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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민 Feb 10. 2018

직업

Thoughts

영화로도 제작된 원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원서로 읽으면서, 절대 잊을수 없는 표현과 마주쳤다.
"a job a million girls would die for"
굳이 느낌을 살려서 번역해보자면,
"그 일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바로 주인공 안드레아가 유명 패션 잡지 편집장을 보조하는 직무를 맡게되자, 주변에서 나타낸 반응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주인공 안드레아가 유명 패션지 편집장 비서 역할을 맡는다.

나는 나 자신을 잘 몰라서 한번에 갈수 있을 길을 돌고 돌아서 헤매며 가는 편이다.
어릴때부터 자신의 적성이 뭔지 잘 알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도 많을테지만,
나는 하고 싶은것만 많았지, 정작 내가 어떤 성격이고 무엇을 할때 즐거운지 알지 못했다.
그저 원하는 목표를 설정해서 그 목표만을 위해서 달려가느라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항상 숨차고 힘에 부쳤다.
목표를 이루었다고해서 결코 행복하거나 성취감을 느끼지도 못했다. 오로지 경주마처럼 주변은 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렸으니.
결국 '직접 해보니 내가 평생 할수 없는 일'이란걸 깨닫고 다른 일을 찾아떠났다.

내가 포기해온 직업중에는 수많은 내 또래 여자들이 꿈꾸고 선망한 직업도 있다.
외국계 화장품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한 그룹사의 브랜드에서 일했다.
여자라면 누구나 화장품이나 예쁘게 꾸미는것 안 좋아하는 사람 없을테니,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는것을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다,
당시 일을 그만두면서 통번역 공부를 한다고 했을때, 주변에서
"왜 그만뒀어? 다들 그회사 가고싶어서 난리인데. 어떤 사람은 평생 꿈이 그 일인데."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럴때마다 내 대답은 "남들이 다 하고싶어하는 일이라도, 내게 맞지 않는 일이라면 그건 내 직업이 아니다" 였다.
통역보다 번역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을때도 주변에서는 그랬다.
"아깝지 않아? 대학원 입학 힘들게 해놓구선."

직업을 삼는 척도는 나 자신이 기준이 되어야지, 남의 시선이나 사회적 지위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남의 시선과 사회적 지위를 무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나도 말은 이렇게 해놓고선, 속으로는 수백번 흔들렸다.
'내가 잘못했나. 욕심이 과했나. 가진걸 감사한줄 모르고 너무 쉽게 포기했나.'

주변의 반응에 휘둘리지 않기란 참 어렵다.
하지만 내가 경험을 통해 알게된 것은,
단순히 멋있어보여서, 남들이 좋다고해서 선택한 직업마다
여차저차 그 일을 시작할수는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일을 하면 할수록 내 속은 썩어문드러져갔다는 거다.

아직도 나는 수없이 많이 흔들리지만, 그럴때마다 의식적으로 내 마음을 다잡으려 애쓴다.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이전에 했던 실수를 절대 반복하지 말자. 내 인생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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