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가끔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놀랍게도 사무실을 떠나 자유롭게 일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 꽤 많이 눈에 띈다.
'프리랜서일까? 그렇다면 다들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디자이너? 사업가? 아니면 나 같은 통번역사?'
언제부턴가 카페마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함께 앉을 수 있는 긴 탁자 형식의 테이블이 생겨났다.
이런 테이블이 등장한 초기에는, '대체 누가 낯선 사람들과 같이 합석(?)하고 싶을까'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젠 제법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든 책을 읽든 같이 무언가를 한다.
한 직장에서 평생 일하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생각보다 빨리 허물어지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
사실 프리랜서라 함은, 좋게 말하면 1인 사업자, 나쁘게 말하면 반 백수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한다고 하면 흥미롭게 쳐다본다.
그리고 관심을 갖고 묻는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 어때요? 재밌어요? 편해요?"라고.
이런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그때그때,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른데
사실 나는 아직 대학원을 다니면서 내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하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식이다 보니 아직은 소속감이 없는 불안함이라든지 불규칙한 수입에 대한 불만은 크지 않다.
나름 자유를 만끽하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율적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리랜서에 대한 환상만 갖고 있는 것 같아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아직은 프리랜서로서의 경력이 길지 않은 햇병아리 단계이지만, 그래도 지금껏 일하면서 느낀 어려움 몇 가지에 대해 감히 한번 적어보겠다.
1. 불규칙한 수입
"내 돈은 내가 챙긴다." 이게 핵심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는데,
1) 받을 돈은 알아서 내가 챙겨서 받는다. 2) 내 수입과 지출은 내가 적극적으로 관리한다. 는 내용이다.
기업에 소속되어 회사를 다닐 때는 하루하루가 빛의 속도로 빠르게 지나갔는데, 그러다 보니 돌아서면 어느새 한 달에 한번 오는 월급날이었다. 굳이 내가 "돈 주세요" 하지 않아도, 전산 오류나 회사 자금 사정이 갑자기 나빠지지 않는 한, 또박또박 월급을 제때 받았다. 돈 들어오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일 때문에 바빠서 그럴 겨를도 없었거니와), 금액이 맞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됐는데, 계약된 연봉에 맞춰 매달 같은 금액의 월급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뭐, 그만큼 돈 들어오는 것을 당연히 여기다 보면, 힘들게 일한 것은 잊어버리고 씀씀이가 커지기도 했다는 게 함정이지만.
하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은 다르다. 내 돈은 내가 직접 챙길 각오가 필요하다.
'너무 돈에 혈안이 되어있는 이미지를 풍기는 건 아닌가' 싶다가도...
월급일을 놓쳐서 제때 돈을 못 받아 카드값이 밀리는 억울한 경험을 하고 나면
이런 상황을 사전에 피하기 위해 클라이언트에게 살짝 미리 리마인드를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즉, 너무 착해도, 너무 클라이언트를 믿어도, 너무 싫은 소리를 못해도 안된다.
특히 클라이언트와 직접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에이전시를 중간에 껴서 일을 하게 될 경우, 돈에 대한 책임 전가가 이뤄지면서 급여 지급이 지연되는 일을 큰 문제로 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나는 에이전시를 소개받으면 급여 지급 추세를 먼저 물어보고, 지급일 하루 전이나 당일 오전에 미리 연락을 해서 리마인드를 하는 편이다.
그렇게 하면, 조금 까다롭게 보일지라도 돈이 안 들어와서 얼굴을 붉히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당연히, 내가 같이 일하는 업체 중에는 제때 알아서 미리 급여를 지급해주고 이메일로 정확한 내역을 통지해주는 좋은 업체도 있다!^^
그리고 돈이 많이 들어왔다고 해서 과소비하는 것은 절대 금물!
어떤 달은 일이 많고 어떤 달은 일이 적고 업무량의 차이가 있는데,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면 씀씀이가 커진 후 감당할 수가 없다.
돈을 많이 번 달은 미리 저축하는 습관을, 적게 들어온 달은 조금 아껴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사실 난 아직까지 그게 잘 안돼서 고생이지만... 많이 버는 달은 그만큼 많이 쓰게 되고, 결국 그다음 달에 후회하는 불상사가 많다ㅎㅎ
아무튼, 프리랜서라면 반드시 똑똑한 소비습관이 필요하다.
2. 알 수 없는 클라이언트의 속마음
클라이언트와 직접 일을 하게 된다면, 일을 끝내고 굳이 피드백을 물어볼 정도의 뻔뻔함으로 무장해있지 않는 한, 내 일에 대한 퍼포먼스 피드백은 받기 힘들다.
행사와 같은 단발성 일을 하게 될 경우, 처음에 만나서 내 명함을 주고 다음에는 그저 다시 연락이 오길 바랄 뿐이다.
여러 차례 일을 같이 해본 에이전시의 경우에는 좀 더 편하게 피드백을 물어볼 수는 있겠지만.
이 또한 정말 열정적이고 싹싹한 성격이 아니라면 그리 쉽게 할 수 있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겪게 되는 몇몇 가지 편리함--가끔은 일이 없어 퇴근시간까지 빈둥빈둥 시간을 때우거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든 되겠지, 누군가는 도와주겠지 하며 일을 뭉개고 있는 등--은 있을 수 없다.
그저 클라이언트가 나를 불러준 날에는 그날의 내 모든 능력을 발휘해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 그래서 다음에 또 나를 부를 수 있도록.
가끔 일이 안 들어오는 날에는, (뭐 그만큼 자유 시간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왜 연락이 안 오지? 내가 그때 잘못한 것이 있나? 사소한 행동의 실수가 있었나?' 등의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3. 불규칙한 생활패턴
근무 시간이 정해진 게 아니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저녁에 잠드는 시간이 불규칙하다.
가끔은 업무 데드라인에 맞춰서 일을 늦게까지 하느라 새벽 늦게 자는 날도, 일찍 끝나거나 일이 없는 날에는 일찍 자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뿐만 아니라, 그날의 스케줄이 영향을 받는다.
당연히, 모든 것은 양날의 칼과 같듯이.
좋게 생각하면, 내가 피곤한 날에는 조금 더 늦잠을 자기도, 컨디션이 좋을 때는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며 여가를 즐길 수도 있다.
그날의 기분을 살려, 사람들 없는 영화관에서 오전에 혼자 조조 영화를 즐길 수도 있고!
결국 프리랜서는 Free 한 자유가 주어지는 만큼, 본인 스스로 스케줄을 만들어가고 생활하는 적극적인 자율성이 필요하다.
일이 있을 때는 '세상 열심히', 없을 때는 그 한가함을 즐기고 나중을 대비해 쉴 줄 아는 여유도 필요하다.
오로지 내 실력을 갖고 '내 일'을 하는 프리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존재(?)임에 틀림없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