한 마디 했다.

"할아버지, 이렇게 손으로 자꾸 침대 치면 안 돼요. 손 다쳐요."

할아버지는 인상을 찡그린 채 고개를 끄덕끄덕 하신다.


참고로 우리 할아버지는 말씀을 잘 못하신다.


작년 11월, 중환자실에 처음 오셨을 때만 해도 또렷하게 말씀하시곤 했는데 90세 노인에게는 하루가 하루가 아니였을 것이다. 그 사이 기력이 눈에 띄도촉 쇠해지셨다. ventilator(인공호흡기)를 했다가 extubation(제거)하는 것만 여러 번 반복했다.


으아아


내 말이 끝난 지 10초도 지나지 않았건만, 할아버지의 '우당탕탕' 소리는 지속되었다.


"할아버지! 자꾸 같은 행동 반복하시면 묶는 수밖에 없어요!"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도 잠시.


악순환의 무한반복이 시작된다.


"할아버지, 지금 할아버지 행동이 안 나아져서 저 할아버지 손 묶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좋으니까 그냥 넘어가는거에요. 손 그렇게 하지 말아요." 라고 말하니 잠시 멈추신다.


솔직히 맞다.

할아버지가 좋으니까 스리슬쩍 말만 하고 넘어가는거다.




할아버지네 구역만 지킬 수는 없으니, 다른 구역으로 향했다. 더 한 복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양 팔 억제대를 한 할아버지께서 침대가 흔들릴 정도로 우당탕탕 소리를 내는 것이였다. 나는 거기서도 또 다른 할아버지를 말릴 수 밖에 없었다.


몇 시간 뒤, 답답했던 할아버지는 어떤 방법인 지 몰라도 침대 밖으로 나가는 스킬을 발휘하셨다. 물론 주사 링거도 다 제거한 채로..


OMG


미치겠다.


오늘도 유치원 선생님이 사고치는 아이 다그치듯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2017/01/28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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