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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민 Sep 25. 2018

안정된 직장이란

Career

대학원 마지막 학기가 개강했다.

프리랜서로 조금씩 일거리를 받아 일하랴, 장거리를 통학하며 수업 듣고 과제와 스터디하랴, 한창 정신이 없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눈치다.

졸업 후 기업에 들어갈 것인지, 프리랜서로 일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내게 커리어 계획을 물어본다.


그럴 때면,

대답은 "프리랜서하고 싶어서 지금부터 조금씩 일하고 있어요." 혹은 "꼭 가고 싶은 기업이 아니라면 프리랜서로 일할 거예요."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실력 있는 멋진 프리랜서 통번역사가 되려면 기업에서 몇 년 더 경력을 쌓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프리랜서가 하고 싶다고 기업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대학원을 진학했는데,

정작 학교 졸업을 앞두고 또다시 취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니...


결국 또 이렇게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다.

1. 소박하게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일을 늘려가며 프리랜서로 자리 잡을 것인가,

아니면

2. 기업에 들어가서 몇 년만 더 일하다가 '경력 있는 프리랜서'가 될 것인가.


부모님은 당연히 후자를 권유하신다.

너 지금 일하는 거 보니 프리랜서로 일하면 불규칙한 수입과 스케줄에,

만나는 사람의 범위도 작을 거 같다고,

이름 있는 안정적인 대기업(?)에 들어가서 좋은 직장 동료들도 만나고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신다.

아무래도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하는 게 더 안정적이지 않겠냐며.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꼭 기업에 소속되어 일하는 게 안정적인 걸까.

내가 몸담았던 예전 직장들을 돌이켜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던데...


원래 모든 직장인들이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기업에서 일할 때 부조리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많이 보았다.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다.

- 한직장에서 10년 이상 성실히 일해온 매니저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조직개편으로 인해 예전에 자신의 후배였던 직원 밑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회사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분노하다가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

- 처음 한국 지사를 셋업하는 조직에 새로 온 팀 리더가 자기 밑에서 일할 팀원들을 모두 뽑아 팀을 꾸렸다. 그런데 정작 일해보니 본사와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다고 판단하여 다시 본인의 옛 직장으로 돌아갔다. 리더를 보고 팀에 합류한 팀원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공석으로 불안에 떨었다.

- 팀에 새로 온 리더가 자신에게 편한 직원들로 팀을 꾸리고자 새 직원들을 뽑았다. 하지만 기존 직원들에게는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퇴사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어려운 상황을 버티다 힘들어진 기존 직원들은 하나둘씩 일을 그만두었다.

- 어떤 직원이 우연히 채용사이트에서 본인이 소속된 기업과 담당하고 있는 직무에 새 직원을 뽑는 공고를 보고 팀장에게 영문을 물었다. 그리고 그제야 본인이 다른 직무로 배정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하루아침에 기업이 없어지기도 했다.

200명이 넘는 직원들을 둔, 대기업으로 분류된, 한국에서 꽤 오랜 역사를 가진 외국계 기업이었는데, 몇 년 전에 한국 지사를 철수했다고 한다.

- 또한, 브랜드가 확장할 것처럼 매장을 여기저기 새로 열던 어떤 리테일러는 이제 한국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친구 말에 따르면, 얼마 전 한국에서 전 매장을 철수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사람 일 참 알 수 없다. 회사 하나만 보고 무조건 일만 열심히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출이 항상 일정하게 좋고,

팀원들이 매번 원하는 대로 팀이 운영되고,

뜻밖의 사건 사고 없이 평탄한

그런 기업, 그런 안정적인 조직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변화는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위 사례처럼 회사가 갑자기 철수하기도 하고,

조직개편으로 자신의 위치가 바뀌어 조직생활을 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잘해 보자 했다가 오히려 본인이 먼저 못하겠다고 발을 빼는 리더도 있다.

제아무리 성실하고 정직하고 일 잘하는 직원이라 해도,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문득 드는 생각이,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안주하고 그 기업 하나만을 바라보며 그곳에 내 미래와 커리어를 맡기기보다는

내 전문 분야에서 실력을 키우고 다양한 경로로 클라이언트를 확보해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으려기보다

어떤 환경에서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직업가가 되는 걸 목표로 삼는 건 어떨까.

 

제 느낌을 담은 저만의 그림을 올리고 싶어서 처음으로 그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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